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유학생의 한국 생활 적응에 관한 연구 :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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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In this study, two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in April 2023 on five Muslim foreign students enrolled at a university (graduate school) in Seoul with focus on college life, cultural adaptation, and religious life. The study was conducted as a prelude to Korea’s globalization and multicultural era in an attempt to understand Muslim culture and narrow the psychological distance between Koreans and Muslims. The results of this study were as follows. First, the students decided to study abroad based on perceptions of Korea and the recommendations of relatives, and found their colleagues and professors treated them fairly, but regretted that exchanges with Korean students were limited to formal classroom exchanges. The excellent Korean language abilities of international students simplified obtaining scholarships and meeting living expenses in Korea through part-time work, implying an ability to find jobs in Korea and their home countries. The students had strong religious beliefs and demonstrated a traditional, conservative tendency to prioritize marriage over employment. Second, in terms of adaptation to Korean culture, diet was the most difficult issue for religious reasons, particularly the availability of halal food. Because Koreans consume much pork, Muslim students could not eat school meals, rarely ate out, and found it difficult to buy appropriate snacks at convenience stores, and thus cooked meals themselves. As regards dress, female Muslim students do not expose skin except for that of the face and hands. The wearing of a hijab is a serious religious topic and symbolizes piety. Third, Muslim international students experience difficulties securing prayer time and space and complying with the requirements of Ramadan and thus choose courses that are compatible with prayer time and space requirements. Students also experienced Islamic/Korean cultural difficulties but exercised constraint and conformed with Korean expectations. The number of Muslim international students included in this study was limited, and thus generalizations are not possible. In addition, individual student characteristics and factors associated with countries of origin and culture were not considered. Therefore, we suggest follow-up studies be performed to address these shortcomings.
Keywords:
living culture, Muslim international students, religious life, university lifeⅠ. 서론
오늘날 한국사회의 주요 특징은 저출산, 고령화, 글로벌, 다문화이다. 최근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8% 이하로 내려가서 세계 최저 수준이고,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세계 최고 속도로 진입한다. 2022년 출산한 신생아의 수는 20만 명 미만으로 수도권 대학의 총입학정원에 미달하는 상황에서, 현재 한국 지방대학의 구조조정과 외국인 유학생의 급속한 유입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1980년대 말 3D업종을 중심으로 시작된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과 한국경제와 한류 문화의 글로벌화로 한국에 대한 우호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외국인 유학생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 출입국ㆍ외국인 정책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외국인 유학생이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1971년도로 총 316명이었다. 그 후 세계 우수 인재를 초청하고 이들에게 장학사업을 함으로써 친한(親韓)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데 목적을 둔 GKS(Global Korea Scholarship) 사업은 한국 내 해외 유학생 수 증가에 이바지하였다(Kalanova & Kim 2021). GKS는 교육과학기술부의 ‘Study Korea Project’와 연계하여 ‘보내는 유학’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유학’으로 정책의 변화를 가져와, 국내 대학은 외국인 학생 유치에 매진하게 되었다. 그 결과 2023년 3월 현재 국내 대학 유학생은 약 21만 명으로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몽골, 일본, 인도네시아 순이다(Ministry of Justice 2023). 한국 내 유학생과 외국인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소위 단일민족인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일은 이제 매우 일상적인 현상이 되었다(Kim 2020).
한편, 오늘날 세계인구 약 80억 명 중 25%인 20억 명 내외가 무슬림 즉, 이슬람교 신자로 아시아와 중동 및 아프리카지역에 널리 퍼져 있다. 이슬람교는 기독교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신자가 많으며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이다(Shim & Lee 2023). 한국이나 서방세계에서 이슬람교는 기독교나 불교에 비해 거부감 즉, ‘이슬람혐오증(Islamphobia)’이 있는 특별한 종교이다. 한국인은 기독교나 불교와 같은 종교는 자연스레 받아들이면서 유독 이슬람만은 테러 집단으로 대하는 종교적 편견이 있다(Lee 2010). 한국 사회에서 이슬람권은 타자(他者)이며 교육이나 미디어, 잠재의식 속에 있으며, 고착화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바라본다(Park & Cha 2016). 이 가운데 오늘날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 유학생들이 국내 대학으로 다수 유입 중인 것은 다소 역설적인 상황이다. 이들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한국어 교육 기관의 진출 등으로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한국어와 한국 문화 습득을 통해 더 나은 취업 기회를 본국에서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상승으로 한국에 유학을 오게 되었다(Kim & Lee 2011).
이런 배경 아래에 국내에서 무슬림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Hwang(2008)은 이슬람권 유학생 136명을 대상으로 한국문화의 수용 정도와 한국식의 이슬람 접근 방식, 이슬람권 이주민 정책과제를 논의하였다. Hwang(2010a)은 아랍이슬람권 유학생들의 한국 문화 인식 정도를 분석하였으며, Hwang(2010b)은 광주지역 유학생을 대상으로 아랍이슬람권 이주민의 문화 접변 양상을 통해 의식주 문화에서 겪는 어려움이 크다는 사실도 밝혀내었다. 또한, Lee(2010)는 국내 거주 무슬림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에 나타난 갈등 양상 연구를 통해 한국인의 이슬람에 대한 내재된 고정관념과 편견이 종교적 갈등으로 발산되는 것을 알아냈고, Park & Cha(2016)는 한국 무슬림 유학생의 적응 유연성 연구를 통해 무슬림 중 개인의 환경, 지역사회, 문화와 민족의 역사적 배경에 따라 다양성을 가질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Hur & Hur(2017)는 2명의 인도네시아 대학원 유학생들의 문화충격과 한국문화의 특성을 파악하고자 한 바 있다. Kim(2020)은 인도네시아에서 온 3명의 무슬림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하였는데, 한국어와 한국어교육을 전공하는 유학생들에게는 실제적인 언어능력향상 프로그램이 가장 필요하고, 한국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식문화임을 확인하였다. 한편, 무슬림을 명시적 연구대상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중앙)아시아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국의 적응과정 연구로는 Lee(2012), Kang et al.(2014), Seo (2020)의 연구가 있는데, 이들의 한국 유학 동기로 호기심, 동경, 기회와 디딤돌, 문화탐방, 글로벌 위계, 취업목적 등을 제시하였고, 이들의 한국생활 적응과정에서의 우려를 지적하였다. 또한, 무슬림 유학생의 종교적 신념과 학업 성취도, 문화적 정체성과 사회적 통합, 편견과 차별에 대한 대응 등도 연구의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상의 선행 연구에 따르면 무슬림 유학생들에 관한 연구는 양적, 질적으로 미흡하고, 연구 대상이 지방 대학에서 학업하는 무슬림 학생들이 주를 이루며 연구 주제가 한국 대학 생활과 사회 생활 적응에 관한 단편적인 면만을 다루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서울지역 대학교에 재학 중인 무슬림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진행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인문사회계 대학생들로 한국어 또는 언어능력이 높은 수준으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였고, 인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하여 생활 문화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 한국 대학 생활에 대한 경험과 한국 생활 문화 경험, 종교의 실천에 대한 본질적인 면을 찾아낼 수 있게 하였다. 이를 통해 무슬림 유학생들의 한국 생활 적응을 위한 대학과 한국인들의 이해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저출산, 고령화, 글로벌, 다문화라는 한국 사회 변화에 대한 긍정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데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목적을 달성을 위한 연구 문제는 첫째, 서울지역 무슬림 유학생의 한국 대학 생활은 어떠한가? 둘째, 서울지역 무슬림 유학생의 한국에서의 생활 문화(의생활과 식생활 중심)의 적응은 어떠한가? 셋째, 서울지역 무슬림 유학생들의 종교적 생활 실천은 어떠한가? 이다.
