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운동선수를 자녀로 둔 부모의 부모되기 경험에 대한 사례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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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is study utilized a qualitative case study approach to explore the essence and meaning of the experience of becoming parents, for parents with “early adolescent children” in the preadolescent phase. The study recruited three parents who had children ranging from 6th grade in elementary school to 2nd grade in middle school, all belonging to the early adolescent group of youth athletes, in a domestic setting. Semi-structured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each participant three times, lasting for 1 to 2 hours per session, using an open-ended questionnaire. The data analysis of this study employed a multiple-case analysis method. This involved conducting within-case analysis to provide detailed descriptions and identify themes within each case, as well as conducting cross-case analysis to extract characteristics and themes across cases. As a result, ten subcategories and five core categories were identified. The core categories included ‘Career guide parents’, ‘Unified family, excluded siblings’, ‘Another family: distant yet close relationship’, ‘Role of a manager and role of a mom, dad’, and ‘Not in the role of a manager or parent, just myself’. This is expected to contribute foundational material for counseling and parent education targeting parents of youth athletes. This would provide valuable insights to such parents.
Keywords:
experience of being a parent, youth athletes, early adolescence, qualitative case studyⅠ. 서론
부모라는 역할은 개인이 자녀를 낳고 양육하게 되면서 새롭게 부여된다. ‘부모되기’란 개인에서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을 뜻하며, ‘나’에서 ‘엄마’, ‘아빠’라는 또 다른 이름을 얻고, 그에 따라 맞이하는 새로운 삶의 경험을 의미한다. 이는 부모-자녀 관계에서 자신의 역할과 관계를 뜻하며, 개인의 정체성에도 변화를 가져오는 역동적인 모습을 말한다(Chung 2009). 즉, 부모되기 경험이란 이미 완성된(being) 것이 아니라 부모가 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과 도전들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Umberson et al. 2010), 재구성 과정(becoming)이자 부모 성찰의 과정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부모는 자녀의 발달단계에 따라 계속해서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때로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Mun 2017).
특히,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전환되는 초기 청소년기는 급격한 신체적, 정서적, 환경적 변화가 일어난다(Soh et al. 2014b). 이러한 변화는 부모에게도 많은 혼란을 야기한다. 청소년기 자녀는 자율성과 독립성의 욕구로 인해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의존하기보다는 또래 집단 속에서 관계를 맺고, 부모의 보살핌과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을 준비한다. 그러나 여전히 부모의 양육이 중요한 시기이며 청소년들이 지각하는 부모-자녀관계는 청소년의 적응과 심리적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부모들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며,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형태의 부모 역할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부모는 자녀의 사춘기를 수용하고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그와 동시에 부모 개인으로서도 중년기에 접어들게 되며 발달기적 변화와 스트레스를 경험한다(Gwak 2000; Yoo 2005; Soh et al. 2014a).
한편, 학업과는 다른 특수한 환경에 놓여 있는 청소년 중 유소년 선수의 부모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유소년 선수는 일반적으로 초등학교부터 중학생까지의 선수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체육 중학교 또는 체육 특기생으로 가기 위해서 이르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진학 여부가 결정된다. 뿐만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서는 신체 성장과 기술 역량 향상을 위해 부단히 애써야 한다.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이 시작되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선수를 비롯한 가족 모두의 스트레스가 커지게 된다(Kang et al. 2016). 고등학교 진학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하기 시작하고, 고등학교 2-3학년 때 대학의 전공 또는 희망 진로를 결정하는 또래들에 비해 최소 6-7년 이상 빠른 시기이다. 이러한 유소년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신체적인 특성과 식단 혹은 훈련법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들이 주가 된다. 즉, 초기 청소년기의 발달심리학적 특징을 고려한 연구는 미비하다. 더욱이 유소년 운동선수를 자녀로 둔 부모 연구는 부모의 양육 태도와 자녀의 성격특성, 스트레스 및 자신감(Kim 2011; Kim 2020), 진로(Lee et al. 2012; Lee & Kim 2014), 운동몰입 및 운동 동기(Kim 2011; Cho & Choi 2016; Kim & Kim 2018; Kim 2018), 그리고 경기력(Han et al. 2019)과의 관련성을 탐색한 연구가 대부분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인 손흥민, 김연아, 박세리, 박지성의 공통점은 부모가 어린 시절부터 그들을 위해 매니저 역할을 자청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렇듯 유소년 운동선수들은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부모의 역할이 가중된다(Park & Park 2016). 유소년 운동선수를 자녀로 둔 부모는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부모를 비롯한 가족 전체의 헌신을 필요로 하며(Fredericks & Eccles 2004),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운동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과 지원이 절대적이다(Shin & Nam 2004; Kang et al. 2016). 우리나라는 부모의 열정, 한국식 자식 사랑, 온 가족의 지원과 같이 타국과는 차별된 독특한 문화가 존재한다(Shin & Nam 2004). Lee & Lim(2021)에 따르면 유소년 야구선수를 자녀로 둔 부모는 경제적 부담감을 느끼며, 훈련 및 시합 동반을 위해 많은 시간을 소요할 뿐만 아니라 자녀의 기량 및 경기 결과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자녀의 선수역량이 향상되는 것은 그만큼 선수 활동에 대해 요구되는 비용과 시간이 증진됨을 뜻한다(Kay 2000). 특히 초등학교 때까지는 훈련비용이 학원비 정도로 느껴졌으나 진학할수록 부담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와 맥을 같이 한다(Kang et al. 2016). 즉, 부모들은 자녀가 선수로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더라도 앞으로 더 많은 부모의 헌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처럼 유소년 운동선수라는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부모의 역할이 오랜 시간, 더 많은 영역에서 필요하다는 점에서 독특성을 가진다.
