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어로리 인문학 마을의 공동체 형성과정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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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is study is an exploratory case study of a humanity community building process in a rural area context, particularly in the villages of Eoro-ri, Chilgok-gun, and Gyeongsangbuk-do. Chilgok-Gun has institutionalized support systems for a humanity community building, and has implemented some programs for four years. This article uses a qualitative approach to analyze the process of community buildings, such as in-depth interviews and observations. The analysis is based on the process of discovering, vitalization, and self-governing for community buildings, and give some implications for future community buildings in a rural area context as follows. First, the village leader constantly needs to be cultivated. The village leader is not a simple representative of the village. He constantly needs to make efforts to communicate with the villagers. Second, learning through constant self-reflection is necessary for the villagers. It is important to make community programs and residents’ small meetings to facilitate reflection. In community buildings, the process of communication and consultation for villagers is more important. The process that creates a new value of the village in the learning process takes place. Third, talented village people who can develop the village should be educated. This is a virtuous circle for Village Development. Aging in rural areas has been deepening, which will affect the future of local communities that can meet in accordance with various crises and responses. There is a need for complex research on sustainable ways to reinvent itself as a community.
Keywords:
community, community center, community building, records of the villageI. 서론
최근 마을 만들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높다. 마을 만들기는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기획하고 제안하여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한데 모여 이뤄나가는 마을 공동체 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Kim 2013). 마을 만들기의 시작은 물리적 환경의 개선과 지역 공동체 회복 등을 위한 자발적인 운동이었지만 기존에 수행되었던 국내 마을 만들기의 많은 사례들은 관주도의 마을 만들기, 관광의 기능을 위한 물리적 경관 조성 등에 집중하여 지나치게 성과 지향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처럼 기존의 마을 만들기에 대한 비판 속에서 경북 칠곡군이 추진하고 있는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은 기존 사업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칠곡군의 인문학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문학에 대한 편승이 아닌, 장기적인 평생학습의 경험이 축적된 결과를 통해 도출되는 삶에 기반을 둔 인문학으로 그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 칠곡군은 ‘평생학습특별시’라고 할 만큼 평생학습에 관하여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우수한 기반을 갖추었으며(Ji 2015), 이러한 바탕에 마을인문학과 접목하여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칠곡군 24개 인문학 마을(2016년 기준) 중, 마을의 공동체능력・주민 공감능력・리더의 열린 자세・주민들의 참여의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으로 인지도가 높은 북삼읍 어로리를 연구 사례로 선정하였다. 칠곡군 북삼읍 어로리는 산업화와 도시화 기조의 영향을 받았지만, 칠곡군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한 성격 때문에 온전한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고 농촌마을에 공장이 산재하고 있는 도농복합도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청장년층 노동인구의 유출과 마을 내 공장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로 인해 어로리 마을은 농촌과 도시의 단점만이 부각되고 있는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어로리는 마을리더를 중심으로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어로리의 마을리더는 열린 자세를 견지하고 지향하여 주민들의 공감능력을 이끌어냈고, 서로에게 무관심했던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어로리 마을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마을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생각밥상’, ‘보람할매 연극단’, ‘이야기 요리 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어로리의 마을 공동체 능력은 칠곡군에서도 높이 평가 받고 있다. 또한 ‘2014년 평생학습 연극대회 대상’, ‘2015년 실버문화페스티벌 공연부문 최우수상’, ‘2016년 전국 행복마을 동상’을 수상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을 만들기의 우수 사례로 다른 지역에서 답사를 요청하기도 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경상북도 칠곡군 어로리의 마을 만들기 사례를 통해서 농촌 마을 공동체의 형성과정과 그 의미를 살펴보고, 미래에 지속 가능한 농촌 지역 마을 만들기를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마을 공동체와 마을 만들기의 개념
마을은 거주민들의 경험과 의미를 품은 공동체적인 삶의 터전이다. 즉, 마을은 거주를 위한 물리적인 공간인 동시에 마을에 사는 사람들 간의 관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을은 거주민들의 삶의 현장이자 그 삶의 의미를 소통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마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소통하는 사람들을 육성하는 운동이 마을 만들기이다. 이처럼 마을을 그 공간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고 학습된 결과라고 본다면 마을 만들기는 마을 공동체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Song 2010).
마을 만들기는 거주민이 스스로 그 공간의 주인이 되어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Mcmillian & Chavis 1986; DeFilippis & Saegett 2008; Na 2013; Ryu 2015). 이와 같은 맥락에서 마을 만들기는 첫째, 삶터를 가꾸는 활동이다. 거주민들이 자신의 삶을 위한 공간을 개척하고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생활하면서 불편한 문제들을 개선하거나 해결하며, 편의를 향상시키거나 보다 쾌적한 삶을 위해 필요한 공간이나 시설,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둘째, 공동체를 형성하는 활동이다. 마을 만들기는 거주민들이 서로 관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정서적인 관계망을 구축하는 일이다. 이러한 관계망을 통해 마을은 공동의 문제를 도출해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함으로써 마을 공동체의 윤곽을 점차 뚜렷하게 잡아간다(Kim & Lee 2007; Jeon 2012; Yeo 2013). 셋째, 마을의 주인을 만드는 활동이다. 거주민들이 마을의 활동에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도록 주인의식을 함양하는 것이다.
마을 만들기는 거주민들이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실천함으로써 나타나는 마을 정체성 형성의 과정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Lim (2012)은 이러한 과정을 마을문화의 ‘재현’과 ‘창조’로서 설명한다. 여기서 마을문화의 재현은 다양한 유무형의 매체를 활용하여 마을문화의 정체성을 대신해 나타내는 것이며, 마을문화의 창조는 어떤 상징적인 매체 혹은 활동을 공유함으로써 마을문화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즉, 마을 만들기란 마을 거주민들 간에 공유된 유무형의 상징적인 매체를 중심으로 고유한 마을 정체성을 재현하거나 새로운 마을 정체성을 창조하는 소통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농촌 마을 만들기에서 기존의 마을 자원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마을 거주민이 마을의 자원을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것, 즉 농촌문화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시한 Lee(2012)의 주장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기존의 마을 자원을 찾는 것은 전통적인 마을의 정체성을 재현하는 것과 같고, 마을의 자원을 활용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것은 새로운 마을의 정체성을 창조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마을 만들기는 마을의 정체성을 재현 혹은 창조하는 과정을 통해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고 또 새롭게 형성하는 활동으로 볼 수 있다.