II. 연구방법
1. 연구 참여자
연구 참여자들은 서울 소재 *** 대학교에 재학 중인 5명의 무슬림 유학생들이다. 최근 무슬림 유학생들에 관한 연구는 지방대학에 유학 중인 학생들에 관한 연구가 많았으므로, 차별화를 위하여 서울지역 무슬림학생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연구 목적에 적합한 연구 참여자들을 의도적으로 표집하는 유목적적 표집방법(Creswell 2013)을 사용하였다. 우선, *** 대학교 외국인 유학생 지원팀의 도움으로 이슬람국가 출신 유학생 명단을 받았다. 명단에 있는 유학생들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해서, 그들 중 연구 참여에 동의한 5명의 학생을 선정하였다. 여학생 4명, 남학생 1명이며, 나이는 모두 20대이고 학부생 3명, 대학원생 2명으로 구성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의 전공은 학부는 영상학과 1명, 정치외교학과 1명, 국어국문학과 1명이며, 대학원은 일반대학원의 한국어교육학과 2명으로 모두 인문사회계 전공 출신이다. 출신 국가는 우즈베키스탄 3명, 인도네시아 2명이며, 거주 기간은 6개월~5년 사이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모국어(우즈벡어와 인도네시아어)와 한국어(TOPIK 5급 이상)는 모두 능통하였으며, 우즈베키스탄 출신은 러시아어를 모두 사용할 수 있었고, 이외에 영어, 터키어, 아랍어, 노르웨이어를 하는 어학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었다. 5명의 학생은 국가장학금과 대학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고 공부를 하고 있으며, 거주 형태는 대학 기숙사와 대학 근처의 원룸에서 거주하고 있다(Table 1).
2. 자료 수집
본 연구는 *** 대학교에 재학 중인 무슬림 유학생을 연구 참여자들로 선정하였으며, 연구 참여자들에게 연구 목적을 설명한 후 동의를 얻어 진행하였다. 본 연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이루어진 것은 2023년 3월 20일이었으며, 3월 27일에 연구 참여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개별 면담은 연구 참여자의 일정에 맞추어 총 2회에 걸쳐 약 45분에서 70분(평균 60분)간 진행되었다. 자료 수집은 2023년 4월 약 3주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면담 시기는 1차 면담은 2023년 4월 6일과 4월 7일에, 2차 면담은 4월 20일과 4월 27일에 하였으며, 녹음 자료와 면담 시 기록한 메모가 수집되었다. 면담은 면담자가 미리 준비한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활용하여 연구 주제에 따라 자연스러운 대화형식으로 진행되었다(Lee & Kim 1998). 질문내용은 한국에서의 대학 생활(유학 동기, 수업시 어려움, 경제적인 문제, 교우 관계, 미래의 계획), 한국의 생활 문화(의생활, 식생활), 종교 생활을 포함하였다. 면담 후 추후 필요에 따라 전화나 문자를 활용하였다. 면담 도중 추가 질문을 하거나 중요한 부분은 연구자가 메모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면담 내용은 연구 참여자들의 동의 하에 녹음하였으며, 심층 면담을 통한 녹음 자료 및 전사 작업과 현장일지 기록을 주요 자료로 수집하였다. 면담 장소는 연구 참여자들에게 익숙한 대학 캠퍼스 내에서 진행하였다.
3. 자료 분석
본 연구의 자료 분석은 Glaser & Strauss(1967)의 분석적 귀납 방법을 택하였다. 연구자의 주관성을 배제하고자 개방 코딩을 활용하였고, 연구 참여자들의 녹음된 심층 면담 자료를 전사 작업 후 반복적으로 읽어보며 공통적인 표현이나 반복되는 의미 있는 내용을 추출하였고, 유사한 상황과 내용을 묶어 유의미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축소하였다. 개방 코딩을 통해 코딩한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어보는 과정에서 비슷한 어휘들이나 단락들을 묶어 연구 문제와 관련된 면담 자료에서 주제를 분류하였다. 분류된 주제에서 하위 범주의 개념이나 범주 제목을 만들면서 영역별로 범주화한 후, 원 자료를 축약하는 코딩을 하였다. 자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유의미한 주제를 발견하는 주제 분석 방법을 적용하였다(Patton 1990). 연구의 타당도를 위해 멤버 확인(member check)과 동료 검증(peer debriefing)을 하였다. 연구의 목표에 부합하는 답이 실제 참여자가 발화한 것과 일치하는지, 표현한 내용이 자신이 의도한 생각과 맞는지 멤버 확인을 통해 확인 작업을 거쳤고, 발견된 주제, 쟁점, 현상 등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위해 동료 연구자 2인과 토론을 하는 동료 검증을 하여 연구의 타당도를 높였다.
4. 연구 참여자에 대한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연구 참여자에 대한 윤리적 고려를 위해 면담을 시작하기 전 연구의 목적, 연구의 필요성 및 연구 진행 과정에 관해 설명하였고, 연구 동의서를 작성하여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다. 서명된 연구 동의서를 보관하였고, 녹음과 녹음 전사 내용을 파일로 정리하여, 연구자의 노트북에 잠금장치를 하여 보관하였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개인정보 안전을 위해 연구 과정에서 인용될 수 있는 이름은 실명이 노출되지 않게 하였고, 잠금장치를 설치한 파일은 3년 동안 보관 후 파기할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자가 연구 참여를 원하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연구 참여를 중단할 수 있도록 연구 참여자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하였다. 연구 참여에 대한 보상으로 심층 면담 때마다 2만원 상당의 도서상품권을 제공하였다.
III. 결과 및 고찰
1. 한국 유학 생활
연구 참여자들의 한국 대학 유학 동기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동경, 가족 및 주변인의 추천,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학업으로 나타났다. 연구 참여자들은 자국에서 개인적으로 또는 교육기관에서 한국어를 오랜 시간 공부한 후, 한국으로 유학하게 되었다.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친오빠가 한국으로 유학을 와서 관심을 가지게 되어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한국에 유학 오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어요. 13살 때부터 한국어를 공부하였고, 한국어에 대해 더 알기 위해 국문학과에 진학했어요. (2023/04/06, 연구참여자 B)
저는 사촌 동생이 먼저 한국에 와서 한국을 소개해 주었어요. 원래는 심리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지원할 당시 TOPIK 6급이 없어서 못 가고, 정치 외교학과를 선택했어요. 현재는 심리학과와 복수 전공을 하고 있는데, 공부를 할수록 정치외교학과를 잘 선택한 것 같아요. (2023/ 04/06, 연구참여자 C)
연구 참여자 B와 C의 유학 결정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인은 한국 유학을 경험한 주변인 및 가족을 통한 정보 접근의 용이성을 들 수 있다. 오빠와 사촌 동생과 같은 가족은 신뢰성이 있으며, 이들을 통하여 한국 유학과 한국 생활에 대한 정보를 획득한 후 한국을 유학지로 선택하였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한국어 통역일을 하였는데, 석사를 한 사람들보다 대우가 좋지 않았어요. 교수님께서도 한국에 가서 공부를 더 하고 오라고 하셨고, 저도 한국에서 석사를 졸업하면, 더 좋은 조건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오게 되었어요. 부모님도 처음에는 여자가 혼자 해외에 나가 산다는 것을 반대하셨는데, 대학 졸업 후 한국 관련 일을 하게 되어서 부모님도 제가 한국과 인연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2023/04/06, 연구참여자 A)
유학 동기는 인도네시아 대학의 학부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였어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어 교육을 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한국에 오게 되었어요. 석사 졸업하면 인도네시아에는 직업이 많아요. 저는 교수가 되고 싶은데, 한국에서 한국어를 좀 더 깊이 공부하다 보니까 어려워서 졸업 후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2023/04/06, 연구참여자 D)
위의 연구 참여자들은 한국의 대기업이 아시아 국가로 진출하면서, 한국에 유학하여 본국으로 돌아가 좋은 대우를 받고 취직할 희망을 품고 한국으로 오는 유학생 수가 점차 늘고 있다는 Kim & Lee(2011)의 연구와 같은 경향을 보였다. 유학생들의 한국 대학 선택은 외부적 요인 즉, 경제적 성장과 한류 열풍, 아시아에서의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변화, 한국 대학 측의 적극적인 유치 활동과 더불어 개인적 요인 즉, 한국에 대한 동경과 자신의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학업, 한국어 등 본인의 학습역량, 의지가 있다(Seo 2020).
연구 참여자들은 한국 유학의 초기 진입 시에 대학 생활에 대한 정보안내의 차이와 한국 대학에서의 교수ㆍ학습 방법의 차이로 수업을 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종교 생활을 위해 수강 신청을 조정하는데, 이는 무슬림 학생들만의 특징이었다.