요컨대, 유소년 운동선수 자녀를 둔 부모는 초기 청소년기 특성에 적합한 부모의 역할과 더불어 ‘선수 뒷바라지’의 역할이 추가된 셈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유소년 운동선수를 자녀로 둔 부모의 부모되기 경험은 어떤 맥락과 특성이 드러나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보다 주목한 점은 첫째, 발달적으로 부모로부터 분화 및 개별화가 필요한 초기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자녀이지만 오히려 유아기 때와 같이 부모가 많은 관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 개인의 발달적 변화에 대한 적응 또한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둘째, 팀 종목의 운동선수반 부모 사례이다. 유소년 선수들이 활동하는 운동 중에서도 야구와 축구는 인지도가 높은 팀 종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소년 운동선수들의 모집, 훈련, 대회 운영 등을 국내 프로 구단 혹은 위원회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유소년 선수의 지원체계가 미흡하다. 따라서 한 팀에 수십 명이 함께하는 초등학교 및 중학교의 축구와 야구부는 학부모들 또한 팀이 되어 프런트(front: 프로축구나 프로야구에서 구단의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유소년기 선수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소수의 사례분석이라 하더라도 이들의 부모되기 경험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본 연구를 통해 일반적인 부모교육과는 다른 맥락에서 유소년 운동선수 자녀를 둔 부모의 부모되기 경험을 이해하고 부모교육의 방향성을 제안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상기한 관점에 근거하여 질적사례연구방법을 적용하였다. 질적사례연구는 사례를 심층적으로 기술하고 사례에 기반한 의미를 발견하는 데 관심이 있기 때문에(Yin 2011) 본 연구의 목적에 적합하다. 또한, 참여자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모두 고려하여 복합적인 맥락을 해석하고 참여자 경험의 본질을 탐색할 수 있는 다중사례연구방법(Yin 2003)에 근거하여 분석하였다. 이는 축구와 야구선수 부모의 어려움과 스트레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선행연구 결과(Kang et al. 2016; Lee & Lim 2021)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Ⅱ. 연구방법
1. 연구참여자
본 연구에서는 중학교 진학이라는 환경적 변화로 인해 혼란과 갈등을 겪기 쉬울 것으로 예상되는 중학교 진학 전, 후의 자녀를 둔 부모의 부모되기 경험에 주목하고자 하였다. 이를 반영하여 축구와 야구부에 소속된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 2학년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참여자 모집을 하였다.
질적사례연구에서 ‘사례’는 연구 질문을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에 적극적이고 인터뷰 자료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참여자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Stake 1995). 따라서 본 연구는 눈덩이 표본 추출법(Snowball Sampling)을 활용하였다. 부모 역할과 자녀교육에 관심이 높아서 본 연구 참여에 대한 능동적 태도를 보여준 최초의 참여자부터 시작하여 이와 관련된 관계망을 통해 참여자를 소개받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이러한 방법으로 총 3명의 참여자를 선정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각 참여자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참여자 1은 40대 초반 어머니이다. 자녀는 1남 1녀로, 중학교 1학년인 야구선수 아들(A)과 초등학교 5학년인 딸(b)이다. 남편과 A, b 네 식구가 한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참여자 1은 남편의 사업 보조 외에도 등하교 및 훈련, 시합 일정에 맞춰 A의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참여자 2는 40대 후반 아버지이다. 자녀는 중학교 1학년인 축구선수 아들(C) 한 명이며, 타지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하여 하숙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국제선 승무원인 아내는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참여자 2는 C가 5세 되는 해부터 독박 육아를 시작하였다. 현재 가족 세 명이 모두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참여자 2가 매 주말마다 C가 생활하는 지역으로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참여자 3은 30대 후반 어머니이다. 자녀는 2남 1녀로, 중학교 2학년인 축구선수 아들(D)과 초등학교 6학년인 축구선수 아들(E),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인 딸(f)이다. D는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타지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했으며 E 또한 최근 내년에 입학 예정인 중학교 근처의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어 타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로 인해 현재 참여자 3은 남편, f와 세 명이서 생활하고, D는 중학교 기숙사에서, E는 하숙집에서 각각 떨어져 지내고 있다.
2. 자료 수집
본 연구는 반 구조화된 면담(semi-structured interview)을 진행하였다. 먼저, 개방형 질문지를 구성하여 아동심리치료 전공 교수 1인에게 피드백을 받고 수정 후 활용하였다(Table 1). 다음으로 면담일정은 2022년 8월 18일부터 10월 31일, 총 3개월 동안 진행되었다. 참여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각 사례마다 3회의 만남을 가졌고 회기 때마다 1~2시간 소요되었다. 연구참여자가 일상 대화를 나누듯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조용하고 방해받지 않는 장소인 상담실과 카페를 선택하였다.
3. 자료 분석
본 연구의 자료 분석은 다중사례 분석방법을 적용하였다(Creswell 2013). 각 사례의 세부적인 기술과 사례 내 주제를 제시하는 사례 내 분석과 이러한 분석을 통해 사례들 간 특징과 주제를 도출하는 사례 간 분석을 실시하였다. 첫째, 녹음된 내용을 모두 전사하여 면담 내용을 문서화하고, 이후 문서화 된 자료를 여러 차례 읽으며 전체적인 맥락과 의미를 이해하였다. 둘째, 자료 내 연구목적의 측면에서 유의미하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들을 추려내는 개방 코딩을 실시하였다. 셋째, 사례 내 분석에서 나타난 참여자들의 코드를 모두 나열하고 범주화해서 주제를 도출하는 사례 간 분석을 실시하였다. 각 사례에서 나타난 의미단위를 통합해서 범주화하는 과정인 사례 간 분석은 공통점과 차이점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닌 주제분석을 통해 참여자 경험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시 말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모두 고려하여 공통주제를 도출한다. 이렇게 추출된 주제를 자유로이 변경시켜보면서 이 주제가 참여자 체험의 본질적인지 검토하는 과정을 반복하였다. 이를 통해 겹치고 합쳐지는 공통된 것을 직관적으로 포착하여 핵심범주를 도출하게 된다. 현상학의 본질직관 방법이다(Lee 2014). 또한, 의미단위와 주제는 협동 분석을 통해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동료검증법을 적용하였다. 연구자 외 6명의 아동상담 전공 석사과정생들과 아동상담 전공 교수 1인과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수정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연구 참여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연구 자료로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윤리적인 측면이 더 민감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 참여자들에게는 사전에 연구의 주제, 목적과 진행 방식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뒤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연구 참여자가 원할 시에는 중도에 참여 의사를 철회할 수 있음을 알렸다. 또한 면담 내용을 녹음하고 문서화하는 것에 대해 사전에 동의를 구하고, 녹취된 자료는 연구 목적 외에 사용을 금하며 철저히 비밀을 보장하고 연구가 종료된 뒤에는 폐기할 것을 안내하였다. 또한 면담 내용 중 연구 참여자와 가족, 혹은 그들이 속해있는 단체나 기관과 관련된 모든 개인 정보에 대해서는 연구자만이 알아볼 수 있도록 기호화하여 코딩하였다.
