The Korean Journal of Community Living Science
[ Article ]
The Korean Journal of Community Living Science - Vol. 33, No. 4, pp.685-702
ISSN: 1229-8565 (Print) 2287-5190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Nov 2022
Received 04 Nov 2022 Revised 21 Nov 2022 Accepted 30 Nov 2022
DOI: https://doi.org/10.7856/kjcls.2022.33.4.685

농촌특화 성평등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농촌지역 성평등 교육 참여자의 경험적 인식 분석

김은경 ; 김복태 ; 김수진1) ; 심예리2),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1)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원
2)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박사후연구원ㆍ강사
A Study on the Development of Specialized Gender Equality Training Courses for Rural Areas
Eun Kyung Kim ; Bok-Tae Kim ; Sujin Kim1) ; Yeri Shim2),
Research fellow, Korean Women’s Development Institute, Seoul, Korea
1)Researcher, Korean Women’s Development Institute, Seoul, Korea
2)Postdoctoral Researcher and Lecturer, Graduate School of International Studies,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Korea

Correspondence to: Yeri Shim Tel: +82-2-880-2922 E-mail: yeri.shim@snu.ac.kr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suggest ways to improve specialized gender equality training programs for rural areas as tools for empowering women farmers based on in-depth interviews with villagers and professional trainers. Since the launch of the Support of Female Farmers and Fishermen Act in 2001, various policies have been implemented to support women farmers in Korea. In line with the recent basic plan to nurture female farmers for the years 2021-2025, which aims to extend gender equality education to rural areas, the first batch of specialized gender equality trainers for rural areas completed the course in 2021. Despite these institutional efforts to support gender equality education in rural areas, the current training courses need improvement to reflect the complex reality faced by women in these areas. In addition to the double burden shouldered by women farmers, the patriarchal culture consolidated by powerful male leaders makes gender equality training in rural areas a unique challenge. The experiences and perceptions of the villagers were analyzed and suggestions were made, categorized into three themes: access to the training, the acceptability of the contents, and the self-efficacy of the trainees. Based on the perceptions of the trainers, suggestions were categorized as follows: the importance of the curriculum modules and trainers’ expertise, expansion of the target population and implementation of the system, tailored training courses for rural residents. To sum up, this study suggests enhancing the agency of women farmers and changing the patriarchal rural society as the ultimate goal of gender equality training in rural areas.

Keywords:

women farmers, gender training, gender equality, basic plan to nurture female farmers, empowerment

Ⅰ. 서론

2001년 여성농어업인육성법 제정 이후 여성농민 대상 정책 20년을 검토하는 시점에 수립된 제5차 여성농업인육성계획은 성평등을 통한 여성농업인의 행복한 삶터, 일터, 쉼터를 목표로 성평등 인식 확산 및 농업ㆍ농촌 각 분야 성평등 교육 확대를 중점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특히 농민, 강사, 각종 농업분야 컨설턴트 등의 성평등 인식 제고를 위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 및 여성농업인 특화 리더십 교육과정 확대를 세부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농촌사회의 성평등 현실은 지역에 상관없이 나타나는 보편적인 성평등 문제를 투영함과 동시에 성불평등을 고착화하는 농촌의 가부장적 특성으로 인해 복합적인 측면이 있다. 여성가족부가 매년 집계하는 한국의 지역성평등 지수를 보면, 성평등 수준이 낮게 나타나는 지역은 대부분 도농복합지역으로 확인된다(Joo et al. 2021). 국립농업과학원이 발주한 연구에서 실시된 농촌지역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마을 내 남녀 모두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여성은 76.6%, 남성은 89.8%가 긍정적으로 응답하였다. 또한 마을 내 남녀가 평등한가라는 질문에는 여성단체 소속 응답자 26.9%, 그 외 단체 소속 응답자 73.4%가 그렇다고 응답하여(Kim et al. 2021), 일반주민보다는 여성농업인의 삶에 비교적 가깝게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는 여성단체 소속 여성 주민의 경우 농촌지역의 성평등 현실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것을 알 수 있다.

보편적인 성평등 문제로는 여성농민이 경험하는 농업노동과 가사노동의 이중부담이 있다. 여성농업인이 농사일 분담에 있어서 50% 이상을 담당한다는 응답이 2013년과 2018년에 각각 66.2%, 52.5%로 나타났다(An et al. 2019). 2013년도와 2018년도 실태조사에서도 여성농업인이 인식하는 시급한 정책과제로 과중한 노동부담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으나(2013년 31.3%; 2018년 24.2%)(An et al. 2019), 2018년 예산의 대부분(73.32%)이 보육시설 확충 및 복지서비스 확대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과중한 노동부담 관련 사업으로는 15.38%의 예산만이 사용된 것으로 조사되었다(Eom et al. 2018). 가족농을 대상으로 한 생활시간조사 결과에서도 농가에서 부부가 농업노동에 함께 종사하더라도 가사노동의 부담은 여성에게만 주어지고 있다고 밝혀져 농촌 여성들이 이중부담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Choi et al. 2007).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른 성별분업과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은 농촌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를 고착화하는 농촌의 가부장적 특성은 여성농업인의 지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농촌형 성평등 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농촌에서 여성들은 농민의 날과 같은 각종 행사 추진 시 식사 준비를 맡는 등 가정뿐 아니라 공동체를 돌보는 데에도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가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성역할 규범을 강요받고 있다(Jung 2018). 여성농업인은 농사에 상당부분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경영주보다는 무급 가족 종사자의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족농의 경우 농사일과 경제적인 사안에서 남성들이 주도권과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Jung 2018). 남성의 경우 고용주의 지위로 영농활동을 하는 비중이 87.6%로 높게 나타난 반면(Eom et al. 2018), 여성농업인의 주관적인 직업적 지위는 2018년 기준 ‘공동경영주’ 또는 ‘경영주’로 인식하는 경우가 38.4%, 가족종사자로 인식하는 비율은 61.1%였다. 이는 2013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에서 ‘공동경영주’ 또는 ‘경영주’로 응답한 결과인 42%보다 더 낮아진 수치이다(An et al. 2019). 경영자로 활동하는 등 농업에서 여성농업인에 대한 노동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으나(Chung 2013), ‘농업인’에 대한 정의가 다양한 주체들을 포괄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농업인은 노동의 가치와 법적 지위를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Jang et al. 2021).