2. 칠곡군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의 특징
기존의 농촌 마을 만들기 사업에서 향토자원의 발굴 및 조사가 주로 이루어졌었다면, 최근에는 이러한 자원을 활용하여 어떻게 마을의 재화와 서비스로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농촌의 자원을 어떻게 문화적인 가치로 확장시켜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Lee 2012). 농촌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농촌 자원의 가치를 새롭게 발굴하고 확장시켜 그 지역만의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인 가치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는 OECD(2006)가 농촌 지역의 경쟁력과 농촌 자원의 가치화, 아직 활용되지 않은 자원의 개발 등을 새로운 농촌 패러다임의 키워드로 꼽은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농촌 자원의 새로운 가치 창조라는 측면에서 경상북도 칠곡군이 추구하는 지역민의 눈높이에 맞춘 ‘인문학 마을’은 의미가 있다. 칠곡군에서 풀어내는 인문학(人文學)의 ‘문(文)’은 문화를 의미하며 이는 사람의 나이테와 같은 의미에서 삶의 가치를 뜻한다. 그래서 칠곡군의 인문학 마을은 주민들의 삶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평생교육’을 기반으로 시작하였다. 칠곡 평생교육의 주체는 60~80대 주민들로 이들은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우직한 삶을 살아왔지만 스스로 삶의 주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칠곡군 인문학 마을 만들기는 이들에게 스스로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칠곡군의 인문학은 마을 인문학으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삶의 가치문제를 의미하며, 개인의 인성을 통해 아름다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따라서 칠곡군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은 마을 공동체 사업으로서, 마을단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서로 대등한 관계 속에서 마을에 관한 일을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지역사회의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려는 주민자치 사업으로 볼 수 있다(Kim et al. 2013; Moon 2013).
칠곡군 인문학 마을 만들기가 표방하는 마을 공동체 사업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주민참여를 가장 우선으로 둔다는 것이다. 주민참여는 공동체 형성의 전제조건이며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한다(Kim 2012). 그리고 마을 만들기의 ‘결과’ 보다는 그 ‘과정’을 중시하는 관점으로서 주민참여와 나눔, 그리고 공동체 의식 등의 지속성을 강조한다는 점 역시 중요한 특징이다. 또한 칠곡군의 마을 공동체 사업의 성과는 주민이 개인적으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마을의 문제로 인식을 변화하는 계기이고, 참여하는 주민 간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관계가 발전하면서 점차 적극적인 마을 활동꺼리를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체성과 자신감 등 역량의 증대로 이어진다(Park 2014). 이와 같은 접근은 지역역량 강화와 공동체 활성화를 바탕으로 농촌지역의 개발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Lee(2009)의 논리와 같다.
이상과 같이 칠곡군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마을 공동체는 자발성과 관계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발성은 주민 스스로가 필요에 의해 자신의 생활문제를 이웃과 함께 해결해보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이며, 이는 마을 공동체 사업에 대해 단순히 프로그램의 소비자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자기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관계성은 드러나고 그 관계가 주민들의 생활에서 나오는 문제를 마을 안에서 해결하고자 할 때 마을 공동체는 성장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마을 공동체의 자발성과 관계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칠곡군은 각 마을들의 니즈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문학적 소통 방식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Ⅲ. 연구방법
1. 사례연구
본 연구는 칠곡군 어로리의 사례를 통하여 농촌 지역에서의 지속 가능한 마을 만들기 경험의 의미를 이해하고 향후 과제를 모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질적 연구방법론 중 사례연구를 선택하였다. 사례연구는 경험적 탐구로 현상과 맥락의 구분이 모호할 때 실제 맥락 안에서의 현상을 탐구하는 것이다. 사례를 이해하기 위해 해당 사례에 대해 문서, 가공물, 인터뷰, 관찰 등 다양하고 심층적인 자료 수집을 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것을 뜻한다. 사례연구는 맥락을 떠나서 이해될 수 없으며, 프로그램・사건・사람・기관・특정집단 등이 사례가 될 수 있다(Yin 2009).
본 연구는 농촌 지역의 마을 공동체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전제 하에 탐색적 사례 연구의 방법을 활용하였다. 또한 칠곡군 어로리의 사례가 농촌 마을 만들기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여 단일사례 연구설계를 선택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2. 연구 참여자 선정
질적 연구에서 연구 참여자를 선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본 연구에서 연구 참여자는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하여 지역과 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진행된 마을의 주민들과 관계자 등 총 5인이다. 이들 5인은 마을반장, 마을 기자, 성인문해 교육 강사, 마을 만들기 사업의 행정가와 자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본 연구의 목적에 가장 적합한 연구 참여자로서, 칠곡군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을 구상하는 처음부터 현재까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A는 어로리 마을이장을 14년째 맡고 있으며, 인문학도시 조성사업에 1기(2013년)부터 참여하여 현재 4년 째 마을반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마을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마을 내 주민들의 신임이 두텁다. B는 어로리 성인문해교실 보람학당의 강사로, 마을의 할머니들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어로리 할머니들과 함께 보람할매연극단을 창단한 장본인이다. 연극단 창단 이후 B는 문해 교실강사로 활동하는 외에 연극 및 율동을 가르치고 있다. C는 칠곡교육문화회관의 보직공무원으로 16년째 평생교육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C는 축적된 평생교육의 노하우를 살려 인문학 마을 만들기에 큰 역할을 하였으며, 인문학 마을에 대한 철학과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D는 어로리 마을주민으로 인문학 사업 초기 마을기자의 역할을 맡았다. 2014년부터는 보람할매연극단의 단장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마을 프로그램과 관련한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E는 ‘다’ 문화재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인문학 사업 관련하여 구술생애사, 스토리텔링 등을 교육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본 논문의 연구대상은 마을 공동체이다. 마을 공동체는 특정한 물리적 범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공동체적 인식을 공유한 범위로 볼 수 있다(Lee & Choi 2015). 따라서 행정구역인 어로리를 확장된 공동체의 집합체로 가정하고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기간은 칠곡 인문학 마을 만들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2년부터 본 연구의 인터뷰가 마무리된 2016년 9월까지로 설정한다.