Ⅲ. 결과
본 연구에서는 사례 내 분석과 사례 간 비교와 대조를 통해 핵심범주를 도출하였다. 그 결과 사례 내 개별 주제를 도출하였고 이는 10개의 하위 범주, 5개의 핵심범주로 분류되었다. 5개의 핵심범주는 ‘취업 길잡이 부모’ ‘우리 가족은 하나 되어 올인, 소외되는 형제’, ‘또 하나의 가족, 멀고도 가까운 관계’, ‘매니저와 엄마, 아빠’, ‘매니저도 엄마, 아빠도 아닌 나’로 나타났다.
1. 취업 길잡이 부모
유소년 운동선수로서 중학교에 진학할 때 늦어도 초등학교 6학년이 되기 전에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야 한다. 중학교는 고등학교 진학에도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경쟁률도 높기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참여자들은 아이의 방학에 합숙훈련을 보내고 유급을 고려하거나 전학을 보내기도 하였다. 초등학교 시기부터 자녀가 진로를 결정하고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한 준비 과정, 즉 취업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최종 결정권자는 부모가 된다.
참여자들은 아이의 중학교 진학 이후에도 “다른 지역의 팀에서 제의가 올 경우 미성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로부터 떠나보내야 할지”, “체육 고등학교와 일반계 고등학교의 운동부 중 어떤 길로 진학시키면 좋을지”에 대해 또 한 번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프로선수가 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참여자들은 아이의 선수 생활을 응원하면서도 현실적인 걱정이 계속된다.
얘 가능성이, ‘얘는 어떻게 야구로 될 아이다.’ 이런 걸 제가 볼 수는 없잖아요. 지금도 헷갈리는데(8월 18일, 참여자 1).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아직은 한 치 앞을 다 알 수가 없잖아요(8월 18일, 참여자 1).
공부 같은 경우는 사실 뭐 6, 7등급만 돼도 대학은 다 가고 내신은 비율이 다 정해져 있어서 그렇게 막 목숨 거는 건 아닌데 축구 같은 경우는 중학교를 가는 게 10%, 그중에서도 고등학교를 가는 게 10%, 그 중에 한 0.2%만 데뷔를 하니까(9월 27일, 참여자 2).
아이가 이러한 고비를 넘기고 프로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되더라도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하거나, 주전으로 선발되지 않으면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 또한, 선수 활동을 하던 중 갑작스러운 부상, 부진한 성적으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 혹은 다양한 논란에 휩싸이는 등 예상치 못하게 선수 생활을 중단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프로선수가 되더라도 수입, 지속 가능 기간, 노후 준비 등에 있어 불안정하다. 프로 팀을 가기위해 투자해야 하는 많은 지원과 노력은 “최종 목표가 아니라 1단계 성공”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참여자 2는 ‘플랜 B’를 마련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1단계 끝이라는 것은 프로가 아닌가... 프로 가서 또 잘해야 되니까(8월 24일, 참여자 1). 말 그대로 완전히 프로산하 고등학교를 아예 가서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게 축구 인생을 살아야 될지, 아니면 일반계 고등학교 축구부로 가서 그래도 공부도 좀 하면서 내가 축구 선수가 안 됐을 때를 대비한 이런 거라도 좀 해야 될지에 대한 고민들이 있는 거죠(9월 27일, 참여자 2).
자신의 소속 팀이 정해지고 나서 A, D는 중학교 진학이 결정되었을 때, E는 진학 예정인 중학교 근처로 전학이 결정되었을 때 친구들과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참여자들은 프로 팀 취업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만두겠다고 하니 당황했다. 더욱이 친구와 떨어지기 싫어서가 이유라고 하니 “어린아이 같은” 자녀의 모습이 답답했다. 참여자 3은 자녀가 선수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하지 않으면 빨리 중단하고 부족한 학업시간을 더 늘려줘야 할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난다. 더욱이나 부모인 ‘내가’ 지금까지 공들인 시간이 헛된 노력이 될까봐 실망감과 허무함을 느낀다. 참여자 1과 3은 지금까지 애태우며 진지하게 임한 것이 어쩌면 부모인 ‘나’ 뿐이고, 아이는 책임감이 없는 것 같아서 화가 나기도 했다.
A가 운동을 하다 보니까 친구들하고 주말에 만나서 뭘 한다든지 이런 걸 할 수가 없어서 많이 아쉬워하긴 했는데, 학교라도 좀 같이 가고 싶었는데... 떨어져서 가니까 야구를 안 한다고 한 적이 있었어요(9월 1일, 참여자 1). E가 여기서 축구했을 때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00지역으로 간다고 하니까, 가기 싫은 거예요, 여기 친구들하고 노는 게 너무 재밌으니까... 한 2주 전에 ‘안 하면 안 되냐’고(10월 5일, 참여자 3).
취미로라도 하겠다는 건 완전히 놓기는 싫다는 거니까. 그건 지금 순간의 너의 감정이다. 모든 가족이 물심양면 너에게 희생을 하면서 이렇게 해주고 있는데, 너를 취미로 이렇게 한다? 우리 그럴만한 여유가 있는 집 아니다(9월 1일, 참여자 1). 애기 아빠가 처음으로 엄청 화냈어요. ‘친구들하고 노는 게 중요해서 축구를 그만 두냐, 엄마 아빠가 몇 년 동안 뒤에서 해준 게 뭐가 되냐’(10월 5일, 참여자 3).