성평등한 농촌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농업인의 과중한 노동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여성농업인 스스로 본인이 기여해 온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농가 경영체의 경영인으로 인식하는 변화가 필요함은 틀림없다. 자신의 지위를 보조적 역할로 한정 짓는 것은 “농촌에서 여성농민을 남성의 아내로 위치지음으로써 여성농민을 배제하고 있는 관행”(Jung 2021)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제도 운용 방식을 통해 여성을 배제하는 가족농의 가부장적 특성과 성차별적 관행이 재생산되고 강화된다(Jung 2021). 그러나 여성농업인의 자발적인 인식과 행동 변화만으로는 농촌사회의 가부장적 문화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논문은 농촌 지역에서 양성평등 교육프로그램을 경험한 주민과 전문가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면접 분석을 통해 향후 여성농업인의 인식변화와 더불어 농촌사회 가부장적 문화를 바꾸는 농촌형 성평등 교육프로그램의 개발 방향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양성평등교육은 공공기관, 민간단체, 개별 강사 등 다양한 교육주체에 의해 실시되고 있으며, 교육현장에서 체계적인 강사관리와 더불어 표준 교육안에 대한 요구가 있어 왔다(Hong et al. 2010; Lim 2017). 강사양성 교육안을 제외하고, 대상에 직접 교육하는 표준안으로 개발되어 공유되고 있는 양성평등교육 표준강의안 혹은 교육 프로그램은 대부분 지역 소재 여성정책 연구기관에서 지역 특성 및 수요를 반영한 후 생애주기, 대상, 수준 등의 기준으로 구분하여 개발되었다. 또한 폭력예방교육이나 인권교육, 성교육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는 성평등 교육프로그램도 있다.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양성평등교육 프로그램 관련 연구는 특정 집단 대상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대상에 맞는 교육 내용과 적절한 교육 방식에 대해 논의한다. 초등학교 학부모 대상 양성평등 교육 프로그램(An et al. 2008), 청소년 대상 성평등 교육(Lee & Park 2019), 노인 대상 독서를 기반으로 한 집단토론 방식의 교육 프로그램(Lee & Park 2020)은 각각 대상을 특정하고 그에 적합한 교육 내용과 방향을 설정하는 교육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농촌에 특화된 성평등 교육프로그램이 부재한 상황에서 농촌형 성평등 교육프로그램 개발 방향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본 연구는 차별성을 갖는다. 또한 본 연구는 문화적 맥락 안에서 경제적, 인적, 사회적 자원과 개인 및 단체의 행위성이 결합될 때 전환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뜻하는 임파워먼트 개념을 국내 여성농업인 대상 정책과 농촌형 성평등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확장하여 적용함으로써 학술적인 측면에서도 기여한다. 임파워먼트를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서의 역량강화로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던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얻는 과정, 즉 변화를 수반하는 개념임을 부각함으로써 농촌형 성평등교육 프로그램이 여성농업인의 권한부여와 함께 궁극적으로 농촌사회 전반에 걸친 성차별적 문화를 바꾸어가는 데 중점을 둘 수 있도록 개념적 틀을 제시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한국의 농촌형 성평등 교육을 위한 정책 현황

2001년 제정된 여성농어업인육성법은 여성농어업인의 권익 보호와 지위 향상 지원을 위한 법적 토대를 확보하였으며, 특히 여성농어업인 인권 보호와 농촌지역 양성평등문화 확산을 위해 필요한 정책 수립 및 시행에 있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시하였다. 이와 더불어 농어업경영능력 향상, 여성농어업인의 지위 향상, 여성농어업인의 모성권 보장, 보육여건개선 및 삶의 질 향상, 그 밖에 여성농어업인 육성에 필요한 시책 등의 핵심 정책과제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정하였다. 이에 따라 제4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2016-2020) 목표는 “실질적 양성평등으로 여성농업인의 행복한 삶터, 일터 구현”, 제5차 기본계획(2021-2025) 비전은 “성평등을 통한 여성농업인의 행복한 삶터, 일터, 쉼터”로 정하여 여성농업인의 지위향상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목표에 있어서 성평등한 농촌사회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계획이 수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MAFRA 2020). 제3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2011-2015)에서는 양성평등 교육 확대를 위한 사업이 공무원 대상 성인지 교육에 머물고, 농업 유관기관 및 농업인에 대한 성인지 교육은 실행되지 못한 한계점이 있었다(Oh et al. 2015). 반면, 제4차 기본계획(2016-2020)에서부터 여성농업인의 생활 속 양성평등 실현에 초점을 두면서 농촌지역 양성평등 교육 강화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였는데,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Lim et al. 2020). 그리고 가장 최근인 제5차 기본계획(2021-2025) 에서는 성평등 인식 확산을 위해 농업ㆍ농촌 각 분야 성평등 교육을 확대할 것이 목표에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정책은 농촌지역 양성평등 교육의 기반을 조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농민의 임파워먼트로 이어지는 성평등 교육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방안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대부분의 교육은 농촌리더와 공무원에 집중되어 있으며, 지자체 단위의 여성농업인 전담인력 부족으로 사업 집행과 기획에 한계가 있다. 여성조합원 비율은 2015년도, 2020년도 각각 33.1%와 33%로 동일했으며, 지역농협 여성임원 비율은 2015년도 5.1%에서 2020년 8.6%로 증가폭이 매우 낮다(Lim et al. 2020). 여성농업인 특화 교육과정으로는 2020년 기준 농식품공무원교육원에 ‘여성농업인 리더십 아카데미’와 ‘여성농업인 정책의 이해’가 개설되었으며, 유통교육원의 ‘여성 농식품 유통 리더십 양성’, 농림수산식품 교육문화정보원의 ‘여성농업인 회계 교육’ 등이 실시되었으나, 후계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정책에서 여성농업인 선발 비율은 20%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Lim et al. 2020). 또한 5년마다 실시하는 여성농업인 실태조사를 통한 개선방안이 기본계획에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도 미비하다(Chung 2013). 양성평등문화 확산을 언급한 양성평등기본법 제36조(양성평등 교육)에서는 가정에서의 양성평등 교육, 학교교육에서의 양성평등 의식 제고(교육기본법), 평생교육시설에서의 양성평등 의식 고취(평생교육법)를 위한 노력만 언급하고 있다. 양성평등기본계획(2018~ 2022)의 ‘양성평등 시민교육의 실효성 제고’에서 언급하고 있는 특정 대상은 정부서비스 전달기관 종사자, 언론ㆍ미디어 분야 종사자와 방송 예비인력, 법조인 등으로만 한정되어 있다(MOGEF 2018). 현행 양성평등기본법이나 양성평등기본계획은 성인지교육 대상을 공무원에 한정하고 있으며, 농촌지역 주민 혹은 농업인을 포함하지 않고 있는 것도 한계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2. 여성의 임파워먼트 관련 이론