대학 생활을 시작할 때 수업 진입에 대한 안내가 없어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외국 유학생을 위한 안내가 더 필요할 것이라 봐요. 전공 공부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워요.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선수과목도 많이 들어야 하고,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 아직 어려워요. (2023/04/06, 연구참여자 A)
저는 국비 장학생이기 때문에 국제사무실에서 정보를 많이 알려 줘요. 그리고 우리 학과는 논문 절차 등 모두 잘 알려줘요. 그렇지 않은 유학생의 경우에는 스스로 해결해야 해서 힘들어해요. (2023/04/06, 연구참여자 D)
수업할 때 팀플이 어려워요. 팀원들 간에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요. 카톡방을 만들어서 야간에 주로 하는데, 카톡방에서 조장을 뽑아 서로 논의하면서 진행해요. 일 나누는 것은 외국 사람이라고 가벼운 것을 시키지 않고, 똑같이 나누어요. 한국 학생들은 잘 도와주고, 친절하고, 남녀 차이가 없어요. 교수님께서도 성적을 공정하게 주는 것 같고, 한국어 때문에 점수가 못 나오는 것 같지는 않아요. (2023/04/27, 연구참여자 C)
수업내용은 괜찮은데 교수님께서 질문이나 말을 시키면 말이 잘 안 나와서 어려워요. 인도네시아의 수업은 교수가 말하고, 학생은 대답하지 않는 형식이어서 한국에서 따라 하기 어려워요. (2023/04/06, 연구참여자 E)
연구 참여자들은 스스로 하는 공부 시스템, 팀플의 수업 형태, 수업 시간 질의응답형식의 한국 대학 수업 형식이 본국과 차이가 있어서 어려워하였다. 또한, 유학 초기에 적응하기 위한 안내의 부족도 수업을 이끌어 가는 어려움 중의 하나였다. 타 연구에서는 유학생들의 부족한 한국어 때문에 강의 이해 부족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고 하였으나(Seo 2020), 본 연구 참여자인 서울지역의 인문사회계 유학생들은 한국어 어려움은 적었다. 본 연구의 연구 참여자들은 대학에 진입하기 전 이미 5, 6급이상의 TOPIK에 합격할 정도로 언어적 어려움이 없는 것이 학습능력과 연관될 것으로 추측된다. 팀플형태로 수업 방식은 유학생들 경우 새로운 수업 형태일 수 있는데, 이러한 팀플 수업 형식에서는 새로운 조원 간에 맞추어야 될 부분은 있으나 진행 과정에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 없이 공정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았다.
저는 수강 신청할 때 듣고 싶은 과목을 먼저 고르고, 기도 시간에 맞추어서 수강 신청을 해요. 기도 시간과 겹치면 수강 신청을 하지 않아요. 한국에 와서 종교에 대한 생각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현재는 4학기여서 논문만 쓰면 되니까 수강 신청은 괜찮아요. (2023/04/06, 연구참여자 D)
제가 처음 한국에 와서 외국인 학생을 위한 듣기, 말하기, 읽기 ISC 과정을 듣었는데, 읽기 수업에서 본문 내용이 틀린 거예요. 돼지고기에 대한 이야기인데, 돼지고기를 금지할 당시에 돼지고기 값이 너무 비싸서 왕이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 돼지고기를 못 먹게 했다는 내용이었어요. 이는 잘못된 내용이었고, 이러한 내용이 책에 있다는 것에 너무 화가 났어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잘못된 인식을 하게 되잖아요. 그 당시 학생이었고, 종교에 대한 지식이 적어서 말을 할 수 없었어요. 마음이 아팠어요. (2023/04/06, 연구참여자 B)
무슬림 유학생들은 기도 시간 때문에 수강 신청 과목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무슬림 유학생들만이 가지는 대학 생활에서의 특징이었다. 또한,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언어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시사하였다. 이렇듯 대학교 내에서 유학생들의 종교적 신념을 소중하게 지킬 수 있는 대학교의 배려도 필요해 보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국가와 대학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었고, 부족한 부분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다.
현재는 장학금에 의존하고 있는데, 통역하는 회사의 아르바이트에 합격해서 아르바이트하려고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는 외국인등록증이 나와야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어요. 병원에서 통역하는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는데, 러시아사람들이 의료관광으로 한국에 왔을 때 통역해주고, 한국에 있는 우즈벡사람들이 병원에 갈 때도 통역해주어요. 시간당 12,000원을 받아서 괜찮은 편이에요. (2023/04/20, 연구참여자 A)
학비는 장학금이에요. 학교에서 등록금 중 30%를 감액해서 등록금을 내고, 평균 점수가 3.0이상 이면 계속 받을 수 있어요. 용돈은 부모님께 받고 아르바이트도 하는데 저축은 하지 않아요. 아르바이트는 이태원의 터기 식당에서 일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어를 못하니까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지 못했어요. 한국에서는 한국어를 할 수 있어야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요. (2023/04/27, 연구참여자 C)
저의 주 수입원 국가 장학금이예요. 이 돈으로 등록금은 모두 해결되고, 생활비도 돼요. 기숙사비는 대학교에서 50%를 줘요. 그래서 저는 매달 받은 돈이 여유가 있어 인도네시아의 계좌로 돈을 보내요. 동생이나 친척의 생일 선물이나 특별한 날 선물을 위해 돈을 보내요. 방학 때 통역이나 가이드로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2023/04/20, 연구참여자 D)
연구 참여자들은 학비는 장학금으로 대처하고 있고, 장학금의 종류에 따라 생활비까지 지원되기도 하였다. 선행 연구에서는 유학생들이 수도권의 생활비가 비싸서 지방대학을 선택하고, 자비 유학생이 많은 것으로 보고 되었으나(Lee 2012), 본 연구에서는 유학생들의 역량에 따라 수도권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대학 생활에서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어교육 전공의 학생들 경우에는 본국어와 한국어 통역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한국 학생들과 활발한 교우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학생들의 개인적인 성격과 학과 내의 학생들의 구성원도 원인이 되었지만, 한국 학생들의 소극적 성격에서도 기인하였다.
우리 학과에는 중국 학생이 97%여서 한국 학생들과는 거의 소통이 없어요. 한국 여학생을 보면 예쁘게 꾸미고 다니고 친절하지만, 자기 일을 중심으로 하고, 교류는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아요. (2023/04/06, 연구참여자 A)
저는 한국 학우들하고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해 보았어요. 수업 후 아르바이트하는 집에 초대도 여러 번 했는데 잘 오지 않았어요. 조별 과제를 할 때는 서로 연락을 많이 했는데 조별 과제가 완료되거나 학기가 끝나면 연락이 잘 안 되고, 외국 학생들에 대해 거리를 두는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중국 학생들과 친해서 서로 도와주고 계모임도 하곤 했는데, 한국 친구를 사귀어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2023/ 04/27 연구참여자 C)
저는 한국인은 1명 정도만 알고, 페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헝가리 등에서 온 동기 친구들과 한국어로 얘기하면서 교류를 하고 있어요. 학과에는 한국 사람이 별로 없고, 오히려 이슬람공동체에서 한국 무슬림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3~4년 전 한국에 왔을 때, 몇몇 한국 친구를 만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연락이 안 되고, 한국 사람들과 직접적인 교류는 없어요. 저의 성격이 말이 많지 않고,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 학생과 교류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답답하지 않아요. (2023/ 04/20, 연구참여자 D)
유학생들은 한국인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유학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데(Kalanova & Kim 2021), 실제로는 필요한 만큼 교류가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Lee et al.(2015)과 Lee(2010)의 연구에서는 무슬림 유학생들이 한국의 ‘빨리 빨리 문화’ 등 행동방식의 차이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하였는데, 본 연구 참여자들은 그 외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의 차이로 인한 내국 학생 교류에서의 장애 요인이 있다고 보았다. 즉, 학과 내에 한국 학생들이 적어서 만날 기회가 적고, 연구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교류하기를 원해도 한국 학생들이 소극적인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수업에서 과제를 진행할 때는 학생들 간에 서로 연락을 해도 과제가 끝나면 연락이 단절된다고 하였다. Seo(2020)의 연구에서도 한국 학생은 수업을 같이 들어도 들었을 때뿐이었고, 같은 나라 출신 친구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한국 친구들을 사귀는데 어려웠다는 것과 같은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 대학생들이 인간적인 교류보다 과제중심적 교류를 추구하는 개인주의와 서구적 행동방식, 대학 졸업 후 취직에 대한 압박감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한국 유학을 통해 한국 또는 모국에서 취직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하였다. 유학 초기의 유학생들은 대학을 졸업 후에 한국 기업에 취직할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였고, 졸업이 가까운 유학생들은 한국에서의 취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취직하여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후, 본국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경력을 쌓고 싶다고 하였다.