2. 우리 가족은 하나 되어 ‘올인’, 소외되는 형제
참여자 1과 참여자 3은 주말에도 아이의 훈련 및 시합 일정에 맞춰 함께 움직였다. 참여자 2의 여름휴가는 합숙훈련 일정과 장소에 따라 결정되며 훈련 기간 동안 동고동락한다. 또한, 회비부터 각종 훈련비와 시합 및 합숙경비 등 돈을 써야 할 일이 많아진다. 그들의 관심과 지원은 선수 자녀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한편 형제가 있는 참여자 1과 참여자 3은 운동선수가 아닌 자녀에게 마음도, 돈도 맘껏 쓰지 못하고 있었다. 동생이고 막내이기에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나이일 때부터 엄마의 일상은 선수인 오빠 위주로 돌아갔고, 주말에는 혼자 있을 수 없어 오빠의 시합경기에 따라가야만 했다. 참여자 1은 b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잘 자라주고 있음에 고마움도 있지만 많이 신경써줄 수 없으니 그만큼 스스로 잘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지금 운동을 하고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온 가족이 A한테 맞출 수밖에 없죠(8월 24일, 참여자 1). 지금은 완전히 얘한테 거의 ‘올인’이니까, 애한테 뭐 부담을 주고 ‘넌 잘해야 된다. 무조건 뭐가 돼야 된다.’ 이런 것보다도 그냥 하루하루 일과가. 그냥 모든 가족이 다(9월 1일, 참여자 1).
전에 b가 스케이트를 시켜달라고 그랬어요. 만약 A가 야구를 안했으면 입문은 했을 수는 있겠죠. 근데 어떻게 가요. 제가 얘를 데리고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니까. 아예 엄두도 안내죠(9월 1일, 참여자 1). 딸도 저한테는 너무나 소중하죠. 글고 예쁘죠. 근데 오빠가 선수 생활을 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거의 얘한테 모든 거를 다 맞춰야하니까... 미안하죠, 우리 딸한테(8월 18일, 참여자 1). 한편으론 또 짠하지, 그 어린 게 오빠들 쫓아다니고, 어렸을 때부터(10월 5일, 참여자 3).
참여자 1과 참여자 3은 딸이 무언가 요구했을 때 오빠에게 해주었던 것을 떠올리며 들어주려고 애썼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했고 딸이 원하는 것을 갖게 해주는 것으로 부모의 빈자리를 채워주고자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남아 있다.
이제 미안하니까 주말에 ‘엄마랑 드라이브 갈까?’ 이럴 때도 있어요, 제가 시간이 될 때는(9월 1일, 참여자 1). 그래, 오빠한테 이렇게 하는데 엄마가 너 그거 하나 못 해주랴(9월 1일, 참여자 1). 딸이 많이 차별한다고 생각해요. ‘오빠 운동할 때는 여기 따라가주고 저기 따라가주고 다 했는데 자기는 왜 수영 보러도 안 오고 태권도도 안 오냐’고(10월 5일, 참여자 3). 이제 오빠들도 없고 하니까 f랑 시간 많이 보내려고 하고 있어요(10월 5일, 참여자 3).
3. 또 하나의 가족, 멀고도 가까운 관계
부모는 아이를 낳음으로써 새로이 시작하게 되는 삶이자 역할이기 때문에 그 수행 과정에서 개인은 늘 새로운 어려움을 맞이하고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를 배우자와 논의하기도 하지만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다른 부모들과 함께하며 도움을 얻는다. 참여자들은 같은 팀원의 부모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같은 팀 선수 부모들과 서로를 위로하며 ‘공동육아’를 한다. 키 성장에 좋은 영양제는 무엇이 있고, 어디 한의원이 잘 본다더라 하고 알려주며 아이들을 함께 챙겨준다. 고향을 떠나 타지살이를 하는 참여자 3에게 선수 부모 커뮤니티는 대화할 수 있는 친구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하였다.
결혼 초기 때는 그냥 우리 위주였던 거라고 하면 지금은 이 아이가 속해 있는 이 팀에 우리는 다 하나라는 생각(8월 24일, 참여자 1). 주변에 부모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이런 생각이 들어요(8월 18일, 참여자 1). 매일 연락하고, 대회 같이 따라다니고, 대회 없는 날도 자주 만나서 술 먹고 이야기하고(10월 31일, 참여자 3).
자녀들의 숙소를 청소해주거나 식사를 만들어주는 등 부모들이 다함께 해야 하는 활동을 통해 유대 관계는 더 돈독해지고, 참여자들에게 성취감과 보람을 주기도 하였다. 참여자 1은 다른 부모들과 공동체를 이루어 아이들을 지원하는 활동이 신체적으로는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있고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땀을 진짜 막 비 오듯이... 그러니까 신체적으로는 힘든데 내가 뭔가 이렇게 만들었다는 거에 대한 그 성취감(8월 24일, 참여자 1). 제가 A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엄마가 갑자기 문득 드는 생각인데, 네가 나중에 고둥학교 가고 너는 프로를 갈 거니까, 프로를 가면 엄마는 너의 중학교 생활이 가장 그리울 것 같아’(8월 24일, 참여자 1).
하지만 ‘개인’으로서 맺는 관계와는 달리 ‘부모’로서 맺어진 관계는 가깝고 편안하지만은 않다. 개인적으로 만난 사이였다면 ‘나’로서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그로 인해 갈등이 발생했을 때 나와 맞지 않는 사람임을 인지하고 관계를 지속할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 그러나 선수 부모 커뮤니티는 훈련, 숙소 생활 등 앞으로 많은 시간을 동고동락해야 하는 ‘같은 팀의 자녀’를 통해 만나게 되었기 때문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조심하게 된다. 선수 부모들은 훈련 및 경기 일정마다 한 목소리로 팀을 응원하며 친밀해지는 동시에 보다 더 주의하고 말을 아끼며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서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에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고 다양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지만 더 가까워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참여자 3은 D와 E가 차례로 다른 지역에 있는 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초등학교 내내 어울리던 선수 부모들과 멀어졌다.