여성농업인의 열악한 지위는 한국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엔 여성기구에 따르면 농지소유권을 보유한 여성 비율은 전세계적으로 15% 미만이며, 이는 가정과 지역사회에서의 의사결정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UN Women 2021). 젠더와 개발 분야에서 Kabeer(1999)는 임파워먼트를 선택의 여지가 없던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 과정, 즉 변화를 수반하는 개념으로 정의하며, 임파워먼트를 구성하는 3개 차원인 자원(resources), 행위성(agency), 성과(achievement)와 이들의 연결성을 강조한다. 자원은 경제적, 인적, 사회적 자원 등 폭넓은 개념으로 설명되며, 가정, 시장, 지역사회 등 제도적 영역에서의 사회적 관계, 규칙과 규범이 개인의 자원에 대한 접근성에 반영된다는 점을 인식한다. 행위성은 개인과 단체에 모두 해당하며 의사결정, 협상, 거래, 저항 등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는 가시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그 행동에 의미와 동기를 부여하는 인지과정도 포함된다. 세 번째 차원인 성과는 자원이라는 선제조건과 행위성이라는 과정이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로서, 임파워먼트 논의에 있어서는 위 3개 구성요소와 이 과정이 이루어지는 맥락(context)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여성의 토지에 대한 접근성을 하나의 지표로 정하고 임파워먼트를 측정한다고 할 때 토지권은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하나의 자원에 불구하며, 이러한 접근성이 성불평등을 해소하는 여성의 행위성과 전환적인(transformative) 성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 잠재성에 대한 분석도 함께 이루어져야 의미있는 측정이 되는 것이다.

국제사회 농촌개발 분야에서 임파워먼트를 적용한 사례로 참여적 농촌평가(Participatory Rural Appraisal, PRA) 접근법이 있다. 선진국이 표방하는 서구 중심의 하향식(top-down) 개발 담론을 비판하며 1980년대 등장한 PRA는 저개발국가 로컬 지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참여와 협력을 장려하며 빈곤에 처한 이들의 임파워먼트를 목표로 하는 개발 방식을 요구하였다(Chambers 1994; Parpart et al. 2002). 무엇보다 PRA는 포용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고, 참여자들이 서로의 차이를 논하고 문제가 무엇인지 함께 파악해가는 것이 임파워먼트로 이어지고 갈등을 해결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PRA는 빈곤층의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그들의 지식과 분석이 저개발국가의 발전을 정의하고 이행하는 데 있어 필수적임을 주장했다. 또한 참여 자체를 개인 또는 집단의 임파워먼트와 동일시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으며, 불평등한 젠더 구조를 강화하는 문화적 관습들을 전환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을 계속 설계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Parpart et al. 2002). Batliwala(2007) 또한 임파워먼트가 인적자원 관리 측면에서 개인의 경제적 역량강화에 중점을 둔 언어로 사용되는 배경에 문제를 제기하며, 젠더화된 사회적 권력구조를 뒷받침하는 이행기제인 가부장제 등의 이데올로기, 사회적 규범과 사회제도를 이해함에 있어서 권력의 다양한 표현을 분석할 것을 강조한다(Batliwala 2007; Batliwala 2020). 여기에는 권력의 일반적인 의미로 이해되는 통제하는 권력(power over) 외에도 행동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권력(power to), 집단적인 권력을 뜻하는 더불어 행사하는 권력(power with), 내면의 힘(power within) 등이 포함된다.

젠더와 국제개발 분야에서의 임파워먼트 개념과 참여적 농촌평가(PRA)를 한국의 농촌형 성평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확대ㆍ적용한다면 우선 농촌 주민들의 지식과 경험에서 출발하는 상향식(bottom-up) 접근방식을 고려한 프로그램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앞서 서론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여성농업인들은 가사노동시간과 농업노동시간을 모두 고려했을 때 남성보다 2배 이상의 노동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가의 공동경영주보다는 가족구성원으로 부차적 및 종속적 지위로 스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임파워먼트를 위해서는 여성 스스로 목표를 인식하고 행동하는 행위성 확립과 더불어 문화와 인식 등 사회제도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함을 고려했을 때 농촌형 성평등교육 개선은 교육 대상을 구분하여 진행하는 것이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즉, Fig. 1과 같이 임파워먼트의 전제조건에 해당하는 가부장적 농촌 사회의 성평등 인식 제고를 위해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인지 교육과 여성농업인의 행위성에 중점을 둔 인식 제고 교육 혹은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가부장적 현실을 반영하여 정책적 제도를 보완하고 사회 인식 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여성농업인의 행위성을 제고하는, 궁극적으로는 임파워먼트를 기반으로 한 농촌형 성평등 프로그램 개발을 목표로 할 수 있다.

Fig. 1.

Gender Equality Training Program as a Tool for Empowerment (drawn by authors based on Kabeer 1999).

3. 농촌 지역에서의 성평등 교육에 관한 선행연구

농촌 주민을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이 연구를 통해 제시된 것은 Cho et al.(2003)의 연구에서였다. 이 연구에서 제시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부부 및 농업 관련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성평등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가능한 한 부부 또는 남녀가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4차시에 해당하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성평등의 개념, 여성과 남성에 대한 이해, 생활 속에서의 성평등, 그리고 농촌사회에서 평등한 남녀역할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구성되었고, 매 차시 50분의 시간, 그리고 파워포인트 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을 따른다. 구체적인 교육 내용으로는 성역할 고정관념과 성역할 콤플렉스의 문제점 파악, 성평등 검사도구를 통한 개인의 성평등 의식 수준 진단 및 성평등한 남녀 관계 형성을 위한 실천과제 논의가 포함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이론적 지식의 습득보다 태도의 변화 유도에 초점을 맞추고, 남성들의 교육 참여를 적극 유도한다. 학습자의 능동적 참여가 가능하도록 개별 평가작업, 토론 및 사례발표 등 교육방법을 모색하고, 개인이 문제의식을 갖고 향후 실천의지를 다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원칙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대상은 농촌에 거주하는 부부 또는 공무원으로 명시되었으나, 주민의 연령이나 마을지도자 역할 담당 여부 등이 명확하지 않고, 공무원이라 했을 때 역시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한편, 농촌 지역 주민의 연령이 높고 성평등 의식수준이 낮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평소에 평등한 관계가 아닌 부부를 교육대상으로 성평등 의식개선 교육을 시행할 때 야기될 수 있는 위험요소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충남지역 연구기관에서 2018년 개발된 성평등교육 표준강의안은 기본과 심화 단계로 나누어, 기본 과정은 청소년, 성인, 노인 대상으로, 심화과정은 공용으로 제작하였다(Cho 2018). 기본 과정의 구체적인 대상은 청소년의 경우 초등 고학년부터 중등 1학년까지, 성인은 40~60대가 주를 이루는 지역 리더, 노인은 일자리사업 및 노인대학 등에 다니고 있는 노인이다. 표준강의안은 강의의 흐름, 즉 도입, 전개, 정리 시간별로 강의 내용과 강의에 이용하는 프리젠테이션의 각 슬라이드별 핵심메시지, 그리고 해당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적합한 강의 방법(강의식, 손 들고 대답하게 하기, 모둠 활동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이 가운데 노인 대상 강의안은 강의 대상자들의 연령 및 코호트와 관련된 성평등 이슈, 예를 들어 여성노인의 높은 빈곤율, 남성형제에게 교육 기회를 양보함, 가정내에서의 낮은 경제적 위치, 남성의 가부장으로서의 부담감 등으로 시작하여, 주로 가족 간의 성차별ㆍ평등 이슈를 개선할 방안을 제시한다.