3. 자료수집 및 방법
본 연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연구자는 자료수집 도구로서 심층면담의 질적 연구방법을 사용하였다. 심층면담은 질적 연구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자료수집 형태이며, 연구 주제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사전에 계획하고 심층적으로 참여자들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얻는 방법이다.
심층면담은 2016년 7월 27일부터 9월 29일까지 10여회 진행되었으며, 개인면담으로 반구조적인 면담과 비 구조화된 면담을 병행하였다. 질문내용으로는 칠곡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의 추진과정, 추진 동기, 사업 내용, 애로 사항, 기타 특징을 주요항목으로 구성하였다. 심층면담 장소는 주로 마을회관에서 이루어졌으며, 상황에 따라 교육문화회관 사무실 등에서 이루어졌다.
녹취한 자료는 전사과정을 통해 텍스트화 시켰으며, 이외에도 칠곡군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 관련 도서 자료, 마을리더 교육자료, 인문학마을의 온라인 커뮤니티 상호작용 보고서, 사업 계획서 등을 수집하여 함께 분석하였다. 또한 자료 분석 과정에서 연구 참여자들과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 신뢰도와 타당도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4. 연구윤리
본 연구에서는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인터뷰, 참여관찰 등의 과정에서 연구윤리를 준수하여 진행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의 신체적 특성상 글씨를 읽고 쓰는 데 불편한 여건을 가지고 있어 연구를 진행할 시 대부분 구두로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마을이장인 A와 유선연락을 통해 연구의 목적과 내용을 설명하여 구두로 동의를 구한 뒤, 현장을 방문하여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눈덩이 표집 방법을 통해 만난 다른 연구 참여자들 역시 구두로 동의를 구하였다. 또한 본 연구를 통해 관계를 맺게 된 연구 참여자들과는 칠곡군 인문학 마을 관련 축제 및 행사 때마다 방문하고 지원하는 등 지속적으로 교류하여 꾸준히 신뢰를 구축하였고 연구 내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연구 참여자에 대한 윤리적 의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Ⅳ. 연구결과 및 고찰
1. 칠곡군 어로리 인문학 마을의 특성과 조직체계
어로리는 경북 칠곡군 북삼읍에 소재하고 있으며, 행정리는 어로 1리, 어로 2리, 어로 3리로 3개의 행정리가 포함된다. 어로 1리는 어붓골, 논실, 이재민촌의 3개의 자연마을을 포함하고 있는 어로리의 중심마을이다. 어붓골 마을은 덕지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으며, 어로 1리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공장과 가옥들이 모여 있다. 논실마을은 삼주아파트(어로 3리) 뒤편 왜가리 서식지의 구릉 남동쪽에 형성되어 있으며, 논실마을은 산기슭 아래에 있는 마을을 웃논실, 칠곡대로 주변에 형성된 마을을 아랫논실이라고도 한다. 이재민촌은 어붓골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즉 경호천변에 형성되어 있으며, 1945년 광복 이후 귀국 동포를 위한 이재민 수용촌과 더불어 형성되어 지명이 유래한다.
어로리를 포함하고 있는 칠곡군은 ‘평생학습특별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평생학습과 관련한 인프라가 매우 잘 구축되어 있다. 2000년 교육문화복지회관이 개관하면서 평생교육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을 시작하였다. 칠곡군 주민 자치대학을 운영하였고, 여성농업인 대학을 통해 여성 농업 경영인들을 양성하였다. 따라서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되었고, 칠곡군 평생학습도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이듬해에는 칠곡군 평생학습조례가 제정되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점은행제를 승인받았다. 이처럼 칠곡군은 평생학습도시라는 기반 위에 인문학 아카데미, 칠곡군 평생학습 인문학 축제와 같은 인문학 사업을 시작했다.
본 연구의 사례인 어로리는 2016년 8월 현재 112세대, 인구는 268명이 있으며, 남성은 144명, 여성은 124명이 있다. 어로리는 마을 내 공장이 70여 곳에 이를 정도로 도・농 복합도시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실제로도 인근 구미시 또는 마을 내 공장에 출근하는 마을주민들이 많다. 그리고 어로리의 주민들 중에는 특히 60대 이상 여성 노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보람학당’에서 성인문해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칠곡군은 평생학습을 인문학으로 풀어낸 프로그램들을 시도하여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칠곡군의 인문학은 10여 년 전부터 주민들을 위해 마련된 농업경영, 아동・가족. 사회복지 등 학점은행제와 다채로운 평생학습을 실현한 학생들의 열정이 이루어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인문학마을사업에 연관된 조직은 주관단체인 ○○예술 업체, 주최단체인 칠곡교육문화회관이 있다. ○△연구소는 인문학마을 만들기 사업에 관한 마스터플랜을 기획하고 있으며, □○ 문화재연구원, ○▽대학의 관련분야 전공 교수 등이 인문학 마을 사업관련, 자문 역할을 담당하였다. 또한, 2014년 6월 인문학 마을 1기의 리더들을 중심으로 인문학마을 협의회를 구성하였다. 인문학마을 협의회는 각 마을에 대한 멘토링을 담당하다가 2016년에는 △△문화단체와 함께 컨소시엄을 결성하여 인문학마을 사업을 주관하게 되었다.
칠곡군에서는 지속가능한 인문학 도시 조성 사업을 위해 인문학도시 조례를 제정(2015년 4월 1일 제정, 조례 제 2290호)를 하였다. 다음으로 이 중에서 제 5조는 군의 책무에 대해서 언급함으로써 본 마을 만들기 사업을 실행하는데 있어, 칠곡군의 역할에 대해서 명시하였다.