저희는 정말 잘 지내려고 노력을 해요. 어찌 됐든 간에 3년이 갈 수도 있고 6년이 갈 수도 있고. 또, 같이 뭐 프로로 가게 되면 다시 만나게 되기도 하고. 여기서 언젠가는 빠이빠이가 될 수도 있고. 근데 그래도 잘 지내야 되잖아요(8월 18일, 참여자 1). 내가 결혼도 안 해서 그냥 내가 관련된 어디 단체 소속을 했는데 ‘싫다’ 그럼 나는 그걸 안하면 그만인 거잖아요. 근데 이거는 그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나의 성격을 다 드러낼 수도 없고(8월 18일, 참여자 1). D가 먼저 가니까 이제 D 또래 같은 팀의 엄마들하고도 점점 멀어지고, 근데 또 E가 가버리니까 그 엄마들하고도 점점 멀어지게 되더라고요(10월 31일, 참여자 3).
참여자들은 자녀가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른 부모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게 된다. 현재는 같은 팀에 소속된 아이들이지만 미래를 내다본다면 서로가 경쟁 상대이기 때문이다. 스카우트가 되기 위해서는 한 팀에 소속되어 있는 다른 아이들보다도 내 자녀가 더 많은 성적을 내야 한다. 중학교 진학이 결정된 후에는 선수뿐만 아니라 부모들 사이에서도 서로 경쟁의식을 갖게 되고, 경계하게 된다. 부모들은 단합하여 팀을 응원하지만 그 속에서는 내 자녀가 조금이라도 먼저 앞으로 나아가게끔 애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어요. 지금 현재는 어찌 됐든 고등학교를 다 각자 갈 것이고, 거기서도 어떤 아이들은 대학교를 간다든지 야구를 포기한다든지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좀 서로 간에 경쟁이 있어요(8월 18일, 참여자 1). 사실은 이제 중학교부터는 그 유대가 관계가 있기는 있지만 초등만큼 그렇게 뭐 끈끈하거나 이런 따뜻한 관계들은 아니고요. 말 그대로 중학교부터 이제 사실 전쟁 시작이니까, 운동하는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전쟁, 묘한 긴장감? 그런 게 좀 있어요. 서로 조심하죠(9월 27일, 참여자 2).
4. 매니저와 엄마, 아빠
자녀의 훈련 및 경기 일정이 있는 날마다 참여자들은 어김없이 선수의 짐을 싸주고, 먼 길을 차로 태워다주고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응원한다. 일정을 마친 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도 ‘내 선수’의 몸 건강과 기분 상태를 살피며 지지자이자 페이스메이커로서의 역할도 하게 된다. 또한 ‘내 선수’가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좋을지, 그리고 추가로 필요한 훈련이나 물품을 마련해야 하지는 않을지, 스카우트가 들어온 팀들 중 어디로 보내야 할지 등 스포츠 에이전트의 역할까지 참여자들이 담당하고 있었다. 참여자 1과 3은 관심도 없었던 야구와 축구 기술을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내 선수’의 포지션에 맞게 육성하고 관리하는 방법도 배웠다. 참여자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역할이 생긴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고, 끊임없이 흔들리며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주변의 다른 선수 부모와 자신을 비교하며 더 부지런해져야겠다고 다짐하거나, 자신의 힘듦을 자녀에게 내비치지 않고 묵묵히 수행함으로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자 하였다.
얘가 야구하면서 제가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된 거지. 다른 부모님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뭐 부지런한 것도 아니더라고요(8월 24일, 참여자 1). 팀 옮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팀 아이들한테도 눈치 보이고. ‘가, 엄마 아빠가 뒷일은 책임질게’라고 말은 했는데 막상 하려고 하니까 감독님 전화만 받으면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10월 5일, 참여자 3).
또한, 운동선수의 ‘피지컬’은 기능향상 및 성적과 관련성이 높다. 고등학교 진학 여부가 ‘피지컬’로 인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중학교 3학년 전에 ‘내 선수’가 많이 커야 한다. 그러나 중학생은 성장기이며 아이들마다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계획한 만큼, 원하는 만큼 키와 몸무게를 늘릴 수가 없다. 참여자 1과 3은 자녀가 또래 평균에 비해 큰 키이고 양호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초조하다. ‘내 선수’가 중3 전에 키가 커질 수만 있다면 성장보조제, 영양제, 한약 등을 준비하며 매니저의 자세로 투자하고 있다. ‘내 선수’가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원하는 팀에 스카우트 받을 수 있도록 바라고 또 바란다.
한치 앞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지금이라도 뭔가 잘하는 모습이 눈에 띄어서 스카우트 되고 이런 것도 필요하니까(8월 18일, 참여자 1). 3학년 2학기, 방학 전에 팀이 다 정해져요. 그러니까 그전까지 최대한 많이 키워야 되고(10월 5일, 참여자 3). 선수는 11명밖에 못 뛰어요. 보통 팀에 15명에서 많은 곳은 20명 정도 뽑으니까 1등부터 11등까지만 운동을 나가는 거죠. 잘하는 애들은 월반해서 위 학년 경기를 뛰고, 전쟁이라는 게, C가 2학년 경기를 뛰면 원래 뛰던 애가 또 못 뛰게 되고(9월 27일, 참여자 2).
참여자들은 매니저로서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 선수’를 챙기고 응원하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한다. 하지만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엄마, 아빠이자 주부로 다시 출근하였다. ‘육아는 출퇴근이 없다’는 말처럼 밀린 집안일부터 나머지 가족들의 돌봄까지, 참여자는 종료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연장전에 재투입된다. 이처럼 선수 부모로서의 부캐(副character의 줄임말이고 온라인 게임에서 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라는 의미의 신조어)뿐만 아니라 부모로서 본캐(本character의 줄임말이고 온라인 게임에서 주로 사용하는 캐릭터라는 의미의 신조어) 역할까지 요구되기에 참여자들의 하루는 숨 돌릴 틈 없이 돌아간다.
참여자 1은 A가 중학교 진학을 했지만 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매니저와 양육자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었다. 점점 더 몸과 마음이 지치면서 ‘내 선수’와 가족들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기력이 소진된다.