경남지역에서 개발된 성평등교육 모델에서는 성평등 교육은 “남녀가 동등한 인권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과정으로 여성이 더이상 취약집단이 되지 않도록 남성과 여성과의 관계를 변화시키려는 것”으로서 “성인지 훈련”이라고 정의하였다(MOE 2004; Shim et al. 2019). 또 몇 번의 교육만으로 그동안 가지고 있던 차별의식이 해소될 수 없으므로 성평등 교육은 일종의 평생교육으로써 전 생애 적으로 지속되어야 하며, 개인의 소속집단에 따라 교육 내용과 초점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직업이나 소속집단에 따른 특성별 교육모델이 필요하다고 보았다(Shim et al. 2019). 이렇게 도출된 교육안은 도민 공통 프로그램 외에 20대 남성, 60대 이상 노인, 농촌ㆍ마을공동체 리더 등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안으로 구분되어 개발되었다. 농촌ㆍ마을공동체 리더 대상 교육은 60, 70대 여성의 마을 운영 노고에 대한 인식과 여성 대표성 강화를 교육 목표로 하며, 성역할 고정관념 극복, 일상생활에서의 성차별, 공동체 응집력, 마을 혁신그룹의 사회의식 강화, 상호 이해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주지역은 성평등 교육 내용에 지역의 특색을 담고 토론식으로 운영하는 성평등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였다(Lee et al. 2019).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온 제주 지역민의 정서에 지역 특색을 담은 콘텐츠가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었다. 또 교육 대상자들의 집중도가 낮은 점을 고려하여 일회성 강의가 아닌 토론이 가능한 집단인 학생과 청소년, 그리고 특정 집단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였다. 콘텐츠는 제주지역의 문화인 방언, 속담, 설화, 역사적 여성인물, 해녀 등의 소재를 성인지 감수성을 함양할 수 있는 내용과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구성했으며, 하나의 콘텐츠를 활용 대상에 맞게 차등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Ⅲ.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본 논문은 심층면접을 주된 연구방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심층면접은 주민과 전문가 집단으로 나누어 2022년 6월부터 8월까지 연구자 2인이 4개(강원, 경상, 전라, 충청) 지역을 방문하여 실시하였다. 심층면접 참여자는 성평등 교육 이수 경험이 있는 농촌 주민 및 농촌에서 성평등교육 강의 경험이 있는 전문가로 대상을 한정하였으며, 총 38명이 참여하였다(Table 1). 38명의 인구사회학적 배경을 살펴보면 성별로 남성 7명, 여성 31명, 연령별로 20대 1명, 30대 1명, 40대 6명, 50대 21명, 60대 9명이다. 농촌 거주기간은 귀농민의 경우 2년, 원주민의 경우 최대 50년에 해당했다. 영농형태는 논농사, 밭농사, 과수, 축산 등 다양했다. 농촌주민은 28명, 전문가는 10명 참여하였다. 본 연구에서 전문가는 농촌 지역에서 성평등 교육 강의 경험이 있는 자를 의미한다. 주민 중에는 성평등 교육 강의 경험은 없어서 본 연구에서는 전문가로 구분되지 않았지만 마을에서 진행하는 다른 교육을 진행하는 응답자도 있었다. 이 경우에는 일반 강사경험을 토대로 응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전문가 대상 질문도 일부 포함하여 면접을 진행하였다. 한편, 심층면접 대상자 중 전문가 집단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2020년부터 운영한 농촌형 성평등 전문강사 과정에 참여한 전문가도 일부 포함되었고 앞서 선행연구에서 소개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 있는 전문가도 포함되었다.

List of Respondents

본 연구의 심층면접 대상자에 선행연구에서 소개한 교육 프로그램을 수요자 입장에서 참여한 주민은 포함하지 못했다. 심층면접 대상자로서 선행연구에서 사례로 제시된 교육 프로그램 관련 전문가를 만났지만 교육에 참여한 주민은 만나지 못했다는 것은 기존에 개발된 표준강의안을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는 본 연구의 한계인 동시에 표준강의안의 적용 범위가 갖는 한계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현실은 결국 새로운 농촌형 교육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을 각인시킨다고 할 수 있다.

2. 자료 수집

본 연구에서는 농촌에서 성평등 교육을 경험한 주민들을 면담하기 위해서 여성농업인 혹은 여성 대상 정책이 시행된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교육 경험자를 섭외하기 더 수월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자료수집을 진행할 지역 선정을 위해 여성친화도시 지정도시,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 지자체, 여성농업인 육성 조례 제ㆍ개정, 여성농업인센터 운영, 여성농업인 영농여건 개선교육 운영 여부를 확인한 후 이 조건을 대부분 충족시키는 지역을 1차로 선별하였다. 이후 이러한 정책의 실제 운영 현황과 더불어 여성농민회 활동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의 자문을 받아 최종적으로 지역을 선정하였다. 지역 선정 후 전문가 및 주민 섭외는 해당 지역 여성농민회 및 여성농업인센터의 협조로 이루어졌다. 농촌의 성평등 현실과 성평등 인식, 성평등 교육에 대한 경험적 인식 및 개선방안에 대한 자료는 반구조화 질문지를 통해 수집되었다. 질문지는 사전에 공유되었으며 현장에서 출력물로도 공유되었다. 인터뷰 시간은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시간 이상 진행되었다.