- ① 칠곡군수(이하 “군수”라 한다)는 인문학 사업에 관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 ② 군수는 인문 자원의 발굴·보전을 통해 관련 사업을 활성화하는데 적극 노력하여야 한다.
<인문학 도시 조성 사업 조례> 중 제 5조
위의 조항을 통해서 칠곡군은 인문학 사업에 관한 정책과 관련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과 활성화를 위하여 행정적인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문학 사업의 마스터플랜은 ○△ 연구소가 수립하고 있어, 사업 전반적인 프로그램의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사업주관 단체는 ○○ 예술업체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사업의 세부적인 진행을 담당하였으며, 2016년부터는 인문학마을협의회・△△ 문화단체의 컨소시엄이 담당하고 있다. 주관단체는 각 인문학 마을에 대하여 이야기 자원을 공통적으로 수집하고 각 마을에 적합한 마을 프로그램을 발굴하여 적용하기 위한 컨설팅과 지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인문학마을 협의회는 2014년 6월 설립되었고, 1기의 마을 반장들이 주축이 되어 조직하였으며, 이듬해에는 인문학마을 협동조합을 만들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인문학도시조성 조례 제8조는 칠곡군 인문학 마을 협의회 설치에 관한 항목이며, 세부내용은 아래와 같다.
- ① 군수는 관내 각 인문학 마을의 상호간 교류와 연대를 통해 인문학 사업의 발전을 모색하고자 칠곡군 인문학 마을 협의회(이하 “협의회”라 한다)를 구성할 수 있다.
- ② 협의회의 회원은 각 인문학 마을의 주민회의를 통해 선출 된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 반장이 된다.
- ③ 협의회의 개최시기와 임원 선출 방법 등 구체적인 협의회의 운영에 관한 사항은 회칙으로 정한다.
- ④ 협의회는 다음 각 호의 기능을 수행한다.
- 1. 칠곡군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의 추진 활동 방향 논의
- 2. 주민 주도형 인문학 마을 사업의 육성
- 3. 각종 인문학 정책의 협의 및 제안
<인문학 도시 조성 사업> 조례 중 제 8조
본 사업에 대한 자문은 □○ 문화재연구원, ○▽ 대학의 관련 분야 교수가 맡고 있었다. 자문내용으로는 마을이론, 스토리텔링, 마을 자원 발굴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에 관한 멘토링 및 교육을 담당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인문학 마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인문학 마을 주민들이다. 마을 반장은 주민들의 대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행정가・주관단체・마을 주민・인문학 마을 관련자 들을 잇는 중간매개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기자는 온라인 소통 공간인 네이버 밴드에 마을의 소식을 전하고, 인문학 마을 신문을 발간하는 소통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실질적으로 마을 사업에 참여하고 주체적으로 이끎으로써 인문학 마을의 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문학 마을 만들기는 마을기초조사를 수행하면서 마을 사업에 참여할 예비마을을 선정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선정된 마을에서는 마을리더 2~3인을 선정하여 마을리더교육을 받았으며, 마을리더 교육을 통해 발견된 마을의 공동체능력, 주민 공감능력, 리더의 열린자세, 주민의 참여의지를 기준으로 인문학 마을 1기 10곳의 참여를 확정지었다. 인문학 마을로 선정된 마을은 ‘주민통합 공감 워크숍’을 진행함으로써 마을 주민들이 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하여 전반적인 이해를 한 후, ‘마을살이 설계 워크숍’을 진행함으로써 각 마을마다 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설계하였다. 그리고 설계한 프로그램의 진행정도와 적합도를 알아보기 위하여 ‘중간점검 워크숍’을 개최하였고, 마지막으로 ‘인문학 아카이브 展’의 전시를 통해 한 해의 마을살이 행사가 종료하게 되는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2. 칠곡군 어로리 마을의 공동체 형성과정
어로리를 사례로 하는 칠곡 인문학 마을의 공동체 형성과정은 발굴 단계, 활성화 단계, 자치화 단계의 3단계의 과정을 거치며 형성하였다. 사업초기에는 마을 외부단체인 주최・주관 단체의 영향력이 컸으며, 마을의 영향력은 미약하였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프로그램들을 소화하면서 마을의 역량은 점점 커지며, 마을의 자치화 단계에서는 마을 만들기를 지원하는 기관・단체들보다 마을 주체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졌음을 알 수 있다.
(1) 마을 공동체에 대한 의식 형성
인문학마을 만들기의 시작은 2012년 12월, 마을기초조사를 수행하면서 부터이다. 칠곡군의 3읍 5면 203리에 이르는 마을 중 10개의 마을선발대를 찾는 과정으로, 성숙한 마을 리더들과 특별한 공동체성을 가진 마을을 찾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마을 공동체의 근간이 보이던 마을, 마을의 리더 그룹이 유난히 성실하고 화합이 잘 되는 마을, 공동체의 문제 해결 의식이 높은 마을, 그리고 거대자본의 투입으로 물리적인 변화와 확장을 계획 중인 마을들을 예비마을로 선정하였다. 이는 마을 공동체에 대한 의식을 형성하는 단계라 볼 수 있다.
(2) 공동체 비전의 공유
첫 해의 마을살이 워크숍은 인문학마을로 선정된 각 마을이 가지고 있는 공동체의 비전을 공유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워크숍을 통해서 각 마을들은 마을이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자원과 공동체성, 주민의 특성, 생활문화와 이야기 등에 따라 활동 계획을 세웠다. 각 마을 사업단은 작은 계획을 세우고 다른 마을과 나누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계획을 구체화하였다. 외부 전문가들도 컨설턴트로 참여하여 현장조사를 통해 마을의 사업 설계를 도왔다. 이들은 마을살이의 계획을 들으며 서로의 생각을 보태주었고, 따라서 인문학 마을을 이어주는 끈이 생겨난 것이다.