모든 게 안 되어 있죠. 하나라도 되어있으면 조금 그래도 그런 마음이 고마워서라도 ‘그래, 이건 내 일이니까, 내 몫이니까’라고 생각을 할텐데 한 번씩 현타가 올 때는 나도 모르게 (8월 18일, 참여자 1). 내가 너무 힘들게 진짜 터덜터덜 집에 왔는데. 사람 마음이 지치니까. ‘이게 그냥 나의 몫인 건가?’(8월 24일, 참여자 1)
‘내 선수’ 육성에 시간과 돈 그리고 온 마음을 쏟아 부은 참여자들은 자녀의 성적을 기대하게 된다. 참여자 2는 C가 축구를 그만두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만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은 ‘내 선수’의 “최선”을 바란다. 참여자 1은 A가 진지하게 야구훈련에 임하고, 성적도 좋으면 ‘내가’ 애쓴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든다.
아이가 너무 아무 것도 안 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에는 ‘이렇게 할 거면 야구를 왜 하지?’라는 순간적인 욱한 감정에 말이 나올 때가 있어요. 안 해야 되는 말이기는 한데 ‘너 그럴 거면 때려쳐. 그냥 하지마. 뭐 하러 해. 남들 하는 만큼만 할 거면 왜 해?’ 이런 잔소리를 하게 되더라고요(8월 18일, 참여자 1).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쉬었다 가도 괜찮고, 다른 길로 가도 괜찮다. 그러니까 그냥 일단 너 할 수 있는 것만큼 최선을 다 하고(10월 19일, 참여자 2).
참여자들의 자녀들은 가족의 관심이 모두 자신에게 쏠림을 느끼기 때문에 직접적인 압박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선수로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들은 경기에 설 때마다 긴장하고 자신이 세웠던 전략을 실천하지 못하거나 원하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을 때 몇 시간을 울고 좌절하는 등 큰 감정 소모를 경험하고 있었다.
워낙 또 이제 축구가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아이가) 실제로. ‘진짜 돈이 많이 드는 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10월 19일, 참여자 2). 입학하고 첫 경기에서, 다 진 거예요. (아이가) 2시간을 엉엉 울었어요(8월 18일, 참여자 3).
하지만 참여자들은 부모이고, 그들 눈에 비친 자녀 또한 선수이기 전에 한없이 어리고 보호해주고 싶은 “애기”이다. 때문에 어린 자녀가 빨리 변화하고 싶다며 조바심 내고 경기 때마다 긴장하는 모습, 혹은 이른 시기에 부모의 품을 떠나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참여자들은 마음이 아팠다. 참여자 3은 아이가 경기에서 패배하거나 뜻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 “저렇게 힘들어 하는데 운동을 계속 시키는 게 맞을까?” 하고 엄마의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계속해서 운동을 하고 싶다 하고 조금씩 나아지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단호하게 “그만 둬” 하기도 어렵다.
좌절을 딛고 한 단계씩 성숙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매니저로서 아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줄 수 있도록 최대한 열심히 지원해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돌아서면 “운동이 뭐라고...”라는 안타까운 심정을 가진 채 아이를 응원하고 걱정한다.
근데 대단해요. 어찌 됐든 그걸 이겨내고 내려왔으니까. 처음 했을 땐 정말 눈물 났었어요(8월 18일, 참여자 1). 그냥 지금은 보면 안쓰럽죠. 그 축구가 뭐라고 만 12살밖에 안 됐는데 부모 곁을 떠나서 그렇게 있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10월 19일, 참여자 2). 기특하죠, 사실은... 또 그런 상황에서 또 적응해서 살고 뭐 그런 거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짠하기도 하고 이런 복합적인 마음(9월 27일, 참여자 2). 애들은 꿈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가 있고 하는 거 보면 너무 대견하고 기특한 것 같아요. 근데 그거를 오로지 자기들이 감내해야 되니까, 짠해요, 진짜(10월 5일, 참여자 3). E가 울 때 가슴이 너무 아픈 거예요. 거기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을 거라 생각할 것 같아서(10월 5일, 참여자 3).
참여자는 부모로서, 아이는 선수로서 노력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고 사춘기를 맞이한다. 참여자들은 ‘선수’라는 부담을 “감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다 컸네, 듬직하다.’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반항이 시작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걱정이 밀려온다. 참여자들이 모두 걱정한 것은 ‘학교폭력’, 그리고 ‘성’ 문제이다. 직접적인 가해자가 되는 상황은 물론이고 가해자와 같은 무리에 소속되어 있거나 심지어 피해자가 되는 상황 등 조금이라도 사건과 관련되면 출전 기회 박탈 또는 선수 제명을 당한다. 때문에 참여자들은 다시 매니저의 태도로 돌아가 어떤 형태로든 아이가 이런 상황에 연루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렇듯 참여자들은 부모와 매니저, 본캐와 부캐라는 역할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었다.
그 이력이 있으면 시합을 못 뛰어요. 저는 그런 일만 안 생기면...(8월 24일, 참여자 1) 말도 안 되는, 성적 행위를 했다든지 요즘에 막 그런 기숙사라든지 이런 게 뜨면 솔직히 좀 두렵잖아요. 이런 일이 일어나면 피해자도 막 하기 힘들 정도의 상황이 생긴다고 하더라고요(9월 1일, 참여자 1). C가 잘 때 한 번씩 핸드폰을 체크해요. 뭐 이상한 친구는 없는지. 인스타, 페북 다 들어가봐요. 몰래 봐야죠. 이상한 애 보이면 타고서 그 애 인스타도 들어가보고(9월 5일, 참여자 2). 어찌 됐건 어떤 일에 연루가 되는, 가해자가 됐든 피해자가 됐든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아직은 이제 아이가 정확한 판단을 못하고, 고민들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그런 것들을 한 번씩 그냥 점검하는 거죠(10월 19일, 참여자 2).
5. 매니저도 엄마, 아빠도 아닌 ‘나’
참여자 2와 3은 아이들과 떨어지게 되면서 공허함과 일시적인 우울감에 빠질 정도로 아이를 챙기지 않는 시간이 무가치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빈 둥지 증후군’은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거나 취업을 하여 품을 완전히 떠나간다고 느끼는 청년기, 혹은 초기 성인기에 많이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선수 활동을 하는 자녀의 경우 학년이 올라갈수록 늘어나는 훈련 및 경기 일정, 그리고 타지에 있는 학교로의 진학 혹은 기숙 생활을 하게 됨으로 인해 더 이른 나이에 부모의 품으로부터 떠나기도 하였다. 그 전에는 대부분의 일정을 함께 공유했던 자녀가 떠나는 것은 참여자들의 일과에도 많은 변화를 초래하였으며 그들에게 지금까지는 없던 ‘빈 시간’이 생기게 되었다.