주민 대상 면접은 우선 성별분업을 파악하고자 농촌에서의 하루일과, 명절을 보내는 방식, 단체 활동 참여 여부 등을 질문하였다. 농촌에 살면서 불편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는지, 옛날과 비교하여 농촌이 달라진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질문지에 포함되었다. 이는 참여자들로부터 불편한 교통, 안전문제, 농기계 사용의 어려움, 농촌에서의 성희롱, 성차별 사례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는 질문으로 예상하여 포함하였으며, 여성 응답자에게는 특히 여자라서 겪는 불편함이 있는지에 대해서 추가로 질문하였다. 과거와 현재의 농촌을 비교하는 질문은 응답자 중 상대적으로 젊은 40대 귀농여성의 경우에는 처음 농촌에 왔을 때와 현재를 비교하거나, 도시에서의 생활과 비교해서 응답해달라고 질문하였다. 구체적으로 교육 경험에 대해서는 양성평등교육을 받게 된 계기, 최근 2~3년간 받았던 교육의 시간, 형태, 강사에 대한 인상 등이 질문에 포함되었다. 응답자는 또한 교육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교육 이후에 생활에서 달라진 점, 농촌지역에서 양성평등교육을 할 때 꼭 들어가야 할 내용에 대한 의견, 농촌지역에서 양성평등교육을 꼭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상에 대한 의견 등에 대해서도 공유하였다. 전문가 대상 면접도 주민 대상 면접과 유사한 질문으로 구성되었으며, 추가로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농촌에서의 성평등 교육 추진체계, 교육 활성화 방안, 전문가들이 경험한 주민들의 반응과 요구사항, 표준화된 농촌형 양성평등교육 기획에 대한 의견 등을 질의하면서 녹음하였다.

3. 분석방법

본 연구는 전문가를 대상으로는 1대 1 심층면접을, 주민 대상으로는 초점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을 진행하였으며, 모든 인터뷰는 녹음을 하여 녹취록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수행하였다. 면접 분석결과에서는 응답자의 익명성 유지를 위해 응답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관련 내용은 모두 생략하여 처리 하였다. 인터뷰 분석에는 질적 내용분석(qualitative content analysis) 방법을 활용하였다. 질적 내용분석은 텍스트 형식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다양한 연구방법 중 하나로, 텍스트란 구어(verbal), 문어(print), 전자(electronic) 형식을 모두 포함하며, 텍스트의 내용과 맥락적 의미에 중점을 두고 특정 현상에 대한 지식제공 및 이해를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Hsieh & Shannon 2005).


Ⅳ. 결과 및 고찰

현재까지 개발된 지역 교육모델의 장점을 표준화하고 농촌에 특화된 성평등 교육 개선 방향 모색을 목표로 전문가 및 주민 대상 심층면접을 진행하였다. 농촌의 성평등 현실 및 주민들의 인식에 대한 응답을 분석한 결과 농사일에 있어서는 다수의 응답자가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일을 나누어 일한다고 답한 반면, 집안일의 경우 여성이 주로 전담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특히, 농사일을 여성과 남성이 비슷한 노동강도로 함에도 가사노동은 여성이 전담하는 부분에서 집안일에 성역할 구분과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앞서 제시한 통계 수치와 일치한다. 또한 일상적인 집안일 외에도 성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되고 성별 불평등이 두드러지는 예시로는 명절 보내기가 있었다. 명절 준비에 있어 남성의 역할은 제한적이지만, 여성은 재료 준비, 요리와 손님맞이 등 다양한 일을 담당하여 노동 부담이 배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농촌사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서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양성평등 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보편적인 측면에서 양성평등 교육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농촌사회의 특수성으로 인해 농촌형 양성평등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지점도 있었다. 농촌의 경우 여전히 남성과 여성의 단체활동이 구별되어 있어 여성의 경우 부녀회, 남성의 경우 영농회 등에서 각각 활동하며, 봉사단체, 의용소방대 등을 조직하는 경우에도 여성과 남성 조직이 개별 활동을 하는 것이다. 또한,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자치조직 자체가 비활성화하고 공동체 활동이 감소하는 가운데 농촌에 평생 살아온 원주민들과 새로 이주해 온 귀농귀촌 인구 간에도 소통의 어려움이 있으며, 세대차이도 심각해지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면접을 진행한 곳에서는 지역에 따라 여성농민회 혹은 여성농업인센터에서 주도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으며, 교육의 형태는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성평등 교육부터 영농여건 개선교육과 연계해서 여성농업인 대상 정책 소개를 위주로 하는 교육까지 다양했다. 지역 여성개발원의 지원을 받아 강사들의 정기 모임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역이 있는 한편, 교육을 받은 주민들이 교육 이후 성평등을 주제로 한 영화 관람 등으로 후속모임을 이어가는 지역도 있었다.

본 연구는 면접 분석결과를 주민 대상 면접과 전문가 대상 면접 결과를 구분하여 농촌형 성평등 교육프로그램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주민들의 인식 분석은 교육의 접근성, 교육 내용의 수용성, 교육으로 인한 자기효능감 제고 카테고리로 구분하였으며, 전문가들의 인식은 모듈식 강의안 개발 및 강사 역량 강화, 교육 대상 확대 및 이장단 중심의 추진체계 공식화, 맞춤형 성평등 교육 및 성평등 교육의 일상화를 주제로 구분하였다.

1. 농촌 주민의 경험적 인식 분석을 통해 본 농촌형 성평등 교육프로그램 개선 방안

1) 교육의 접근성

교육을 이수한 주민 중에는 해당 교육이 공식적인 의무교육이 아니라 도 차원에서 권고사항에 머물러 있는 것이 교육을 확대하는 데 있어 제약조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교육의 접근성과도 연결하여 분석할 수 있다. 부녀회에서 제안하는 것만으로는 성평등 교육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농촌사회 가부장적 권력구조로 인해 결국 주민들의 교육 접근성도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우선 다양한 주민들이 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공식적인 채널을 통한 의무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추진되는 강의는 문턱을 낮춰 교육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도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대중적인 내용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는 성평등 교육을 하자고 부녀회 측에서) 우리가 사정을 해야하는거에요... 이장단에서 결정해주면 되거든요. 이장단 회의 때 한번 딱 언급해주면 돼요. 우리 이렇게 하니까 너네 해라. 단, 여성들하고 같이 참여해야하니까 부녀회 주도해서 같이 해라, 이렇게 하면 끝나는 일이에요. 그런데 이걸 왜 부녀회를 통해서 올라오냐구요... 이장님이 파워가 되게 세기 때문에 부녀회장이 건의하셔도 이장님이 no 하면 끝이에요.”(24)
“지역사회 리더들이 남성중심으로 되어있고, 지역사회 남성분들이 이장단 회의장에서부터 농협에도 남성들이 많죠. 사실상 지역사회 리더는 남성들이 많이 한다는 거예요. 그분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 이런 성평등 교육, 양성평등 교육이 진행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기존에 이장단 회의도 적어도 이렇게 일년에 한두번 정도는 그런 것을 강의도 같이 해서 이왕이면 그렇게 해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1)
“...그 문턱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을 많이 하시고, 그냥 단어 자체도 내가 이렇게 이런걸 (성평등 교육) 하면 안된다는 느낌을 스스로가... 이거는 다른 사람, 다른 사람들이 듣는거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으세요. 저는 그런 것들이. 좀 더. 지금도 많이 쉬워졌지만, 좀 더. 좀 더 대중적인 그런 것들이 같이 가야”(25)
2) 교육 내용의 수용성

교육 내용 개선에 대한 의견으로는 여성과 남성의 기회균등 및 성평등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기 위한 내용과 더불어 이론 및 사상보다는 불평등과 이로 인한 폐해 등 실질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한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정리된다. 다년간의 정책으로 인해 다양한 방식의 성인지 교육, 성폭력 예방 교육 등이 진행되어왔으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로 인해 주민들은 해당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단계로 이해된다. 반면, 교육 이후 실제 생활 속에서 양성평등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여전히 도전과제로 남아있다. 어떠한 측면에서는 성평등 교육이라는 이름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다양하게 생활에 꼭 필요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구성하여 접근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응답자도 있었다.