(1) 공동체 역량 강화
인문학 마을 사업에서 마을의 대표자는 ‘마을반장’이라고 부르는 마을리더와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는 ‘마을기자’가 있다. 마을의 리더란 마을에 따라서 마을이장, 부녀회장, 새마을지도자, 새마을 문고회장, 청년회장, 노인회장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마을리더들은 공동체를 통합하고, 마을의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고, 때로는 행정가와 마을주민, 외부인과 내부인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인문학 마을사업은 이들을 위한 교육을 통해서 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이들과 함께 군의 정책을 공유하고 상호간 상황을 전달하며 협력하기 위한 장치가 되기도 하였다.
인문학 마을 사업에서는 사업의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마을 반장과 마을활동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마을기자, 주민 활동에서 전문 분야를 교육하는 주민 교사가 있다. 마을 기자는 마을의 소소한 일상들을 기록하여 네이버 온라인 커뮤니티인 ‘밴드’를 통해 마을 활동의 자료들을 공유하고, 기록물을 활용하여 ‘인문학 마을 신문-두루두루’를 발간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교육은 지역 대학의 교수가 담당하였다.
“우리가 인문학 사업을 하다가 빠진 마을이 있거든. 왜 빠졌나면 ○○1리는 이장이 바뻐서 이거를 할 여유가 없더라고. 그리고 △△마을은 마을반장이 고인이 되어버렸어. 이 사업 이거는 리더가 없으면 못하거든.” (A, 2016.09.19.)
이처럼 마을 공동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을리더의 역할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Park (2012)의 연구에서도 일본 마을 만들기의 사례를 통해 마을 리더는 마을의 문제점에 대하여 지역주민의 의식과 함께 이를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이는 지속가능한 마을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 됨을 시사하고 있다.
마을주민들에 대한 ‘삶의 기술 교육’을 통해서 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초기에는 인문학 마을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했지만, 구현하는 방법에서는 기존의 마을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인문학 마을에서는 의식주처럼 기본적인 삶을 관통하는 기본적인 ‘삶’의 변화와 진화 사례를 학습하는 장을 마련하였다. 상상력을 키우고 생태에너지와 생활기술, 생존력과 공동체의 협력을 학습하기 위해 ‘삶의 기술’ 교육을 시작하였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마을 주민들에게 씌어져 있던 굴레들은 한 꺼풀씩 벗겨져 갔고, 조금씩 인문학 마을의 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드러나며 마을 주체들의 역량이 강화되기 시작하였다.
(2) 공동체 네트워크
인문학 마을의 소통은 소소한 일상과 같이 가볍고 편안하게 이루어져야 하였다. 하지만 마을의 마을기자의 역할은 소통의 부담감으로 인해서 주민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1기 마을에 이어 2기 마을이 들어온 이후, 함께 연대해야 한다는 그 부담감은 배로 작용하였다. 따라서 주관단체에서는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대안으로 네이버 밴드를 만들고, 이를 통한 온라인 소통 활동을 시작하였다. 농촌 마을 주민들에게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마을기자의 부담감에 비하면 수월한 것이었다. 마을 리더들은 주민들에게 온라인 소통 교육을 하는 한편, 마을 기자들은 밴드를 소통 창구로 활용하여 그들이 느꼈던 부담감을 경감시킬 수 있었다. 현재 네이버 밴드는 자료 유출 방지를 위해 비공개로 운영하고 있으며, 인문학마을의 리더, 전문가, 교육문화회관, 주민기자 등 사업과 관련한 사람들만 가입하여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다.
“우리 마을 사람들하고 다른 인문학 마을사람들 하고 소통을 할려고 밴드를 만들었어요. 제가 그거 담당을 하고 있는데, 우리 이장님이 아직도 많이 하시죠. 그래서 사진 같은거는 거기서 관리하고 있다고 보면 돼요.” (B, 2016.08.02.)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의 2주년이 될 무렵, 각 마을마다 주민이 직접 인문학 마을 축제를 개최하였다. 기존의 가수를 부르는 전형적인 축제가 아닌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콘텐츠를 구성하는 축제가 이뤄진 것이다. 주민들은 가수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추는 춤이 아니라 그들이 직접 노래를 하고, 연극을 하는 축제의 진정한 주인이 되었다. 각 마을마다 1년 동안 지내왔던 삶의 여정을 보여주며, 인문학 마을 간에, 인문학 마을과 다른 마을 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3) 관계의 열매, 마을 콘텐츠
인문학마을, 그들의 마을 콘텐츠는 달콤한 열매같이 보여주고 있다. 어로리에서는 당시 할머니들의 성인문해교실인 보람학당이 2003년부터 운영되고 있었다. 보람학당은 마을의 할머니들에게 한글, 산수 등을 교육하는 장소이다. 마을반장인 A와 보람학당의 강사 B는 마을의 새로운 콘텐츠를 보람학당에서 착안하였고, 성인문해교실 보람학당은 2013년 보람할매연극단으로 재탄생했다. 당시 성인문해교육을 진행하던 18개의 마을에서는 일 년에 한 번씩 발표회 형식의 백일장 대회에 참가해야 했다. 대부분의 마을들이 배운 한글을 가지고 시·일기·합창 등의 콘텐츠를 준비하여 참가하였다. 우연히 B는 할머니들께 동화를 읽어 주던 중, 연극공연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리하여 A와 함께 15명의 할머니들로 구성된 보람할매연극단이 창단을 하게 된 것이다.
보람할매연극단의 첫 공연은 그 해 10월 마을 축제 및 성인문해 백일장 공연이었다. 첫 작품은 동화 <훨훨간다>를 5분짜리 짧은 연극으로 재각색한 《훨훨간다》였다. 12명의 할머니들은 연극을 통해서 여배우가 되었다. 본 공연을 시작으로 각종 공연과 행사 등에 초청받아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이듬해에도 많은 축제, 강연회, 행사 등에 초청되어 공연을 하였으며, 흥부전을 모티브로 한 연극 《흥부네 박터졌네》가 ‘경북 평생학습 박람회 연극대회’에 참가하여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그 이후에도 그들의 공연은 계속 되었다. 하지만, 극단에서 혹은 극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60대 중반 할머니의 사망과 80대 할머니 2명의 탈퇴는 연극단의 공백을 초래하였다. 그러나 공백은 오래가지 않았고,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다른 할머니들로 채워졌다. 극단의 공연은 2015년 8월 ‘칠곡 인문학 마을 아카데미 찬조 공연’을 시작으로, 10월 인문학 축제 마을 초청 공연, 전국 생활문화제 초청 공연 등 많은 공연활동을 하게 되었다.