심심하죠. 허전하고. 처음엔 우울증처럼 그랬어요(9월 5일, 참여자 2). 처음 E 가고 나서 방에 진짜 2~3일은 할 게 없으니까 침대에만 계속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것 같아요(10월 5일, 참여자 3). 이 시간이면 픽업을 나가야 될 시간이고, 어떤 일이든 뭐 경기를 따라가는 시간이고 그래야 되는데 너무 텅... 붕 뜨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10월 5일, 참여자 3) 공허해요. 항상 북적북적대다가 이제 나갔으니까(10월 31일, 참여자 3).
참여자 2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허전하고 무료했다. 아이가 소속된 축구팀과 학교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매주 금요일마다 아들을 만나러 간다. C가 타지의 중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결정되며, 곁에서 챙겨주지 못하게 되었을 때부터 “지금 직장을 그만두고 C가 다니는 학교 근처로 가서 같이 살까?”하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성인이 되어 정말로 품을 떠나기 전까지 아직 조금이라도 더 아빠로서 챙겨주고 보살펴주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참여자 2는 자녀와 비록 몸이 멀어지더라도 계속해서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며, 몸도 마음도 가까이에 머무르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내 품안의 시절. 왜냐하면 이제 만약에 축구를 계속하게 되면 고등학교부터는 축구가 무조건 합숙이에요. 그러니까 이제 진짜로 2년 밖에 안 남은 거여서 ‘그 남은 2년 잘 먹이고, 얼굴도 자주 보고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10월 19일, 참여자 2). 혼자 있으면 심심하고 금토일만 기다려요(9월 5일, 참여자 2). 모든 일상이 C 보러 가는 날에 맞춰져 있는 것 같아요. 거의 모든 삶이 그렇게 돼가고 있는 것 같아요(10월 19일, 참여자 2).
참여자 3은 D, E가 떠남으로서 “빨리 고생했지만 이제 조금 편해졌다, 홀가분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줘야 했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타지에서도 나름대로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D, E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손을 떠났다는 시원한 해방감이 들기도 하였다. 아들들의 운동 일정으로 인해 꽉 차있던 일정에 여유가 생김으로서 지금까지는 시간이 부족해서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제 좀 자유롭다(10월 14일, 참여자 3). 그냥 이제 내 손에서 떠나서 솔직히 홀가분한 느낌이 너무 커요(10월 31일, 참여자 3). E 가고 나서 진짜 시간이 너무, 빈 시간이 엄청 많아진 거예요. 그래서 처음으로 운동을. 전에는 픽업 왔다 갔다 하고 경기 쫓아다니고 대회 쫓아다니느라 뭐 할 시간, 엄두도 안 났었는데... 그래서 이제 ‘해보자, 해봐야겠다.’(10월 5일, 참여자 3).
참여자 3은 이 시간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고자 하며, f까지 자라면서 앞으로 점점 더 그 시간이 늘어날 것이기에 이를 아깝지 않게, 잘 활용해보고자 고민하였다. 성인기 이후 처음으로 ‘엄마’가 아닌 ‘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나도 사람이구나. 나도 나의 생각이 있고 하고 싶은 것도 있고, 그걸 다만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지 그런 욕심이 있는 사람이구나(10월 31일, 참여자 3). 누구의 엄마,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아내로만 살아 왔으니까, 거기에만 초점이 맞춰져서 살았으니까 항상. 그래서 그게 당연한 거고 그게 일상인 거고 그렇게 받아들이고 살았는데... ‘나도 사람이구나’라는 걸 진짜 많이 안 것 같아요(10월 31일, 참여자 3).
Ⅳ. 고찰
본 연구결과에 대한 고찰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 참여자들의 부모되기 경험은 양육자이면서도 다양한 부모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스포츠 에이전트와 매니저가 되어 자녀가 선수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할 수 있도록 정보를 탐색하고 투자를 한다. 아이의 출석과 성적 변화를 체크하며 주말과 휴가를 반납하고 훈련 및 시합일정에 동행한다. 또한, 취업 컨설턴트가 되어 다양한 취업전략을 세우며, 그에 맞춰 진학할 학교나 이적할 팀을 결정한다. 이러한 부모되기 경험은 유소년 엘리트 선수를 자녀로 둔 부모들이 재정적, 시간적 헌신과 자녀의 기량 및 경기결과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결과(Kang et al. 2016; Lee & Lim 2021)와 일치한다. 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에 비해 학령기 운동선수들에게 주어진 진로 선택의 폭이 더 좁다는 연구 결과(Lee 2014)와 경기 실적으로 진학이 결정되기 때문에 일찍부터 진로를 국가대표나 프로팀 선수로 제한하는 상황(Kim 2020)과도 본 연구결과는 일맥상통한다. 즉, 선택지도 적고 성공 가능성도 모호한 프로선수 취업을 위해서는 부모의 헌신이 필요하였다.
본 연구 참여자들은 운동선수 자녀를 둔 부모가 아니었다면 겪지 않았을 ‘매니저’의 역할을 수행해야했고 주로 양육과 돌봄, 교육에만 힘쓰던 이전과는 다른 양육 태도가 요구된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갈등이 잦아지고 때로는 소진되기도 한다. 반면, 이러한 변화는 부모가 중년기에 접어들면서 느낄 수 있는 회의감 및 혼란스러움과 부모 역할이 끝났다고 느낌으로서 드는 무기력함을 상쇄시키기도 하였다. 참여자들은 매니저 역할, 선수 부모 커뮤니티 활동 등을 통해 “아직 부모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는” 기쁨을 느꼈다. 이러한 뿌듯함은 참여자들의 에너지를 끌어 올려줬고 자녀의 “멘탈과 컨디션 관리”를 위해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다. 이렇듯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는 아이를 키우면서 고통 속에 머물러있지 않고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자폐성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의 특성에 맞춰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찾고 함께 하는 삶을 추구한다는 연구결과(Lee 2019), 만성질환아동의 부모가 희생과 몰입을 필요로 하는 변화에 적응하며 아동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도록 노력한다는 연구결과(Park 2015)와 맥을 같이한다.