“그때 교육을 들었을 때는 인식은 어느 정도 됐어요. 이런게 성평등에서 어긋나는 행동이구나, 인식은 됐는데 막상 이걸 적용을 해보자고 하니까 떠오르는게 거의 없는 거 보니까 그 부분이 부족하지 않나.”(3)
“내가 시어머니 입장일 때, 친정엄마 입장이었을 때 교육의 다양성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입장 바꿔서 내가 남자였을 때, 내가 여자였을 때, 그래야 인식이 내가 절제할 수 있고, 내가 이런 행동하고 있었구나, 이거 고쳐야겠다, 내가 이런 생각은 잘못됐구나, 그런 교육이 있으면 좋겠어요.”(6)
3) 교육으로 인한 자기효능감 제고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 중 하나로 주민들의 자기효능감 증진이 있을 수 있다. 주민 응답 중에는 가사분담 등 가정 내 성역할구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매뉴얼 제공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이를 통해 부부 관계에서도 교육 이전에 알지 못했던 서로 상처되는 행동을 삼가고 서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효과가 가족 내에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나타날 수 있도록 농촌형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가정, 가사 노동이나 가정 내의 노동불균형이라고 해야 하나? 그것 때문에 불만들이 사실 농촌은 되게 심하거든요. 농사 지으러 갈 때는 같이 동업자로 하다가 집에 들어오면 하나는 집안일을 해야하는 거고... 계속 반복되면 노동착취 개념까지 가는 거예요. 나의 노동이나 시간을 개인적인 시간을 착취당하는 느낌, 좋게 얘기하면 봉사와 사랑일 수 있지만 그게 계속 되면... 남편이 착취하려고 한건 아니잖아요. 안배우고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러는데 그러면 이게 되게 상처예요... 그런 감정이 쌓이기 전에 그걸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교육이라고 해야할까? 그게 되게 사상이나 이런 것을 이야기하지 말고 디테일한 해결방법,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교육이 있으면 좋겠어요. 농사짓고 들어오면 남편이 씻는 동안 와이프가 밥을 하면 남편이 빨래를 좀 체크해주면 좋겠죠? 구체적인 거 있잖아요. 어떤 부분은 이런 식으로 해서 서로 해결을 한답니다 하고 가이드를 준다고 할까? 구체적인 교육이 있으면 좋겠어요.”(20)
“제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이 나오면 좋겠어요. 농촌에서는 어르신들이 이게 뭐가 잘못 됐다고 생각을 안하시거든요... 농촌에서 내 삶이 어떤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끄집어내는 시간이 있어야, 근본이 풀려야 그 다음이 한 발짝 나가고, 나가고, 남들도 이해되고 하는데 내가 곧이 곧대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거기에 아무리 (교육을) 넣어봤자 안될 것 같거든요. 그게 꼭 필요할 것 같아요.”(21)

앞서 임파워먼트 이론에서 살펴본 대로 어떠한 행동이나 행위가 성취로 전환될 때 임파워먼트가 달성되었다고 인식하는 것인데, 성평등 교육을 수강했지만 그 이후에 어떤 변화로도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농촌지역에서 여성들의 임파워먼트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더 좌절하는 경험으로 축적될 우려가 있다. 성평등 교육을 받으면서 우리 사회의 성평등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정보차원에서 접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거주지역 내에서 혹은 가정 내에서 수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성평등을 인지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전문가의 경험적 인식 분석을 통해 본 농촌형 성평등 교육프로그램 개선 방안

1) 모듈식 강의안 개발 및 강사 역량 강화

지역 성평등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강사들의 의견에 따르면 농촌지역 내 관습이나 불평등 사례의 다양성으로 인해 농촌형 성평등 프로그램을 표준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강의안의 중요성은 공통적으로 강조하였다.

“처음에는 개발원에서, 우리가 아직 다 모르니까, 기본강의안을 만들었어요. 저희들하고 함께... 처음엔 그걸 가지고 하다가 강의안이라는게 기본이 없잖아요. 이슈가 달라져야하고, 자기 상황에 따라 맞춰야하고... 농촌의 현실이 다 다르죠. 삶의 맥락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표준으로 하는 분들 없을 거에요. 제일 힘든게 남의 강의안으로 강의하는거에요. 저는 다 재구성해요. 다른 선생님도 아마 그렇게 하실거에요.” (34)

또한 기본강의안에서 시작해 결국 농촌의 다양한 현실을 담아내기 위해서 대상 혹은 특정 상황에 따라 강사들이 선택하여 활용할 수 있는 모듈식 강의안 개발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한 주민이 성평등 교육을 통해 평소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불평등한 관습에 대하여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응답한 것과 같이 성평등 강의의 기본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성인지 감수성에서 시작하며, 이러한 기본강의안을 농촌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상황별, 대상별 모듈화가 필요하다.