석사 졸업 후 박사과정에 들어가 한국어 교육을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우즈베키스탄에 한국어 학교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한국 회사들도 많이 들어와 있어서, 한국어를 잘하면 영어 잘하는 것보다 일자리가 더 많을 것 같아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전공이 중요하지 않고, 한국어를 잘하고, 컴퓨터를 잘하고 성실하면 어디든지 취직할 수 있어요. 저는 통역사나 교수로 일하고 싶어요. (2023/04/06, 연구참여자 A)
저는 졸업하면 고향에 가서 결혼을 하고 싶어요. 동창들도 결혼하고 아이도 있어서요. 그렇지만 한편으로 바로 우즈베키스탄에 돌아가지 않고, 조금 있다가 가고 싶기도 해요.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학교에서 일할 경우에는 우즈베키스탄 대학에는 정치학 관련 과목이 없어요. 한국에서 배운 정치 관련 과목을 대학의 교양 강좌에 넣어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사람이 어떠한 민족이든지, 어떠한 나라에 살든지, 어떠한 종교를 믿든지, 그 나라의 정치 아래에서 살아야 해서 자신의 정치적 권리도 알아야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2023/04/27, 연구참여자 C)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계속 한국에 정착할 예정이에요. 영상학과가 취업이 잘 된다고 하는데, 한국의 방송국에 들어가서 카메라 담당을 하고 싶어요. 영화계를 인도네시아와 비교하면 한국이 더 좋아서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싶어요. (2023/04/07, 연구참여자 E)
유학생들은 전공에 따라 취직을 하고 싶은 곳이 한국이나 본국으로 다르게 나타났지만, 한국에서의 학문적 수준이나 일자리 환경이 본국보다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국에 돌아가서 한국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하여 보다 성공한 위치에 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Kim(2020)의 연구에서도 연구 참여자들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당연히 일하며 사회적으로도 안정적인 위치에 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었고, 교수와 같은 전문직을 꿈꾸기도 하였다. 졸업 후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취업의 기회를 얻기를 원하지만, 한국에서 외국인들의 취업이 제한적이고 어려우므로 귀국 취업을 차선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석사 졸업한 후 고향에 돌아가서 결혼하고, 취직하고 싶어요. 부모님께서는 박사과정 가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저는 결혼을 해서 배우자가 있으면 안정이 될 것 같아요. 서로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동창들이 결혼하고 아기도 낳고 있어서, 결혼하고 싶어요. 취직은 한국에서 잠깐이라도 하고 싶은데, 인도네시아에 가서 고등학교에서나 한국 회사에서 통역일을 할까도 생각 중이에요. (2023/04/20, 연구참여자 D)
연구 참여자 중에는 졸업 후 결혼을 취업보다 중요시하여, 미래의 계획에 대해 국내 대학생들과 차이를 보였다. 이슬람에서의 결혼은 신과 두 사람(남자와 여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영속적인 관계이자 신성한 의례로 간주되고, 남성과 여성은 후손을 번성하게 하고 가족을 부양할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Park & Cha 2021). 무슬림 유학생들은 오늘날 국내 취업난으로 만혼 또는 비혼이 만연하는 내국인 청년문화와는 다른 문화를 보여주었으며, 결혼을 필수적이고 중대한 인생 과제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한국 생활 문화의 적응
생활 문화는 일상적인 삶이 행해지는 소재, 즉 공간과 시간, 의복, 주거, 음식, 출산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총체이다. 무슬림은 생활 문화에서 지켜야 할 사항들이 많고 종교적인 생활의 실천이 강조된다. 본 연구에서는 무슬림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생활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 특히 종교 관련하여 각각의 생활 문화에서 지켜야 하는 의복의 착용, 음식에 대한 의무에 대해 알아보았다. 의생활 문화 중 히잡은 무슬림의 상징으로 전 세계적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므로, 무슬림 유학생의 히잡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유학 초기에 연구 참여자들은 모국과 한국의 옷차림 차이로 인해 당황하였다. 한국의 젊은 여성들의 옷차림은 자신의 몸매를 드러내고 하의의 길이가 짧은 경우가 많았다. 이는 무슬림 여성들의 몸을 노출하지 않는 모습과 큰 차이점이 있었지만, 연구 참여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문화와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여성들의 옷은 짧고 얇아서 남자로서 부담스러웠어요. 지금은 시간이 지나서 적응되었는지, 우리 문화와 한국 문화는 다르겠다고 생각하며 받아들였어요. 제 생각에 한국 사람이 옷을 짧게 입는 이유는 미국이나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한국 사람들은 길고, 헐렁한 옷을 입었는데, 점점 꽉 낀 옷이나 짧아져서 몸매가 드러난 옷을 입잖아요.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다녔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2023/04/27, 연구참여자 C)
한국은 사계절이 있어서 대학생들이 계절에 따라 다르게 입는데, 유학 초기에 한국 여학생들이 여름에 너무 노출이 심하고 야하게 입는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적응이 되어서 신경 쓰지 않아요. (2023/04/20, 연구참여자 D)
연구 참여자들의 한국 사람의 옷차림에 대한 생각은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옷으로 자신의 몸매를 드러내고 하의를 짧게 입는 것이 유학 초기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된다고 하였다. 이는 무슬림 유학생들이 초기에는 이슬람 문화의 관점에서 한국 여성들의 의상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지만, 한국문화에 어느 정도 동화되어 생활하면서 여성들의 의복에 신경을 덜 쓰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Hwang 2010b). 한편, 연구 참여자들의 한국에서 옷의 착용은 종교적인 실천이 중심이었고, 의복 구매는 같은 국가의 동료들과의 함께 하였다.
일상생활에 입고 다니는 옷은 종교적인 것을 지키기 위해 얼굴과 손목을 제외하고 신체를 모두 가리고, 너무 얇거나 몸을 드러내는 옷은 입지 않아요. 옷을 구매할 때도 위의 조건을 고려하면서 사게 돼요. 옷은 주로 상의를 사게 되고, 하의는 너무 짧거나 몸에 붙어있어서, 잘 사지 않는 편이에요. 옷은 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언니들과 함께 명동이나 홍대에 가서 쇼핑하고, 온라인으로도 구매하며, 우즈베키스탄에서 아는 사람이 한국에 올 때 들고 오기도 해요. 옷은 만원이나 이만원대의 저렴한 옷을 구입해요. 저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히잡을 안 쓰고 있어서 히잡과 상관없는 옷을 샀고, 치마 길이도 무릎을 덮는 길이의 옷만 사게 되었어요. 히잡을 쓴 후로는 저의 의류를 30~40%는 본국에 보내거나 다른 사람에게 주었고, 지금은 옷을 안 사고 있어요. (2023/04/20, 연구참여자 B)
한국에서는 주로 인도네시아에서 가져온 옷을 입는 편인데, 한국에는 예쁜 옷이 많아서, 몇 번 샀어요. 조건은 신체를 모두 가릴 수 있어야 하며, 드레스나 원피스, 치마를 사 입었어요. 옷을 자주 사지는 않는데, 온라인으로 사지 않고, 직접 가서 사요. 고속버스터미널 지하 상가가 옷의 종류도 많고 가격도 싸서 친구들이랑 같이 가서 가격을 깍기도 해요. 저는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저를 위한 옷 구매비는 50,000원 이하에요. (2023/04/20, 연구참여자 D)
연구 참여자들이 한국에서 착용하는 옷차림은 신체를 가리라는 꾸란의 가르침에 따라 얼굴과 손을 제외하고 몸을 가리는 옷차림을 한다고 하였다. 옷은 본국에서 가지고 오거나 한국에서 구입하여 입는데, 종교적 의미를 지키기 위해 헐렁한 상의와 원피스, 치마 위주의 옷을 구매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옷의 구매는 본국에서 온 동료들과 함께 젊은이들이 주로 가는 옷 가게에서 구입하는 것을 선호하였다. 무슬림 여학생들은 유학 초기에는 한국 옷이 다양하고 예쁘다고 생각하여 자주 구입하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었으며 의복 구입비도 많지 않았다. 연구 참여자들은 옷차림과 의복 구입 시 종교적인 규율을 잘 지켰으며, 연구 참여자 B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히잡을 착용하게 됨에 따라 의생활 전체가 히잡에 맞추어 변화하게 되었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의 변화는 의생활에서도 변화를 보였다.