참여자들의 부모되기는 다중역할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 부모라는 소명(vocation)의식을 갖고 운동선수 자녀를 키우고 있지만, 직업(work)이 되면 부담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다시 소명과 연결함으로써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아닌 ‘나’를 희생해야 하는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둘째, 연구 참여자들의 부모되기 경험은 가족관계의 변화 속에서 달라진 부모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참여자 1과 참여자 3은 선수 자녀에게 관심과 지원을 집중하면서도 다른 형제가 소외되지 않도록 함께 살펴야한다. 이는 유소년 엘리트 야구선수의 활동이 부모에게 재정적인 어려움과 불균형한 가족역동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Lee & Lim 2021)와 맥을 같이한다. 뿐만 아니라 참여자들은 선수 부모 커뮤니티를 통해 또 다른 가족이 생겼다. 참여자들의 부모, 형제보다도 더 자주 마주치고 일상을 공유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내 자녀를 프로선수로 키우는 과정에서 필요한 공동체였다. 참여자들은 그 안에서 고민도 나누고 위로받는다.
참여자 1은 서로 비슷한 고민을 나누며 이렇듯 흔들리고 힘들어 하는 게 자신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지지와 위로를 얻고, 더 바람직한 부모가 되기 위한 조언을 구한다. 그리고 관계 속에서 “나에게 이런 면도 있었나?” 하며 이전엔 몰랐던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참여자 1과 3은 소외된 가족과 다른 부모들이 거울이 되어 ‘내’가 보이기도 한다. 또한 아이들과 떨어져 있고 다른 부모들과의 관계도 멀어지면서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이렇듯 참여자들의 부모되기 과정은 새로운 변화 속에서 겪는 ‘부모의 삶’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이러한 ‘앎’을 통해 ‘부모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부모라는 역할이 생기기 전까지, 지금의 내가 자녀에게 해왔듯이 나에게 많은 것을 지원하고 보살펴왔던 ‘나의 부모’를 떠올리고 ‘부모로서의 내 모습’과 비교하며 성찰하기도 하였다. 더 나아가 참여자는 누군가의 엄마, 아빠가 아닌 온전한 ‘나’에 대해 생각해보고, 진정한 부모됨과 성숙함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였다. 여전히 ‘부모’는 되어가는 중이고, ‘나’는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Ⅴ. 요약 및 결론
본 연구는 유소년 운동선수를 자녀로 둔 부모가 어떠한 경험을 하며 그들의 ‘부모되기’ 경험이 갖는 의미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중학교 진학 시기의 선수 자녀를 둔 부모 세 명과 각 세 차례씩 면담을 진행한 뒤 개방 코딩하여 사례 내, 사례 간 분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에서의 사례 간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참여자들은 ‘취업 길잡이 부모’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모자녀관계의 역동은 ‘엄마, 아빠가 대신 하는 취업 준비’, ‘속 타는 엄마, 아빠와 철없는 아이’로 정리할 수 있다. 둘째, ‘우리 가족은 하나 되어 올인, 소외되는 형제’를 통해 자녀의 선수 생활이 가족 전체의 역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셋째, ‘또 하나의 가족, 멀고도 가까운 관계’에서 선수 부모 커뮤니티의 특성은 ‘같은 부모로서, 더부살이 양육’, ‘백조의 물장구’라는 두 가지 면을 가지고 있었다. 넷째, 참여자들은 ‘매니저와 엄마, 아빠’라는 여러 역할을 맡으며 ‘나의 부캐는 스포츠 에이전트와 매니저’이며 ‘부캐와 본캐의 사이, 선수를 키우는 매니저와 애기를 돌보는 부모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매니저도 엄마, 아빠도 아닌 나’에 대해 탐색하며 ‘갑자기 사라진 일정, 이제 뭐하지? 빈 둥지 증후군’을 겪고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잠시나마 더 함께’하거나 ‘갑자기 생겨난 나만의 시간’에 적응하고 있었다.
본 연구결과와 고찰을 통한 유소년 운동선수 자녀를 둔 부모 교육 및 상담의 함의점은 다음과 같다. 참여자들은 운동선수 자녀를 키우면서 아이의 꿈을 응원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부모로서 소명을 수행하고 있음에 기쁨을 주기도 하였다. 소명은 몰입, 신념, 의미추구 등의 긍정심리적 자원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삶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Coulson 2011). 그러나 소명의식 수준이 과도하게 높아서 지나치게 의미 부여를 하는 경우 관계갈등 및 소진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Vinje & Mittelmark 2007). 따라서 부모 자신의 스트레스 수준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개입이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스트레스 경험으로부터 유발되는 속박감이 부모소진과 우울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부모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부모성찰로 이어져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부모됨으로 과정을 도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유소년 운동선수 자녀를 둔 부모의 부모되기 경험에 대한 본질을 탐색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질적사례연구방법론을 적용한 분석을 실시하였고 주제와 의미를 도출하였다. 본 연구는 현재 선수 활동을 하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가 참여자이기 때문에 가장 생생하게 그들의 경험을 탐색하고 공감적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는 유소년 운동선수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한 상담과 부모교육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관련 분야의 연구동향을 고려해 볼 때 유소년 운동선수의 경기력 향상과 관련된 선수 및 부모 요인을 탐색하는 연구가 주로 이루어졌다. 특히 초기 청소년기 자녀이면서 운동선수를 키우는 부모되기 경험의 특수성을 반영한 부모상담 프로그램 개발 등 심리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바이다.
한편, 본 연구의 한계점과 후속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먼저, 본 연구에서는 중학교 진학 전후 시기인 선수 자녀를 둔 부모의 경험을 살피고자 하였으나 이미 자녀의 진학이 결정된 부모만 연구에 참여하였다. 이에 실제 중학교 진학을 준비 중인 초등학교 저학년부터로 그 범위가 확장된다면 더 다양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실제 직업적으로 구체화되고 더 많은 압박을 느끼는 고등학생 운동선수를 둔 부모의 경험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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