“...농촌형에 몇십대 여성이면 이렇게 모듈을 갖다가 쓸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여러개 만들어놓고, 그걸 통째로 들고 가는게 아니라, 이런 것들을 조합할 수 있는 것들... 저희들 항상, 강의안이 수십개가 되잖아요, 수백개가 되잖아요. 다른 대상이 들어오면 이전 강의안을 다 열어놓고 이중에 저희가 조합을 하는거거든요. 그런 것들을 약간 매뉴얼화 시키면 될 것 같아요. 제가 쓰는 방법이니까... 그런 세트들을 만들어놓고 강의마다 필요할 때 공부하고 가져갈 수 있는. 뭐 게시판이 이렇게 있으면 여기 뭐뭐뭐뭐 눌러놓으면 메뉴판을 만들어 놓으면 내가 필요한 메뉴를 하나씩 갖다쓰는 거. 좀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강의안을 통째로 구성해서 제공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35)

또한 이렇게 개발된 모듈을 실질적으로 교육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조합하여 다양한 강의 현장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강사 역량이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도시와 다른 농촌지역의 특성을 이해하고, 각기 다른 지역별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 농촌지역 특화 전문강사가 필요하며, 강사인력 확대, 활동비 제공, 강의 기회 확대를 위하여 관련 예산 확충이 중요하다. 전문강사를 주업으로 할 수 없는 경우 본업과 기타 단체활동과의 양립이 어려우므로, 강사 고용요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농촌형 성평등 전문 강사 프로그램을 이수한 전문가들이 배출되었음에도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강의 기회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사를 계속하려면) 보수교육도 해야하고... 중간에 그래서 떨어져 나간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이거로만 자기 생계를 책임질 수 없으니. 조금 여유로운 분들이 할 수 밖에 없는거죠. 그래서 저는, 전문강사 조달을 하려면 그 정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선생님은 이게 자기 생계야. 그러니까 다른 일을 하세요. 농사를 지으시거든요. 바쁘면 농사부터 지어야 하는거야. 만약 이게(강의료) 된다, 그럼 이걸 하시겠죠. 그리고 농촌 지역 양성평등 전문강사 조달, 농촌 지역뿐만 아니라 이 일을 할거면 기본적으로 저는, 이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어떤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리 좋은 강사들이라도 이걸 지속할 수가 없어요.” (34)
2) 교육 대상 확대 및 이장단 중심의 추진체계 공식화

교육 대상 및 추진체계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모아보면 이장, 통장, 조합장 등 농업 관련 의사결정 권한이 큰 대상에 대한 성인지교육의 필요성이 높으나, 참여를 유도하기가 어려워 성인지교육 이수를 후보자 자격요건으로 추가하는 등 교육 의무화와 실태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장 등의 지역리더 교육을 강조한 것은 주민 대상 면접결과와 동일하지만, 전문가 면접 결과에 따르면 그 방식에 있어서는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장단 회의가 있는 날 강의 제안을 받아서 진행한 경험이 있는 강사에 따르면 회의 중간에 10분 혹은 20분 정도로 강의를 끝내달라는 무리한 요청을 받았던 적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교육기회 제공을 위한 관련 예산 편성이 필요하며, 여성단체의 역할 확대와 동시에 지자체 차원에서 고정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교육의 신뢰도 및 참여도를 제고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주목할 점은 성평등 교육이 언제 어느 지역에서 몇 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농촌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교육을 추진할 수 있는 전담기관 마련과 컨설턴트 등 강사 외 전문인력과 협업한 교육 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앞서 강조된 강사 역량의 중요성과 연계되는 부분이다. 또한 현재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농업기술센터 외에도 농촌기술 관련 조합, 마트 등 농업관련 소규모 시설에도 의무교육이 확대되어야 하며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강조되었다.

“농촌기술관련 조합에 있는 마트 같은 그런 곳. 그런 기관 내에서 종사자 간에 이런 성희롱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실질적으로 피해자로 왔을 때 교육을 물어봤더니 너무 형식적인 교육이 많이 되고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그리고 심지어는 조합장도 다 친인척으로 돼서 그것을 토로했지만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고 그런 적이 있어서 이분들의 어떻게 보면 공기관은 의무교육이 형식적이든 아니든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밑에 농업관련 이런 소규모 시설... 기술센터같이 공직, 공기관 말고 그 밑에 더 작은 단위에도 의무교육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것에 대한 결과, 반드시 점검 차원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아요.”(12)

의견을 종합해보면, 전문강사들은 지역에서 성평등 교육을 담당하는 공무원, 이장단 등의 남성 지역 리더의 교육을 강조한다. 농촌사회는 여전히 집성촌을 이루고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 친인척과 함께 하나의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 대가족 중심과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의 전통사회 관습이 농촌의 지역사회와 생활에 뿌리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농촌사회의 특수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여성들만의 인식변화나 행동변화로 성평등을 실천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으므로, 마을의 고령층 남성대상, 마을지도자 대상 교육이 절실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3) 맞춤형 성평등 교육 및 성평등 교육의 일상화

교육 방식에 대한 의견으로는 강의와 토론이 어려운 주민들의 경우 대상에 따라 롤플레잉, 놀이기법을 활용하는 등의 맞춤형 교육방식의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있었으며, 일회성 교육보다는 농번기를 피해 교육 이후에도 정기적인 후속모임을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맞춤형 교육방식에 대한 의견은 앞서 제시된 바와 같이 현장 상황과 대상의 성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강사역량과 대상별, 상황별 모듈화된 기본강의안 마련의 중요성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후속 모임을 위한 환경 마련에 있어서는 여성농업인센터과 같은 거점 공간의 중요성이 언급되었다.

“여성농업인센터같이 이런 핵심 거점이 있다는 게 되게 중요할 것 같아요. 공간의 역할이 엄청 중요한데... 인구 늘리기 정책만, 주민등록만 옮기라고 그러지 말고... 왔다갔다 하면서 필요한 일 할 수 있게끔. 거점도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야지 뭐 여성농업인이든, 남성농업인이든, 직장인이든간에 이런 분들이 다양하게 저녁에 모여서 스터디를 하고, 취미활동을 하고. 뭔가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공론화시킬 수 있는, 그런 장이 자꾸 마련되면 좋을 것 같아요.”(30) “사실 거의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거거든요. 강의 몇 번 듣는다고 바뀌지 않아요. 저희 같은 경우에 6회 강의 끝나고 나서 영화모임을 계속 하고 있는데... 재밌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지고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33)