이슬람권 여성들이 머리와 목 등을 가리기 위해서 쓰는 가리개의 일종인 히잡은 무슬림 여성들의 상징이자 의생활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히잡에 대한 연구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구체화하여 분석하였다. ‘본국에서의 히잡에 관한 이야기’, ‘히잡 착용 유무에 대한 이야기’, ‘히잡의 패션화’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연구 참여자인 4명의 여학생 중 2명은 히잡을 착용하고 있고, 2명은 히잡을 착용하고 있지 않았는데, 현재 무슬림들에게 히잡 착용은 개인의 선택 문제로 남아있다.
가. 본국에서의 히잡에 관한 이야기
히잡은 역사가 깊은 이슬람 전통 복장 중 하나로 지역, 종교적 성향, 나이, 계층 등에 따라 모양과 색채가 다양하다(Lee & Park 2020). 히잡은 꾸란에 등장하였으며, 서구식 담론의 주제가 되고, 같은 이슬람국가에서도 국가에 따라 히잡 착용에 대한 배경과 역사가 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련의 공산당이 들어와서 히잡을 금지시켰어요. 지금은 정권이 바뀌어 다시 많이 히잡을 쓰게 되는데, 젊은 사람이 특히 많이 쓰고 있어요. 학교에 다닐 때 유아교육과 학생이 한 반에 30명 정도 여학생이었는데 거의 히잡을 착용했어요. (2023/04/07, 연구참여자 A)
히잡은 원래 9살 이후에 하는데, 집안에서 억지로 하는 경우도 있어 성인이 되거나 결혼을 한 다음에 벗어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이는 종교의 핵심을 잘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소련의 지배하에서는 종교 활동을 못 하게 하여, 히잡을 착용할 수 없었어요. 첫 번째 대통령 때도 밖에서 히잡을 쓴 사람을 보기는 어려웠는데, 현재 대통령으로 바뀌고 종교적 자유가 생기기 시작하여, 히잡을 착용해요. (2023/04/26, 연구참여자 B)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테러가 몇 번 발생한 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히잡을 착용하지 못하게 하지만, 평상시에 입고 다녔어요. 소련으로부터 독립된 정권에서도 너무 많이 종교에 끌려 다니면 테러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히잡을 허용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지금 대통령인 미즈리요예프가 종교의 자유를 많이 허용하여, 현재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히잡을 착용하고 있어요. (2023/04/06, 연구참여자 C)
우즈베키스탄은 1991년 12월 소련의 붕괴로 독립 국가가 되었다. 러시아로부터 지배를 받던 시절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어서 히잡을 착용하지 못했고, 첫 번째 대통령 때는 자유가 많이 허용되지는 않았지만, 두 번째 대통령이 당선된 후로는 사회 통제가 완화되었고 언론의 자유도 생겨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서 히잡의 착용이 자유로워졌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소련으로부터 독립된 세대인 젊은이들 사이에서 히잡을 더 자유롭게 착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인도네시아는 같은 이슬람 국가여도 좀 더 여유롭고,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는 나라예요. 주민등록증에 6개 종류의 종교를 표시하는데, 각각의 종교를 잘 지켜줘요. 그 중 이슬람은 교리에 따라 히잡을 착용해요. 얼굴은 드러내고 머리와 목과 가슴 등을 부분적으로 가리고 있어요. 인도네시아의 부모들은 히잡을 권유하지만 강요하지는 않아요. 히잡을 쓰지 않는 친구도 많은데,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에 착용하지 않는다고 해요. (2023/04/20, 연구참여자 D)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이지만 헌법에 의해 다른 6개 종교도 존중하는 나라이다. 히잡 착용은 ‘스스로의 선택’이 존중되며, 무슬림으로서의 권리이자 개인적 선택이고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 및 이슬람에 대한 자긍심의 표현이다. 인도네시아도 1990년대 이후 이슬람 부흥 운동으로 히잡 착용을 망설이던 여성들이 자유롭게 착용을 하게 되었다. 이 당시 대학생들이 히잡을 착용하게 되면서 대중적인 히잡 착용의 확산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Kim 2018).
나. 히잡 착용 유무에 관한 이야기
Ahmed(2005)는 무슬림 여성들이 보다 다양한 의미, 때로는 모순되는 의미들을 함축하여 표현하는 방향으로 히잡을 착용하였다고 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에게도 히잡은 물리적 의복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앙적 결단과 종교적 상징이었다. 히잡에 관한 연구 참여자들의 생각은 종교적인 신념이 강할수록 히잡의 착용을 중요시하였다.
저는 히잡을 아직 쓰지 않는데, 이유는 히잡을 한 번 하면 벗지 못하기 때문에 결심이 필요해요. 아직은 결심을 하지 못했어요. 어머니도 히잡을 하지 않고 있어요. 히잡의 착용은 집안 환경에 좌우되기도 하는데, 집안에서 히잡을 모두 착용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면,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히잡을 착용하는 예도 있어요. (2023/ 04/20, 연구참여자 A)
저도 아직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요. 한 번 쓰면 끝까지 쓰는 것이 원칙인데, 한국에 와서 히잡을 벗게 된 친구도 있어요. 여기 사람들이 여유롭게 옷을 입는 것을 보고 벗게 돼요. 이는 사람마다 신앙심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어요. 히잡착용은 입는 사람의 성격이나 자라온 환경에 따라 생각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2023/04/07, 연구참여자 E)
무슬림이지만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것은 본인의 결심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또한, 자신이 자라온 가정환경에도 영향을 받으며, 이슬람을 믿지 않는 타국에서 살아가는 동안 그 나라의 사회적, 문화적 영향을 받아 히잡 착용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저는 한국에 와서 스스로의 의지로 히잡을 착용했어요. 한국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언니들과 소통하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고, 꾸란을 읽은 다음 실천을 하기 위해, 꾸란을 완독 한 후 20일 되는 날부터 히잡을 착용했어요. 지식만 알고 실천을 안 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히잡을 착용하였을 때 부모님이 허락하시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을 하지 않고 착용했어요. 부모님은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서, 종교는 마음 속으로 믿으면 되지 밖으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이에요. 히잡 착용 1주일 후 오빠를 만났더니 오빠가 화를 냈어요. 저는 아직 젊고 한국에 있고 대학에 다니면서 학문적 성취를 이루어야 하는데, 히잡은 지장을 줄 수가 있다고 걱정했어요. 한국은 무슬림 나라도 아니고,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아직도 무슬림이나 히잡을 쓰는 사람을 얕보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에 있으면서 왜 히잡을 착용하는지, 그리고 결정을 내리기 전에 부모님과 오빠에게 논의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화를 많이 냈어요. 제가 설득하여 나중에는 저의 편을 들어 주었어요. 그 다음에 부모님과 언니에게 이야기했고 부모님도 화를 내셨는데, 저는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히잡을 착용해도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실제로 한국에서 히잡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차별을 받은 적이 없었어요. 저는 한국어로 알고 소통하면서 일을 해결해 나갔고, 한국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어요. 히잡을 착용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은 겉모습을 보지 않고, 내면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저는 한국이 매우 좋아요. 저는 제가 좋아해서 히잡을 하게 되었으니까, 부담이 하나도 없어요. 히잡이 없으면 밖에 맨몸으로 나가는 느낌이에요. (2023/04/20, 연구참여자 B)
연구 참여자 B는 유학 전에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으나, 한국에 유학을 와서 주변 사람들의 영향과 꾸란 공부 후 실천을 위해,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착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자신의 권리와 자신이 신념을 보여주고자 하는 욕구를 강력하게 강조하는 도구로서 히잡이 기능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저는 히잡을 종교적인 이유때문에 의무적으로 입었는데, 입다 보니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한국 오기 전부터 히잡을 썼었는데 한국에 와서 종교를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은 지식을 가지게 되어 히잡을 쓰는 것에 대한 마음이 더 강해졌어요. 히잡 착용의 의미는 여자들이 남자들로부터 자신 보호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저는 히잡을 계속 착용하니 히잡의 의미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2023/04/20, 연구참여자 D)
또한, 히잡은 경건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어 남성의 시선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수단이다.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은 여성이 남성의 성적 만족을 위한 단순한 대상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여성의 존엄과 명예를 지켜주며 여성의 육체를 비하시는 것과 성폭력의 문화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히잡은 이슬람의 열등함이나 여성에 대한 억압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성과 여성주의를 아우를 수 있는 이슬람의 종교적 상징이되었다(Ahn 2009).