보람할매연극단의 공동체 활동은 미시적으로는 삶의 질 향상, 삶의 활력 증진, 자아 정체성 형성 등 많은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났으며, 거시적으로도 노인 소외문제의 대안, 마을의 문화적 단합 등의 의미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로 극단의 작은 움직임은 조용하지만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으며, 여배우가 된 할머니들을 취재하여 많은 신문과 방송에서는 이들을 다루기도 하였다.
(4) 공동체 상호작용
인문학 마을들은 단순히 대화의 수준을 넘어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각 마을 주체들의 역량은 강화되었지만, 공동체의 역량이 강화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마을 내에서의 소통은 원활했지만, 마을 간의 소통은 복잡한 이해관계와 감정의 대립으로 경직된 상태였다. 따라서 사업 2년차 다소 경직되었던 학습체계로 움직이던 인문학 마을은 서로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인문학 수다 모임’을 가졌다. 그래서 한 달에 두 번 저녁 시간 가볍게 모여 이슈가 되는 주제부터 소소한 일상의 모임까지 소통하는 공론의 테이블을 마련하였다. 이를 통한 상호작용은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주는 기능을 하였으며, 서로 간에 더욱 친밀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문학 마을 간 역량의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을의 역량은 사업을 실행했던 기간에 따라 달랐으며, 사업을 수행한 기간이 긴 마을일수록 소통의 기술의 노하우가 남달랐다. 그래서 주관단체는 최대한 마을 주민들의 활동을 장려하고자 마을들 간에 멘토와 멘티 관계를 제안했다.
“이제는 1기 마을들 중에서 6명의 마을멘토를 선정하여 제가 아파트를, 한 마을을 뒤를 봐주고 있는 구조로 되어있죠. 공무원들 하는 것 없고, 저희들이 다 합니다. 그런 교육이 계속 가르치고 멘토그룹이 있고, 저희들도 보면 마을 리더가 있고, 인문학 마을 협의체에서는 사업단장, 마을 이장이 있고 다양하게 하는 일이 있어요.” (A, 2016.07.27.)
1기의 마을들은 2기의 마을들의 주민멘토가 되어 2기 마을들이 연대, 도움, 길잡이가 필요할 때 1기의 멘토들은 그들의 길잡이가 되었다. 어로리 역시 아파트 마을의 멘토가 되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활동을 지속하고 있었다.
(1) 공동체 사업의 계획 및 실행
사업초기 외부 컨설팅을 받고 사업에 착수했던 1기의 마을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을 사업을 운영하는 주체들의 역량이 커져갔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마을 주체들의 목소리가 커져갔고, 이는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칠곡군에서도 원했던 현상이었다. 이에 따라 마을 주체들은 보다 자주적이고 자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1기의 마을 리더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하였으며, 2014년 6월 인문학마을 협의회를 발족하였다. 인문학마을 협의회는 회장, 부회장, 사무국장, 연구원, 이사로 구성되어있으며, 어로리의 A는 협의회 부회장을 맡아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협의회는 9개 마을들, 마을반장들이 만들어서 들어가 있어요. (칠곡)군하고 ○○ 단체하고 그런 거를 만들면 어떻겠노? 하더라고. 그래서 1기에 참여했던 9개 마을들이 지금 회장, 부회장, 감사, 이사, 연구원 이렇게 하고 있어요.” (A, 2016.09.29.)
2016년 4기의 사업이 시작하면서 여태껏 사업을 주관했던 서울의 업체가 빠지게 되었다. 그 자리는 칠곡인문학마을 협의회와 △△ 문화단체의 컨소시엄이 대신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칠곡인문학마을 협의회가 대부분의 사업에 관여하고 진행하고 있으며, 전시 공간 배치, 소품 등 전문적인 기술은 ‘마’ 문화단체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칠곡 인문학 마을 만들기의 사례는 마을 만들기가 지금까지 국가 권력의 영향을 받았던 도시계획을 마을 주민이나 그들의 조직체가 중심이 되어 마을을 자신들의 요구와 목적에 맞게 직접 꾸려간다는 의미에서, 마을 만들기는 반드시 주민이 참여하고 주도하여야 진정으로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 Kim & Lee(2015)의 연구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 마을살이의 반성과 성찰
인문학 마을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지속적인 마을살이의 반성과 성찰을 꼽을 수 있다. 이는 결과보다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과정을 중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업 초기에는 ‘생각밥상’이라는 다른 형태의 마을 순회 공감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생각밥상’은 밥을 먹는 일상적인 행위 속에서 마을리더 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을 포용하고 공감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예컨대 2013년 7월 16일 화요일에 진행된 어로리의 생각밥상은 어로 1리 마을회관에서 개최되었으며, 어로리 주민가족과 사업 주관단체가 함께 하였다. 생각밥상에서 어로리에서 진행할 프로그램들을 논의 한 결과, ‘이바구길 만들기・이야기 요리 개발하기・할머니들의 이바구 주막만들기’ 프로그램에 대한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이처럼 생각밥상은 마을주민들의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이와 같은 과정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은 지속적인 성찰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어로리의 마을사업은 생각밥상을 통해 마을 프로그램으로 구체화 되었다. 생각밥상 프로그램은 약 2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12시부터 13시까지는 마을사람들이 준비한 밥상을 함께 나누고, 13시부터 13시 30분까지는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인문학 활동들을 공유하고 마을 리더들이 제안하는 마을사업을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13시 30분부터 14시까지는 마을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예비리더들을 추천받았다.