결국 농촌형 성평등 교육은 농촌의 현실을 반영하는 내용과 농촌 주민들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방식으로 참여하여 성평등 인식 부족으로 불편했던 생활을 차츰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매개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의 특성상 긴 시간을 할애하여 교육을 진행하기 어렵고 고연령층이 대부분인 주민의 특성상 단기간에 성평등 인식을 개선하는 것 또한 쉽지않은 일이다. 따라서 농촌형 성평등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도시지역의 공무원이나 직장인을 대상으로 접근했던 것과는 다른 관점과 방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성평등 교육이 자칫 성희롱ㆍ성폭력 예방교육과 동일시되는 경우도 목격하게 되지만, 일상생활에서 늘 경험하고 있는 과도한 가사노동과 대표성에서의 배제로 인한 여성의 주변화와 소외, 자기효능감 상실에 대한 해결이 농촌형 성평등 교육에서 초점을 두어야 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Ⅴ. 요약 및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본 논문은 지역 성평등 교육의 현황을 살펴보고 농촌특화형 성평등 교육프로그램이 여성농업인의 임파워먼트를 구축하는 도구로써 활용될 가능성을 점검해보았다. 농촌특화형 성평등 교육프로그램이 어떠한 내용과 방법으로 구성되어야 현장에서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지 살펴보기 위해 성평등 교육을 경험한 주민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의 방법으로 자료를 조사하였고, 궁극적으로 본 논문은 그들의 경험과 인식분석을 통해 농촌특화 프로그램은 다양한 농촌의 특성을 반영하여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상황별, 대상별 모듈화 방식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 파악한 농촌의 성평등 현실은 여성에게 부가되는 농업노동과 가사노동의 이중부담에서 오는 보편적인 성불평등과 농촌지역의 특수성에 기인한 가부장적 전통과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전통적 사회의 관행으로 인해 복합적인 측면이 강하게 나타났다. 따라서 임파워먼트 분석틀에 이같은 농촌의 성평등 현실을 적용해본다면 임파워먼트 전제조건으로써의 농촌형 성평등 교육은 가부장적인 농촌의 현실과 사회적 관행을 변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교육대상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 이유는 농촌지역의 성평등 수준에 대한 인식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회의적이었고, 여성 중에서도 여성단체 소속인 경우 농촌지역의 성평등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였기 때문이고, 이러한 남녀 간 인식의 차이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성평등 교육의 내용과 접근방식을 분리해야 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분석하였다.

교육 대상자로서의 남성과 여성은 사실상 농촌사회에서 계층화된 집단이다. 이때의 남성은 마을의 리더집단으로서 지역의 젠더화된 권력구조의 상위 계층을 차지하며 성평등 교육뿐 아니라 농촌사회의 주요한 의사결정과 정보 접근성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다. 심층면접에서는 이들 집단에 대한 성평등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반면, 교육 대상자로서의 여성은 농촌사회에서 주변화되고 소외된 계층이지만, 여성농민회 활동을 하는 소수의 여성지도자 집단은 성평등 의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지만 공고한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성평등 실천 의지를 지속하기 어려운 난관에 직면하기도 한다. 따라서 농촌특화형 성평등 교육프로그램은 이 같은 교육 대상자의 인식과 경험을 반영하고 성평등이 삶 속에서 실천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본 논문이 선행연구와 기존 정책에 기여하고 있는 바는 농촌 주민의 성평등 현실과 인식, 성평등 교육 참여 경험에 기반하여 교육프로그램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본 논문이 가진 한계는 농촌의 성평등 교육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였지만 농촌의 다양한 주민들을 모두 포괄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이주배경여성에 대한 성차별의 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였으나, 심층면접 대상자로 선정하는데는 본 연구의 한계가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한 정책적인 차원의 시사점은 이 연구가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농촌특화형 성평등 교육 강사양성 프로그램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농촌특화형 성평등 교육은 농촌 거주 경험을 가진 현장 감각이 있는 강사를 통해 전달할 때 그 효과가 배가 될 것이기 때문에, 농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마을 여성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농업 관련 의사결정자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 및 시급성에 대한 인식이 컸기 때문에, 마을단위 이장단인 남성 중심의 의사결정자에 대한 성평등교육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점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

실무적인 차원에서의 시사점 및 기여하는 바는 주민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를 종합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주민 대상의 분석에서는 성평등 교육이 생활에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실천적 내용으로 구성될 것을 요구하였고, 전문가 대상 분석에서는 모듈식 강의안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농촌의 요구를 반영하여 실무적인 차원에서 농촌특화형 성평등 교육프로그램은 세가지 차원의 모듈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자 한다. 첫째, 성역할 고정관념과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이해를 돕는 성평등 의식에 대한 모듈이다. 농촌형 성평등 교육의 대상자가 고령이고 성평등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다는 점과 동시에 교육을 통해 작지만 성평등을 실천할 수 있도록 자기효능감을 제고하는 내용과 방식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강의식 수업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게 하거나 짧은 역할극을 시도해보는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 둘째, 농촌 생활세계 속에서 나타나는 성차별과 여성농민의 지위에 관한 모듈이다. 가족내에서의 가사분담과 마을 활동 속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별 노동분업이 나타나는 양상을 인식하게 하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 성평등을 저해하는지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농촌사회에서 당연시되는 관행을 성평등의 관점에서 개선하고 성평등한 농촌마을을 만드는 정책을 소개하는 모듈이다. 이 모듈에서는 성별영향평가, 여성친화도시 같은 정책과 우수사례들을 소개하여 도시뿐 아니라 변화하는 농촌사회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농촌지역에서 성평등 교육의 환경은 시간적ㆍ공간적 제약에 직면하고 있는데, 모듈식 프로그램은 강사가 대상에 따른 교육프로그램을 적절하게 구성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성평등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매우 유용할 것이다. 이상에서 분석한 결과와 시사점을 통해 농촌특화형 성평등 교육프로그램이 재정비되고 농촌사회에서 수용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Acknowledgments

This work was carried out with the support of the “Cooperative Research Program for Agriculture Science and Technology Development(Project No. PJ01564902)” Rural Development Administration, Republic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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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Fig. 1.
Gender Equality Training Program as a Tool for Empowerment (drawn by authors based on Kabeer 1999).

Table 1.

List of Respondents

Province No. Gender Age group Participant
Jeolla 1 Male 50-59 Rural resident
2 Male 60-69 Rural resident
3 Female 50-59 Rural resident
4 Female 50-59 Rural resident
5 Female 60-69 Rural resident
6 Female 60-69 Rural resident
7 Female 40-49 Rural resident
8 Female 20-29 Rural resident
9 Female 50-59 Rural resident
10 Female 50-59 Gender expert
11 Female 60-69 Gender expert
12 Female 40-49 Gender expert
13 Male 60-69 Rural resident
14 Female 50-59 Rural resident
15 Female 60-69 Rural resident
Gyeongsang 16 Male 40-49 Rural resident
17 Male 50-59 Rural resident
18 Female 50-59 Rural resident
19 Female 50-59 Rural resident
20 Female 60-69 Rural resident
21 Female 50-59 Rural resident
22 Female 50-59 Gender expert
23 Female 40-49 Gender expert
Gangwon 24 Female 40-49 Rural resident
25 Female 50-59 Rural resident
26 Female 50-59 Rural resident
27 Female 30-39 Rural resident
28 Female 50-59 Rural resident
29 Female 50-59 Rural resident
30 Male 50-59 Rural resident
31 Male 50-59 Rural resident
32 Female 50-59 Gender expert
33 Female 50-59 Gender expert
Chungnam 34 Female 50-59 Gender expert
35 Female 50-59 Gender expert
36 Female 40-49 Gender expert
37 Female 60-69 Rural resident
38 Female 60-69 Rural resid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