다. 히잡의 패션화
히잡은 전통적 의미에서 종교적 신실함을 의미하지만, 현대적 관점에서는 개인의 미적 취향을 담는 패션 아이템이기도 하다. Tarlo & Moors(2013)는 무슬림 여성들의 히잡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소개하며, 히잡이 순종, 복종과 같은 종교적 경건함, 공동체의 권위 뿐 아니라 ‘패션화’가 나타났다고 지적하였다. 현대 여성에게 있어 히잡 착용은 남성 중심적 가치로부터 여성의 자유와 안전을 지켜주며 여성으로서의 자존감과 평화적 사생활을 보장해 주고, 높은 사회경제적 배경을 표현하는 동시에 미적표현을 위한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히잡의 패션화에 대해서 의견이 나뉘어졌다. 글로벌화와 인터넷의 발달로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시각 변화와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함에 따라 히잡이 패션화가 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기도 하였고, 히잡의 종교적인 의미가 퇴색된다는 부정적 의견도 개진하였다.
히잡은 종교적인 이유에서 입기도 하지만, 패션 아이템처럼 입기도 해요. 연예인들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히잡의 착용법이 소개되기고 하고, SNS에서 인플루언서들이 예쁘게 입고 나오기 때문에 이를 따라 하며 히잡을 입는 경우도 있어요. (2023/04/20,연구참여자 A)
패션 아이템으로 만들어진 히잡이 많아서, 색상도 다르고 히잡을 착용하는 스타일도 달라요. 물론 종교적인 면에서도 많이 입지만 지금은 패션스타일로도 많이 입어요. 저는 히잡을 한 여성들을 보면 예뻐 보여요. (2023/04/27, 연구참여자 C)
요즘 히잡을 보면 다양해지고 패션을 쫓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종교적인 의미에서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입는데, 화려한 것은 남자의 시선을 끌기 때문에 패션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2023/04/20, 연구참여자 D)
최근 인도네시아와 같은 무슬림 국가에서는 패션으로서의 히잡을 지지하고 있다. Hassan & Harun(2016)에 따르면 트렌디하고 개성 있는 히잡 패션은 허용이 되지만 종교적 정체성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는데, 연구 참여자들도 히잡의 종교적 정체성과 패션에 대한 의견이 나뉘어지고 있지만, 무슬림 여성들에게 히잡의 패션화는 현대 패션의 미적 다양성 수용이라는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슬림들은 종교적 규율에 따라 할랄 음식을 먹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무슬림 유학생들도 한국 문화 적응에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음식이었고, 이는 이슬람권 식생활 문화가 한국 식생활 문화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Hwang 2010b). 연구 참여자들도 종교적인 문제 때문에 학교 식당도 잘 이용하지 못하며 외식이나 편의점에서의 음식 구입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식사도 스스로 해결하고 있었고, 한국 음식에 대한 기호도 좋지 않았다.
식사는 원룸의 주거비에 식사비용이 포함되어 있어요. 아침 식사로 토스트를 제공해주고 있고, 밥과 김치는 필요한 만큼 먹을 수 있어요. 주방 시설도 있어서 볶음밥 정도는 직접 만들어 먹어요. 한국 음식은 OT 때와 교수님과 함께 먹어 본 것이 전부인데 비빔밥을 먹어 봤어요. (2023/04/20, 연구 참여자 A)
식사는 직접 해 먹는데, 할랄 음식을 제일 많이 먹고, 김치는 처음에는 잘 못 먹다가 지금은 먹어요. 김치는 좋아해서 먹는 음식은 아니에요. 떡볶이는 너무 매워서 괴로워요. 우즈베키스탄은 매운 음식이 별로 없어서, 한국 음식이 매워서 잘 못 먹겠어요. (2023/04/20, 연구참여자 B)
저는 식사를 주로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만들어 먹고, 남는 음식을 집에 가져와서 먹어요. 외식은 동대문역사 근처의 우즈베키스탄 식당에 가서도 먹고, 집에서 만들어 먹지는 않아요. 고기는 할랄 고기를 먹고, 채소 등은 어디든지 다 먹을 수 있어요. 물고기는 종파에 따라 조금 차이가 나는데 다 먹을 수 있는 종파도 있고, 상어나 다른 물고기를 먹은 물고기(육식 물고기)는 먹으면 안 돼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한국 음식은 갈비탕, 삼계탕 등 국물이 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고, 떡볶이도 먹는데 잘 먹지는 않아요. 한국 음식은 재료 때문에 신경이 쓰여요. (2023/04/27, 연구참여자 C)
학교 기숙사는 주방이 없고, 전자레인지만 있어서 불편해요. 아침은 우유, 과일, 바나나를 먹고, 점심은 햇반과 가져온 인도네시아 음식이나 한국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어요. 할랄 음식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먹어요. (2023/04/04, 연구참여자 D)
연구 참여자들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주방 공간과 주방 기구들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간단하게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외부 음식을 가지고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 음식은 먹기는 하나, 매워서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고, 한국 음식 중에는 고기를 넣지 않은 비빔밥, 국물 종류, 생선구이, 채소를 먹는 것을 알 수 있었다. Hwang(2010b)의 연구에서도 무슬림들이 한국 음식 중 좋아하는 음식으로 비빔밥과 김밥과 순두부를 꼽았으며, 가장 싫어하는 음식으로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과 술, 삼겹살을 꼽았다. 이들은 한국 음식의 재료가 할랄이 아닐 수 있다는 심리적 거부감 때문에 한국 음식을 먹기를 주저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사회의 적응을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로, 특히 기숙사 생활을 하는 유학생들이 식사에서 불편함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Lee 2010). 무슬림 유학생들은 학교 식당에서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2019년 1학년 1학기 때 학교 식당에서 아침 식사로 우유, 바나나 조각, 계란 1개를 1,000원에 먹을 수 있어서 많이 먹었는데, 지금은 학교 식당에서 하지 않아서 안 먹어요. 다른 학교 식당 밥을 몇 번 먹었으나. 지금은 잘 안 먹어요. (2023/04/27, 연구참여자 C)
학교 식당은 처음에 1,2번 가 보았는데, 메뉴에 돼지고기가 들어간 경우가 많아서 안 가게 되었어요. 다른 대학에서 외국인이 많은 경우 할랄 식당도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학교 식당에 할랄이 아니더라도 비건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2023/04/20, 연구참여자 D)
연구 참여자들은 학교 식당의 메뉴에 돼지고기가 들어간 경우가 많아서, 몇 번 이용한 후에는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Sim et al.(2015)의 연구에서도 외국인 유학생들의 한국 생활 적응에서의 스트레스 중에 급식과 관련된 문제가 있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편의점에서도 음식이나 간식을 구입하는데, 성분표시와 제조시설 등을 모두 확인하고 구입하였다.