어로리는 생각밥상 프로그램을 통해 우선, 마을길・논 길 등의 자원위에 마을의 이야기 등을 입혀 이바구길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다. 그리고 어로리만의 이야기 요리를 개발하고자 하였다. 농주, 두부, 잡채, 전 등을 더욱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받고 이 메뉴들을 활용하여 주막에 적용함으로써 부녀회원들의 일자리 창출과 마을 소득 증대의 효과를 꾀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마을 회관 뒤편 주막을 만들어 마을주민은 물론, 외지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
2013년 생각밥상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바구길 만들기’, ‘이야기 요리 개발하기’, ‘할머니들의 이바구 주막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계획되었다. 이 중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있는 반면, 시작조차 하지 못했던 사업, 진행되었더라도 문제가 발생하여 그만둔 사업들도 있다.
이바구길 만들기 사업은 예산의 문제로 인하여 당장 실행되지 못하고, 2017년에 조성될 계획이다. 마을은 길이 500m의 기존 마을길을 활용하여 탐방길을 조성하고 쉼터 2개소, 옹달샘 2개소를 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 요리 개발하기 프로그램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마을회관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요리 전문 업체를 선정하여 E 부녀회장을 비롯하여 할머니들께 잡채, 농주, 두부, 전 등의 비법을 전하고 있다. 이바구 주막 만들기는 2014년부터 한시적으로 운영하였다. 콩국수, 추어탕 등의 메뉴를 선정하여 할머니들이 직접 밥상을 만들어 주위의 공장 근로자들을 비롯하여 외부인들에게 일정 금액을 받고 제공하였지만, 인근 식당의 반발과 식품위생법 때문에 지금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주막은 주차장으로 개조함으로써 사라지게 되었다.
한 해의 사업이 종료될 연말이 가까워 오면 마을과 마을사이에서 묘한 경쟁심리까지 발동되었다. 이것은 사업의 종료가 가까워지면서 가시적인 성과와 결과가 다시 중시되는 것 같이 느껴질 수 있다. 이때 중간점검 워크숍이 개최되었다. 워크숍을 개최하는 목적은 마을의 시작점, 즉 마을사업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무엇을 향해 가는지에 대해 환기를 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마을 만들기 사업에서 주기적인 워크숍이 ‘반성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Kim, 2014). 여기서 반성적 경험은 ①체험→②돌아봄→③눈치 챔→④개념화→⑤재체험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깊이와 폭이 증폭되는 나선형을 그리게 된다. 마을 만들기의 목적으로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마을의 현상을 파악하고 문제를 공유하며, 해결책을 고민하는 워크숍은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인문학 조성 사업에서도 <생각밥상>, <단디매기> 등의 워크숍을 통해 마을활동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하였으며, 마을 주민들은 사업의 의미와 취지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는 반복을 경험하고 있었다.
(3) 마을기억의 기록
우리의 삶을 기록하는 일기의 경우는 하루 일과 중 대개 재미있거나 의미 있는 일을 기록한다. 기억을 통해서 우리는 기록을 하게 되며, 사회는 기억의 장이자, 기억의 조건으로서 특별한 기억만이 의미를 가지도록 한다(Tae 2014).
인문학 마을신문 ‘두루두루’는 인문학마을의 살맛나는 이야기와 이 시대의 마을이 살아가는 방법, 세대가 교감하는 방법, 맛있는 삶을 지어가는 이야기를 꾸려나가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그리고 한 해의 마무리를 알리는 전시회 ‘인문학 아카이브 展’은 한 해의 활동 중 기억될 만한 것들을 선별하여 알리고 공유한다. 또한 인문학 마을의 할머니들의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성인문해교육 선생님들이 채록하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완성한 ‘삽화집 구술사 이야기’는 우리 할머니들의 일생을 통해 과거를 엿 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3. 마을 만들기의 시사점과 제언
본 장에서는 칠곡군 어로리 인문학 마을 만들기의 마을 공동체 형성 과정을 살펴보고 그 특징과 경험의 의미들을 분석ㆍ논의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고령화가 점차 심화될 농촌 지역의 마을 공동체 형성 및 발전을 위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지속 가능한 마을 공동체를 위해서는 마을리더 그룹의 양성이 중요하다. 칠곡인문학 도시 조성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기준은 마을의 공동체 능력・주민 공감능력・리더의 열린 자세・주민들의 참여의지이다. 하지만 이 기준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을의 리더이며, 마을 구성원 누구든지 리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칠곡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의 큰 구조는 우선적으로 마을리더 그룹 양성, 즉 지속적인 마을 공동체 교육을 통해 마을리더의 발굴 및 양성을 우선적으로 수행하였다.
“2011년도에 인문학 마을을 제일 첨에 시작한 계기는 2012년도에 주민역량강화 해가지고 마을이장, 부녀회장, 새마을 지도자, 각 마을의 3명이잖아? 마을 리더들이 읍사무소 2층에 모여가지고 칠곡군에서 강사를 초청해서 주민역량강화 교육을 시켜요. 그러면 각자 마을마다 특색이 다 있을거에요. 우리 마을에는 사과농사 짓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밭농사 짓는 마을도 있을 거고, 그러면 북삼읍의 34개 마을들이 거기서 이제 선택을 하는거죠. ‘이 마을은 할 수 있다.’ 그런 거는 다들 깨우친 거야. 첫 째는 주민들의 역량이 중요하고 두 번째는 마을 리더의 역량도 봐야 되고 그래서 칠곡군에서는 9개 마을로 출발했는거야.” (A, 2016.07.27.)
“인문학 마을들이 잘되는 마을들이 많아요. 어떤 마을들은 리더가 강력해서 잘되는 마을이 있구요, 어떤 마을은 꾸준하게 해 왔던 것들이 모여서 잘될 수도 있구요, 또 어떤 마을은 행정의 힘이 강해서 잘되는 마을도 있을 수도 있구요. 공통적인 특징은 리더의 역할이 잘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D, 2016.08.02.)