한국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안에 젤리가 들어있었어요. 젤리에 돼지고기 성분이 있어서 충격을 받았어요. 쵸코파이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즐겨 먹었는데, 한국에서 보니까 지방이 들어 있어서 놀랐어요. 쵸코파이 성분표시를 보면, 소고기, 돼지고기 등이 쓰여있어요. 한국 음식에는 성분표시가 있어서 구입할 때 확인할 수 있어서 편리해요 (2023/04/23, 연구 참여자 B)
편의점에 가서 초콜릿, 땅콩 등을 사려고 보면 쇠고기, 돼지고기와 같은 제조시설에 제조되었다고 적혀 있어서 먹을 수가 없어요. (2023/04/06, 연구 참여자 C)
저는 편의점에 음식을 사러 들어가면 제조 방식을 보게 되고, 제조 방식에 따라서 못 사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구경만 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2023/04/20, 연구 참여자 D)
연구 참여자들은 한국에서 음식을 구매할 때 성분표시와 제조시설을 확인하면서 구매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한국에 처음 와서 음식을 먹을 때 어려움이 있었는데, 돼지고기뿐 아니라 돼지기름이 들어간 음식조차 먹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본국에서 모르고 먹었던 쵸코 파이도 한국에서 종교 규율을 더 지키다 보니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연구 참여자들에게는 종교적인 이유로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과 허용되지 않는 식품을 모든 식생활에 적용하고 있으므로, 한국에서의 식생활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 이들이 중요시 여기는 할랄 식품에서 할랄(halal)의 개념은 단순히 음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교와 일상생활의 전 영역에 걸쳐 ‘허용’된 행동과 사물을 의미하였다(Choi 1997). 연구 참여자들도 한국에서 할랄 음식의 규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음식 재료는 본국에서 가지고 온 것과 할랄 표시가 되어 있는 재료를 온라인 사이트에서 주문해요. 할랄 음식은 우즈베키스탄과 비교하면 주로 닭고기만 먹고 있는데, 가격이 본국보다 비싸고, 특히 소고기는 너무 비싸서 못 먹고 있어요. 집에서는 소고기를 매일 먹었는데,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벌게 되면 먹으려고 해요. (2023/04/23, 연구 참여자 A)
저는 한국에 와서 동료 언니들이 할랄음식 먹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서 할랄 음식을 먹기 시작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고기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에게는 고기를 먹는 것에는 별 문제가 없어요. 저는 제가 먹을만하면 고기라도 먹는데, 좋아해서 먹지는 않아요. (2023/04/23, 연구 참여자 B)
서울에도 할랄 식당이나 가게가 많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도축할 때 전문 직업인들이 기도문을 읽고 날카로운 칼로 고통 없이 동물을 빨리 죽여요. 예로부터 도축하는 사람들이 도축한 후 고기를 팔았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었어요. 이슬람에서는 도축하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에 나쁜 일은 아니라고 보는데, 그 사람들이 피를 많이 보니까 잔인해진다고는 얘기해요. (2023/04/27, 연구 참여자 C)
고기는 할랄이 아니면 먹을 수 없어요. 도축할 때 알라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음식이에요. 한국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외국에서 할랄 치킨이나 할랄 고기가 많이 들어와요. 서울은 할랄 음식을 사는 것이 편하나, 지방에 있는 사람은 어려워요. 가격은 본국에 비해 조금 더 비싸긴 하나 저에게는 먹을 만한 가격이에요. 외식할 때는 할랄 음식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해산물을 먹거나 생선구이 종류를 먹어요. (2023/04/20, 연구 참여자 D)
연구 참여자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할랄 음식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할랄 음식은 도살과정에서 ‘인샬라(Inshallah, 신의 이름으로)’라고 하는 기도문을 외우고 도살을 함으로써 신으로부터 그 도살과 음식 소비 행위를 허락받는 과정을 거친다. 알라에게 기도하고 도축된 것이 아니어도 피를 빼는 방식으로 도축된 고기는 종교적 원칙으로는 금지되지만 무슬림들에게 어느 정도 용인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져 대안으로 닭고기를 먹고 있다고 한다. 연구 참여자들도 닭고기를 먹으며 육류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참여자들은 비이슬람 국가인 한국에서 할랄 식품의 선택과 섭취의 실천은 어려웠지만 지속적으로 식품 금기 즉, 할랄과 하람 식품을 구분하여 식생활을 영위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슬림들이 일상적인 식생활에 할랄을 적용하여 식품을 선택하고 섭취하는 것은 그들에게 식생활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종교이며, 문화로 인식된다. 무슬림들은 이슬람이라는 종교와 문화, 정치적 세계관 안에서 할랄 식품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것은 그들에게 이슬람이라는 커다란 삶의 카테고리 안에서 무슬림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Kwon 2016).
3. 한국에서의 종교 생활
종교는 신앙으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이성과 감성이 결합된 도덕적, 사회적 행위의 지침으로 세계관과 자연관, 가치관의 근저를 이룬다. 이슬람교의 종교적 역할은 행동의 지침이나 준거 틀인 문화가치 체제로, 다른 어떤 종교보다 명확히 나타난다. 연구 참여자들도 이슬람의 종교 규율을 한국 생활에서 실천하는데, 가장 큰 난점은 기도할 장소의 부재였다.
하루에 5번 기도하고자 하나 예배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어려워요. 수업 후 기숙사로 가기까지 시간이 부족하여 사람이 많이 지나가지 않는 장소에서 기도를 해 보았어요. 공원에서도 한 적이 있어요. 타 대학에는 기도실이 있는데, 우리 학교에는 없어요. (2023/04/07, 연구참여자 A)
원래 기도는 5번씩 해야 하는데 못하거나 안 하는 사람이 많아요. 저는 어렸을 때 일주일에 한 번씩 금요일에 모여서 하는 기도를 했어요. 지금은 아침과 저녁에 기도를 하고 있는데, 점점 더 많이 해서 하루에 5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행동은 어렸을 때부터 자란 환경이나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집의 경우에 아버님은 기도를 5번 하셨고, 어머니는 50살이 지나서 5번 기도하기 시작하셨어요. 저는 이슬람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여 이슬람의 본질을 깨닫지 못해서 안 했는데, 알았으면 더 했을 것 같아요. 기도는 무슬림사원에 가서 하는 것이 좋으나, 집에서 개인적으로 해도 괜찮고 금요일에는 무슬림사원에서 모여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2023/04/27, 연구참여자 C)
연구 참여자들은 학교생활을 영위하면서 다섯 번 시간을 맞춰 기도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다. 따라서 연구 참여자들은 매일 다섯 차례의 예배 시간을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새벽과 밤의 기도 시간은 확보하고자 하였다. 이들은 기숙사와 같은 자신의 공간에서 기도하지만, 기도 시간이 맞지 않을 때는 대학 건물의 비상계단 등 사람들이 잘 오지 않고 간단히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공간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은 무슬림들의 라마단 기간을 모두 철저하게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 동안 라마단 기간이었는데, 연구 참여자들이 라마단의 규율을 준수하고 있었다.
라미단 기간은 각자 알아서 지켜요. 저는 종교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해서 정확하게 모르지만, 무슬림들은 라마단을 지키는 정도로 알고 있어요. 라마단 기간이 끝나며 축제를 하는데, 끝날 때 히잡 등을 선물해요. (2023/04/07, 연구참여자 A)
라마단 동안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밤에 가족 구성원이 다 같이 모여 밥을 먹는데, 한국에서는 밤에 혼자서 먹는 것이 차이가 크게 나요. (2023/04/27, 연구참여자 C)
한국에서는 라마단 기간 동안 나만 금식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금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라마단을 느낄 수가 없어요. 인도네시아에서는 라마단 기간 동안 여자들은 생리를 한다던지, 임신을 하면 금식을 하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금식을 하지 못할 때 눈치를 보지 않고, 여유롭게 먹고 마실 수 있어요. 라마단 기간 동안 새벽과 밤에 기숙사에서 먹는데, 룸메이트가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시끄럽다고 불평을 하므로 눈치가 보여서 매우 간단하게 먹어요. (2023/04/20, 연구참여자 D)
연구 참여자들은 한국에서도 라마단 기간 동안 각자 음식 금기를 충실히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국에서는 밤에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으며, 연구참여자 D의 경우에는 라마단 기간 동안 금식을 하지 못할 경우에 한국에서는 오히려 눈치를 보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하였다. 다만 새벽에 기숙사에서 간단한 식사를 할 때 다른 문화를 가진 동료의 이해 부족을 어려움으로 이야기하였다. Lee(2010)의 연구에 따르면 무슬림 유학생들은 악행을 사죄받는 의미로 라마단만은 철저히 지킨다고 하였으며, 종교적 실천을 다 하지 못한 경우 무슬림 유학생들은 불안, 죄책감 등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축적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하였다.
한편, 무슬림 유학생의 경우 기독교인들의 선교활동을 경험하고 불쾌감을 표시하였다.
서울 중앙성원에 있을 때 기독교 분들이 길거리에서 선교를 해요. 저는 히잡을 쓰고 있는데, 히잡은 나의 종교를 나타내는 것이에요. 그런데 기독교인들이 선교하고 쪽지 주는 것은 심한 것 같아요. 친구들 중에도 히잡을 착용하고 있는데, 선교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해요. 한번은 이태원 카페에 있을 때도 선교를 받았는데 그때 저는 “한국어를 못해요.”라고 얘기했어요. 누가 봐도 이슬람 종교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는 것은 싫어요. 히잡은 상대방에서 나의 종교를 알리는 거예요. 이슬람교도 선교를 하는데, 그런 방법은 아니에요. (2023/04/06, 연구참여자 D)
연구 참여자는 본인이 히잡을 입고 있어서 무슬림임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슬람 성원에 까지 와서 기독인들이 선교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다른 무슬림 학생 중에도 선교를 받아 피곤하고 귀찮아서 “한국말을 못한다.”고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슬람에서는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다른 종교를 존중하도록 규정하는 가치관을 가지는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종교적인 가르침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하여 이를 실생활에서 실천하고 있으며, 한국에 있을수록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과 실천 행동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무슬림 유학생들은 종교에 대해 나이가 들수록 공부를 하여 지식이 쌓이고 이를 더 실천해야 한다고도 하였지만, 외국에서의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일들에 대해 종교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IV. 요약 및 결론
오늘날 한국의 사회 및 대학에서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이해는 대폭 강화될 필요가 있다. 세계인구 구성상 무슬림 학생의 비중은 더욱 증가할 것이고, 저출산, 고령화, 글로벌화, 다문화시대의 한국의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의 비중이 증가될 것이다. 최근 우즈베키스탄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무슬림 학생의 비중이 증가하는 중이고, 무슬림 학생에 대한 연구가 다소 있으나, 여전히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이해와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서울지역의 무슬림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하여 이들의 대학 생활, 생활 문화(의생활, 식생활 중심) 적응, 종교 생활에 대해 알아보았다.
첫째, 무슬림 유학생들의 한국 유학 동기는 한국에 대한 동경과 먼저 온 친척의 권유로 시작되었으며, 한국의 대학 생활에 대해 긍정적이며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국으로 유학을 선택하게 된 것에 만족하였다. 유학생들은 한국의 유학 경로에 따라 대학 생활 정보 획득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으니 대학 당국에서 외국인을 위한 학업과 생활 정보 안내를 더 필요로 하였다. 또한, 유학생들은 학내 수업에서 동료나 교수들이 자신들을 공정하게 대하고 있다고 보았고, 기도를 위해 수강 신청을 변경할 만큼 종교에 대한 신념이 뚜렷하였다.
둘째, 무슬림 유학생들은 한국어 능력이 우수하면 국가장학금이나 아르바이트를 통한 국내 생활비 조달이 비교적 용이하였고, 장기적으로 국내나 본국에서 한국어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일자리를 얻기에 도움된다고 하였다. 이에 무슬림 유학생들은 한국의 유학이 미래의 취직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었으나, 일부 무슬림 학생들은 취업보다 결혼을 더 우선시하는 전통적, 보수적 경향을 보였다.
셋째, 무슬림 유학생들은 한국 학생들과 인간적인 교류를 희망하나 수업 내에서만 교류가 이루어지고 그 이후에 단절됨을 아쉬워하였으며, 자국 출신의 유학생이나 다른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과 교류하고 있었다. 이는 한국 대학생들이 전통적, 인간적 교류보다 과제중심적 교류를 추구하는 개인주의, 서구적 행동방식, 대학 졸업 후 취직에 대한 압박감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넷째, 생활 문화의 적응 면에서 무슬림 유학생들은 종교적 이유에서 식생활에 관한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필수적인 할랄음식의 섭취와 관련되어 있다. 무슬림 유학생들이 가장 피해야 할 음식은 돼지고기류인데, 우리나라 음식에는 돼지고기가 많이 사용되고 있어 유학생들은 학교 급식을 하지 못하고 있고, 외식도 거의 하지 않으며, 스스로 만들어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간식을 구입할 때도 제품표시를 확인하면서 금기 음식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섯째, 의생활문화에서 무슬림 여학생들은 종교적 규율에 따라 몸매를 노출하지 않고, 얼굴과 손을 제외하고 몸을 가리는 옷차림을 지키고 있으며, 히잡의 착용은 개인의 선택권에 따라 다르지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무슬림들도 각 국가의 정치적 상황이나 개인의 가정환경, 세대에 따라 히잡 착용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특히 비이슬람국가에서의 삶에서 히잡의 착용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히잡을 착용하는 것은 무슬림으로서 살아가는 신앙적 결단과 종교적인 상징으로 보인다. 연구 참여자 중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히잡을 착용하기 시작하는 것은 젊은 세대의 종교에 대한 굳은 신념을 보여주는 예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화와 인터넷의 발달로 히잡의 패션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이슬람에 대한 서구 세계의 사고 전환의 가시적 도구라 여겨진다.
여섯째, 종교 생활에서 무슬림 유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기도 시간과 기도 공간의 확보이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스스로 기도 시간을 맞추기 위해 수강 신청을 변경한다든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기도 공간을 확보하여 기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무슬림 유학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므로, 대학 내에 기도실 마련이 우선 고려될 필요가 있다. 한편 무슬림 유학생들에게 한국에서의 라마단 기간은 각자의 방식으로 지키고 있었는데, 이는 종교에 대한 신념의 깊이에 상관없이 종교적으로 큰 의미를 지님을 보여주었다.
이상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무슬림 유학생들의 한국 생활 적응에서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서울 지역의 무슬림 유학생들은 지방에 유학 온 무슬림 유학생들과는 달리 한국어 능력이 뛰어나, 한국어로 인한 한국 생활 적응에 어려움은 적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어 능력은 대학 수업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통역과 같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어서 경제적인 면에서도 도움을 주었다. 둘째, 무슬림 유학생들의 거주 기간에 따라 대학 생활 적응에서 차이를 보였다. 거주 기간이 짧은 무슬림 유학생의 경우에는 학업량에 부담이 있었고, 본국과 다른 수업 방식의 적응이 어려웠지만, 학기가 지날수록 수업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한국 대학교육의 교수ㆍ학습방법에 만족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무슬림 유학생들과 내국인 학생들과의 교류가 단절되는 아쉬움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교육환경과 내국인 학생들의 소극적 태도 등의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을 나타났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의 대학 당국에서 내국인 대학생들과 유학생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슬림 유학생들에게는 한국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내국인 대학생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하고, 내국인 대학생들에게는 글로벌화와 다문화시대를 대비하여 이슬람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넷째, 무슬림 유학생들의 한국 생활 문화에 대한 인식이나 적응은 대부분 종교와 관련이 깊었다. 식생활에서 초기에는 학교 식당이나 외식 등 한국 식생활의 적응을 위해 다양하게 시도를 해 보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점차 벗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종교적 규율에 따른 할랄 음식의 중요도를 인식하고, 더 지키려고 하였다. 의생활에서도 거주 기간이 짧은 유학 초기의 무슬림 대학생들은 한국의 자유로운 옷차림을 다소 따라 하고, 한국에서 옷을 구입하여 입어보았으나 유학 시간이 길어질수록 옷의 구매를 줄이고, 무슬림임을 나타내는 옷차림을 하였다. 히잡의 착용은 무슬림 여학생들에게 자신의 정체감을 표현하는 매우 중요한 도구였다. 마지막으로 무슬림 유학생들은 한국에 오래 있을수록 이슬람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 이를 실생활에서 실천하려는 의지가 보였다. 이러한 태도는 타국의 문화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심리적인 보호라고도 볼 수 있으나, 이들은 자신의 종교적 규율을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방법과 힘으로 지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즉, 이슬람권 유학생들은 이슬람문화와 다른 한국문화로부터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이를 외적으로 표출하기보다 내적으로 소화시키는 순응 문화 내지 성숙된 자세를 가지고 있다.
이 연구가 주는 시사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 참여했던 무슬림 유학생 5명의 질적 연구 결과를 전체 유학생 결과로 일반화하는데 제한점을 가진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무슬림 유학생들의 개인적 요인들 즉, 나이, 성별, 가정환경 등에 따라서 다양한 적응 양상을 보일 수 있는 점을 폭넓게 고려하지 못하였다. 더불어 무슬림 유학생들의 출신 국가 및 문화에 따라 보이는 다른 양상을 본 연구에서는 주요 변인으로 다루지 못했기 때문에, 후속 연구에서 이러한 내용을 보충하여 출신 국가에 따른 유학생의 문화 적응 유형의 특징과 대학 생활 적응 특성을 제언해 본다. 비교적 오랜 시간 한국 생활을 한 유학생에 관한 정체성 연구도 진행하여, 한국 거주 기간에 따른 유학 생활 스트레스와 문화 적응과 정을 비교할 것을 후속 연구로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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