마을 리더들은 리더 교육을 통해 마을의 자원, 마을의 프로그램, 리더의 역할 등을 교육받았다. 칠곡군 인문학 마을에서 인문학 도시 조성사업에 참여하기 위하여 리더 교육을 수행하는 중, 중도하차 하는 경우도 이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마을리더가 교육을 이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어로리는 2013년에 마을리더와 마을기자가 무사히 교육을 이수하여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특히 어로리의 마을반장은 사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그 마을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현재 마을이장을 14년째 맡고 있으며, 다년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과 신뢰 속에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마을리더는 모든 마을 구성원들이 리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때 가장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차세대 마을리더 그룹의 양성, 마을인재의 발굴과 육성은 지속 가능한 마을 공동체를 위한 전제조건일 것이다.
둘째, 지속 가능한 마을 공동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반성과 성찰에 의한 학습이 필요하다. 기존의 많은 마을 만들기의 경우가 결과만을 중시하는 풍조 속에서 이루어졌다. 마을 만들기 전문가들에 의하면 마을 만들기를 하겠다고 나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대한 빨리 성과를 내는 것에 관심이 있으며, 마을의 건물과 경관을 단장하고 소득을 높이며 편의성을 증진하면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칠곡군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이 마을 만들기의 우수사례로 꼽힐 수 있었던 것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칠곡군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은 결과를 가지고 사업의 성패를 판단하지 않는다. 주민들의 삶의 공간인 마을을 이해하고 주민들이 진정 살고 싶은 공간을 직접 만들어 나가는 것에 더욱 주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사업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반복, 그리고 기록과 평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을 만들기는 공간에 가치를 투영시키는 과정으로 이는 지속적인 반복과 인내의 결과이다. 반복을 통한 학습된 과정인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비형식학습(Informal Learning)이라고 볼 수 있는데, 성인학습에는 단순 커리큘럼을 통해 채울 수 없는 상황을 대화와 성찰을 통해 메워주는 비형식학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을자체가 학습이고, 학습이 반성이 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하지만, 그 결과가 꼭 마을의 소득 창출과 물리적 발전일 필요는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마을 주체들이 성장하고 마을 속에 삶의 가치를 투영하는 그들만의 방법을 학습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셋째, 지속 가능한 마을 공동체를 위해서는 마을의 인재를 양성하고, 그 인재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마을이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2016년, 칠곡 인문학 도시 선정사업 마을은 모두 24개, 마을의 리더・기자・성인문해교육 강사는 모두 마을 인재들로 채워져 있다. 마을을 이끌고, 마을의 사업을 기획하며, 마을의 소식을 전하고, 마을을 교육하는 모든 사람들이 외부에서 온 타지인이 아니라, 마을에 살고 마을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구술하고 모든 작업들은 지역 여성들이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렇다고 보면 돼요. 할머니들 이야기를 하는데, 작가들이 와서 하면 가버리면 책만 남잖아요. 근데 저희들은 한글 선생님들과 힘을 모아서 구술사 과정을 해서 구술사를 가르쳐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래서 작가들이 떠나도 그 선생님들은 남겠죠? 그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끔 저희들이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D, 2016.08.02.)
칠곡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은 주민참여・주민주도를 넘어 주민이 모든 것을 스스로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사업초기부터 사업주관 단체를 맡았던 ‘가’ 예술업체는 2015년을 끝으로 사업에서 물러났으며, 그 자리에는 2014년 6월에 발족한 칠곡인문학마을 협의회와 ‘마’ 문화단체의 컨소시엄이 들어서 있다. 현재 인문학마을 1기의 리더들로 구성된 칠곡인문학마을 협의회가 대부분의 사업에 관여하고 진행하고 있으며 전시 공간 배치, 소품 등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할 때만 ‘마’ 문화단체가 지원하고 있다.
Ⅴ. 요약 및 결론
본 연구는 농촌지역 마을 공동체의 형성과정과 그 의미를 살펴보고, 향후 지속 가능한 농촌 지역 마을 만들기의 시사점을 제안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칠곡군 인문학 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24개의 마을 중에서 대표적인 사례인 북삼읍 어로리의 사례를 선정하여 분석하였다. 칠곡군 인문학 마을 북삼읍 어로리의 마을 공동체의 형성 과정은 발굴단계, 활성화 단계, 자치화 단계로 나타났다. 사업 초창기에는 마을의 외부단체들의 영향력이 컸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마을 주체들과 공동체의 역량은 강화되었고, 비로소 마을 자체에서 직접 사업을 주관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렀다.
본 연구에서는 칠곡군 어로리의 사례를 통하여 지속 가능한 농촌 지역의 마을 만들기를 위한 3가지 시사점을 제안하였다. 첫째는 마을 공동체를 위한 마을리더 그룹의 양성이 중요하다. 마을리더 그룹은 단순한 마을의 대표자가 아닌 마을주민들과 공감하며, 사업을 진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려면 마을리더의 열린 자세와 노력이 꼭 필요하다. 둘째는 끊임없는 반성과 성찰을 통한 학습의 필요성이다. 어로리의 마을 만들기는 결과를 중시하는 것이 아닌 과정, 즉 과정 속에서 느끼는 반성과 성찰을 통해 스스로 배우고 가치를 창조하는 학습의 과정 속에서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마을 인재들의 양성을 통한 마을 발전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마을 만들기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본 사례를 통해서 보여주었다.
칠곡군 어로리의 사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농촌 마을 공동체를 위한 시사점을 주고 있지만 이 공동체의 일부 구성원 간 갈등과 반목, 갑작스런 질병 및 사망에 따른 역할 공백처럼 구성원의 고령화에 따른 신체적인 불편함과 제한적인 활동범위 등은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마을리더의 적극적인 관심과 활동이 마을 구성원 개인들에게 의미 있는 보람된 활동 이상의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는지, 도구화 된 마을 활동이 존재하진 않는지 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칠곡군이 인문학 도시 조성 조례를 제정하고 본격적으로 지원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칠곡군 인문학 마을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경험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마을 공동체와 행정, 그리고 주민 개개인이 모두 조금씩 보이지 않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본 논문은 마을 공동체의 경험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포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농촌 마을 공동체의 형성과 발전을 위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했다. 향후 농촌 지역의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봉착할 수 있는 마을 공동체의 위기와 대응, 그리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심화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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